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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4월09일 제454호 

다수결의 진리성

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일러스트레이션/ 유은주


자연과학은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며, 이러한 자연과학적 진리는 실험 또는 관측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본다. 한편 실험 또는 관측은 이른바 객관적 검증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런 검증이 있기까지는 어떤 견해를 내세우든 자유지만 일단 결과가 나오면 아무리 압도적 다수의 견해라 할지라도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단 한 사람이 내세우는 ‘1인시위’ 격의 견해라도 객관적 검증에 합치하는 한, 진리로 인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자연과학의 큰 장점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자연과학 이외의 분야에서는 그런 절차가 없는 점을 애석해한다. 물론 다른 분야에 아무 방법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다수결은 민주사회의 의사결정 방법으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 비록 객관적 방법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의 주관적 의사를 모아 당면한 문제를 처리하도록 한다.

이런 생각에 따라 흔히 자연과학적 진리는 다수결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대표적 예로 갈릴레이가 말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일화를 든다. 하지만 자연과학이라고 해서 반드시 객관적 과정을 통해 발전해간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 갈릴레이의 일화는 객관적 검증의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예에 속한다. 갈릴레이는 손수 제작한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과 계산 등을 통해 지동설을 확신했다. 당시의 과학이 아직 미약했지만 이런 정도의 내용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말하자면 지동설은 그리스 시대부터 제기되었던 것이므로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다수결이 아니라 당연히 객관적 검증을 앞세워야 한다.

그러나 검증 결과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드러나더라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오랜 세월의 연구에도 석탄과 석유의 연소에 관한 상세한 메커니즘은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오늘날 엄청난 수의 공장과 자동차들이 연소 반응에 의해 움직인다. 플라스틱 공업은 20세기에 발달한 거대 산업이다. 그러나 거기 쓰이는 특수 촉매들의 작용 메커니즘도 정확히 밝혀진 것은 드물다. 방대한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들은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오직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 위에 구축되었을 뿐이다. 현대의 첨단과학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볼 수 있다. 빅뱅이론·블랙홀·복제인간 등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자연과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많은 뉴스가 전해지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은 없는 채 철학과 종교와 현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진행되고 있다.

유명한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이 제시한 ‘패러다임’의 개념은 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좀 무리지만 한마디로 이는 대략 ‘한 시대의 과학공동체가 공유하는 운영체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표현으로부터 우리는 자연과학적 진리도 다수결의 원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거꾸로 아무리 비자연과학적인 진리라도 다수결의 원리에 100% 구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얼마 전 드높은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안이 상당히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국회 차원에서는 일단 명분보다 실익이 앞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에 대해 먼 훗날 ‘객관적인 역사의 신’은 과연 뭐라고 판단할까.

고중숙|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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