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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칼럼 > 김수현의 달려라 밴드칼럼 목록 > 내용   2006년07월06일 제6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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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플럭서스’를 아시나요

러브홀릭·클래지콰이 등 싱어송라이터들의 집합소, 레이블 플럭서스… 자우림 키운 밴드 ‘부활’ 출신 제작자 김병찬씨에게 레이블론을 듣다

▣ 글·사진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최근 문화방송 수·목 드라마 <어느 멋진 날>의 메인 테마곡이 되면서 통화연결음과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주가 상승 중인 <그대만 있다면>은 3인조 모던록 밴드 ‘러브홀릭’의 3집 수록곡이다. <놀러와> 등이 포함된 1집(2003)은 몇 년 새 꾸준히 팔려 판매고가 10만 장이 넘었다. TV CF 캠페인 ‘메가패스와 친구들’에서 “음악 말고 관심 있는 게 없어. 인터넷은 우리 음악의 시작이었지”라는 믿지 못할 자막과 함께 나온 3인조 그룹 ‘클래지콰이’의 1집(2004)도 누적 판매량이 10만 장을 돌파하면서 음악중심형 음악인(동어반복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여)의 설 자리가 좁아진 황무지 음반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7월14, 15일 ‘서울악스’에서 레이블 콘서트

촉촉한 러브홀릭과 상큼한 클래지콰이에겐 10만장을 부른 호소력 강한 멜로디라인 외에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 연주자, 사운드 엔지니어 출신의 제작자 김병찬(왼쪽)씨가 음악적 독창성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설립한 음반 레이블 ‘플럭서스’는 소속 음악인들의 일상적 작업공간인 녹음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사진/ 김수현 기자)

그건 바로 그들이 모두 음반 레이블 ‘플럭서스’의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백남준, 존 케이지가 몸담은 전위예술 집단 ‘플럭서스’에서 이름을 딴 이 제작사는 대중성과 음악성의 줄다리기에서 영특한 기지를 발휘하며 너무 앞서지 않되 조금씩 대중을 끌고 가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7월14, 15일엔 두 팀에 소속 뮤지션 이승열, 그룹 W, 밴드 마이앤트메리까지 총출동하여 서울 광장동 대중음악 전용 공연장 ‘서울악스’에서 플럭서스 레이블 콘서트 <핫 라이브 vs 쿨 파티>를 열 예정이다. 힙합·리듬앤드블루스를 내세우는 YG패밀리와 아이돌 양성소 SM타운 외에 모처럼 레이블을 강조하는 레이블을 만났다.

2001년 말 설립된 플럭서스는 현 대표이사 겸 제작자인 김병찬씨의 결심에서 시작됐다. 6월28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그룹 부활 출신 베이시스트로 미국 유학 뒤 사운드 엔지니어 겸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재미없는 음악을 수천 번씩 되풀이해 들으며 좋은 작업을 기다리느니 아예 만드는 게 낫겠다 싶어서” 제작자의 길을 모색하게 됐다. 마침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재즈밴드의 크로스오버 명반 <난장 뉴호라이즌>(1995)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이때 만난 이들과 난장커뮤니케이션즈를 꾸리게 됐다. 드라마 <궁>을 연출한 황인뢰 PD의 첫 영화 <꽃을 든 남자>의 사운드트랙 작업을 통해 <헤이헤이헤이>의 자우림을 발굴하고 히트친다. 그 뒤 회사는 티엔터테인먼트에 흡수됐고, 인터넷 매체를 하나의 대안 홍보 채널로 간주한 그는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즈의 투자를 받아 플럭서스를 설립한다. 콘텐츠 비즈니스에 집중했던 다음의 전략이 바뀌고 지금은 독립회사로 있다.

“음악은 듣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상품이라 레이블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레이블은 ‘회사’라기보단 ‘브랜드’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시장의 첫 번째 소비자인 업계 관계자와 미디어에 접촉할 때 ‘이름값’의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에게는 널리 인지되지 못했습니다. 다음 단계죠.” 실제 탄탄한 유명 레이블의 브랜드 파워는 대단하다.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녹음한 협주곡 명반들은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를 빼고 논할 수 없으며, 2005년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의 3집 가 주목받은 것도 한국인 최초로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에서 음반을 발매했기 때문이다. 플럭서스는 80, 90년대 방송 출연에 힘 쏟지 않고 신촌블루스·김현식·한영애·봄여름가을겨울·김현철 등 한국 언더그라운드계 대표주자를 배출한 레이블 ‘동아기획’의 2000년대 버전을 지향한다.

동아기획의 성공은 레코딩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음악인을 배려하면서 작업에 집중한 데 있었다. 플럭서스도 소속 뮤지션들의 일상적 작업실이 되는 두 개의 녹음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연주자, 가수, 음반 프로듀서의 역할이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들의 집합소다. “각자 장르는 달라도 여기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소를 만드는 게 제작자의 역할이죠.” 그는 시장을 예측하며 표정과 인터뷰 대사까지 준비하는 기획형 가수는 수명이 길지 않다고 여긴다. 러브홀릭 1집 수록곡 중 5곡 이상이 홍콩, 중국 등지에서 리메이크가 돼듯 독창성이 공감을 끌어낸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성공적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도 플럭서스의 작품이다. 클래지콰이와 러브홀릭은 아시아 진출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두 개의 스튜디오에서 독창성의 교류가

노래 잘한다는 주변의 칭찬에 가수로 첫발을 내디딜 순 있지만 순수한 열정이 성공을 만들어주던 시대는 끝났다. 문화 영역을 포함한 모든 프로젝트는 공무원 결재 과정만큼이나 길고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고 기술과 마케팅의 효과적인 활용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철없어 보이는 음악적 낭만이나 끼와 수지타산을 따지는 경제 논리의 톱니를 맞추는 사람이 제작자다. 비옥한 토지와 적당한 수분을 공급해주고, 웃자란 곳을 가지치기해주면 자생력을 지닌 나무는 근사하게 자라난다. 이 정원의 숨어 있는 정원사가 제작자다. 그러므로 가수와 연주자들은 제작자의 말을 잘 들어볼 필요가 있다. 제작자는 깡패가 되어 부당한 계약을 맺어선 안 될 것이고. 레이블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건 우리 대중의 권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