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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특집 > 이슈추적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11월23일 제6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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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서로 첩자시킬 나라냐”

백성학 회장의 미국 간첩 의혹에 대한 입장…“신현덕씨는 오래전부터 경인TV 탈취 음모를 꾸며온 사람”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모르죠, 그건…. 글쎄 검찰에서 조사할 내용이니까, 심증만 갖고 쉽게 얘기할 순 없죠.”

국정감사장에서 신현덕(54) 전 경인TV 공동대표와 백성학(64) 영안모자 회장을 날카롭게 추궁했던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11월16일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딱 부러지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겨레21>도 마찬가지다. 신씨의 폭로 과정과 배경을 둘러싼 미심쩍은 정황과, 백 회장이 국정감사장에서 한 답변에 배치되는 CBS 등의 보도가 잇따라 나왔지만, 어느 한쪽의 흠결이 반대쪽을 정당화하는 수준일 뿐 실체적 진실을 단정하기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여전히 진실은 안개 속에 있다.


<한겨레21>은 지난 11월15일, 의혹이 제기된 뒤 지금껏 언론을 피해온 백 회장을 신문과 잡지로선 처음으로 인터뷰했다. <한겨레21>이 인터뷰를 했다고 해서 백 회장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아니다. 진실 공방의 중요한 한 당사자인 그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발언 내용은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단서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CBS가 무리한 요구해

의혹이 나온 지 보름이 넘었는데, 왜 이제야 소송을 제기하나.

= (신씨가) 뭐라고 한 바로 그 시각이나 다음날에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대책도 자료도 없었다. 그런 게(신씨의 폭로) 있으리라고는 단 1%도 생각 못했다. 왜 이런 상상 못할 드라마를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

경인TV의 지분 5.6%를 소유한 CBS가 간첩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등 적극적이다. CBS는 이 보도가 경영권 분쟁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 지금 와서야 그렇게 얘기하지. 그 전엔 컨소시엄의 대표이사를 차지하려고 했다. 그들은 컨소시엄에 투자한 75억원(지분 5.6%)을 찾아서 다른 데 투자하려고 하는 거다. 경인TV에 (소)투자자로 남긴 싫다는 거지. CBS는 경인TV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서 경영하고 싶어했다. CBS가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을 주도했던 일부 세력이 있다. 이들이 위로는 재단, 아래로는 직원들한테 상당히 많은 부분을 왜곡해 전달하고 있다. CBS 쪽은 우리한테 경영권 6년 보장과 보도편성권 10년 요구를 문서로 보장해달라고 했다. 그런 이면계약 요구에 합의해줄 수 없었다. 본인(CBS)들이 ‘잡으면 안 잡히는 게 없고, 다 굴복시킬 수도 있다’면서 무법자처럼 위협한 적도 있다. 아마 방송을 같이 하게 되더라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소송은 소송대로 가면서 밝힐 것은 밝혀야겠지만, 기회가 되면 CBS 원로들을 한번 뵈려고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정치인 가운데 김종인 민주당 의원만 안다고 했는데, 유재건 의원과 이부영 전 의원도 알지 않나?

= 유재건 의원과의 관계는 후원회에 딱 한 번 간 적이 있을 뿐이다. 공식 행사에서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이다. 개별적으로 만나 밥을 먹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공식 석상에서 인사하는 정치인들은 8~10명도 안 된다. 내가 안다고 하는 의원이라면 30여 년 동안 아는 김종인 박사(의원)밖에 없다. (내가 정·관계 교류가 넓다고 하는 것은) 그냥 만들어내는 말이다. 이부영 전 의원은 밥을 한두 번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딥’(깊이)하게 관계한 것 없다. 내 사업 자체가 국회의원 알아서 득될 게 하나 없다.

신현덕씨가 당신의 ‘해외 고문’이란 사람을 통해서 정보 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장소가 ‘유에스아시아코리아코퍼레이션’이란 회사의 사무실이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인 리처드 롤리스가 이곳의 대표로 등재돼 있던데, 당신이 롤리스를 통해 정보를 건네줬다는 의혹도 나온다.

= 더듬어봤더니 롤리스가 1987~88년인가 플로리다 주정부 상공회의소 직원들과 같이 우리 회사를 방문했다. 그때 처음 인사했다. 그 뒤 그분이 한국에 컨설팅 회사를 차리고 일할 때 가끔 만났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활동했던 분이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그가 공직을 그만둔) 90년대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등 동남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우리는 유에스아시아 본사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세계를 무대로 뛰다 보니 신규 투자와 관련해 조언을 받는다. 롤리스가 한국에서 왜 이름을 안 뺐는지 모른다. 나는 롤리스에게 정보를 줄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못 된다. 내가 무슨 정보가 있겠냐? 국가기밀을 만지냐, 아니면 군사기밀을 만지냐. 이것저것 갖다가 소설을 잘 만드는데, 나는 아무 힘이 없다. 내가 (롤리스를) 어디서 만나서 뭘 준다고 하는데 이메일로 다 왔다갔다 하는 세상인데, 지금이 무슨 50, 60년대처럼 (직접 만나서) 찌라시 문서를 주겠느냐. 비밀 문서라는 것도 그런 직업을 가졌던 능력 있는 사람이나 만드는 거지. 우린 순전히 장사만 했던 사람이다.

세상좀 알려달라고 문건 써 달라 했다

10월31일 국정감사장에서 신씨가 공개한 이른바 ‘S-1’ 문건의 실체를 당신도 인정했고, 사업상 해외 법인과 교환도 한다고 하지 않았냐?

= 신씨가 실력이 있기에 신문이나 텔레비전 외에 세상 돌아가는 것 좀 알려달라고 얘기했다. 내가 한 서너 번 물어봤더니 그가 (문건으로) 써와서 나한테 알려준 거다. 내가 왜 (문건에) 문장을 그렇게 쓰도록 시키겠나. 그가 올 때마다 (문건을) 놓고 갈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었다. 어쨌든 어떻게 드라마를 꾸며서 자료가 나오게 됐는지 다 밝혀지겠지. 이건 뭐가 잘못돼도 엄청 잘못됐다. 사람이 살다가 이런 누명도 한번 써보는구나 싶다. 원래 사업과 관련된 특별한 부분은 뽑아서 해외 30여 개 법인에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신씨의 문건은) 내 머리를 깨우치는 데 불과하지 특별히 교환할 만한 자료는 못 되더라.

신씨는 당신이 S-1 문건 등을 미국에 보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하는데.

= (신씨가 말하는 문건 중) 단 한 건도 가지 않았다. 나는 그런 (문건에 나온) 정보를 다룰 만한 인물도 못 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증권가 찌라시 문건보다 못하다. 미국에 보냈다고 하는 문건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내 사업도 바쁜데 그런 걸 보낼 만큼 한가하지 않다. 신씨는 오래전부터 (경인TV를) 탈취하기 위한 음모를 펴왔는데, 내가 멍청하게 있으면서 거기에 놀아난 거다. 신씨가 대표를 사임한 뒤 한 1주일이 됐는데 누가 음모의 배후 세력인지는 이제 세상에 다 나와 있는 거 아니냐? 사남매에 손자·손녀가 72명이나 된다.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이 얘들이 여기서 또 어떻게 사냐? 의혹을 제기한 뒤 주주모임에 나온 신씨에게 내가 “당신 혀끝이 살인을 한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너무 한다. 같이 일했던 우리 회사의 여러 사람들이 그런 걸 다 겪었다.

미국에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많은 것 같다.

= 미국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가까운 게 아니다. 내가 미국과 가까운 건 세상이 다 안다. 미국에서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도 좀 안다. 그러나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사업에 이용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그런 게 이런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신씨가 공개한) 쓰레기 문서로 첩자를 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큰 착각이다.

뭐가 있더라도 국익을 위해 덮어둬야 한다

최근 유엔안보리의 사무총장 4차 예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났다는 보도도 있다. 당신이 반기문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데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돌더라.

= 내가 기억하건대 그가 청와대 외교보좌관을 할 때 침례교회의 김장환 목사와 행사 때 같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반 사무총장을 최근에 만났다고 하는 것은 루머다. 사람이 다 얘기를 못하고 살지만…, 참여정부 이후 반기문씨는 서너 번 봤다. 다 행사에서 봤고 한 번은 조찬에서 인사를 나눴다. 내가 기억을 자세히 못해. 내가 무슨 힘이 있나? 그는 이제 세계적인 인물이다. 뭐가 있더라도 국익을 위해 덮어둬야 한다. 없는 것을 자꾸 걸치면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온다.

신현덕씨는 모든 것을 당신한테 직접 듣거나 본 것만을 말한다고 하던데, 신씨의 말이 모두 거짓인가.

= 일부분 맞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거기다 분을 너무 많이 발랐어.

어쨌든 미국에 정보를 넘겨주는 그런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하나?

= 그건 말도 안 된다. 우리가 못살 때, 무슨 6·25 때인가? 방송은 어떤 풍파가 있더라도 끝까지 간다. 지금 이렇게 괴롭히는 것 봐서 웬만한 사람은 다 떨어지겠더라고. 하지만 나는 7전8기 하는 사람이 아니라 10전11기 하는 사람이다. 경인TV 공사를 더 미룰 순 없다. 우선 우리 돈으로 36억원을 투자해놨다가 경인TV가 허가받으면 돌려받는 것이고, 아니면 그 돈은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