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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4월03일 제453호 

상대성원리의 상대성

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아인슈타인이 제창한 상대성이론은 과학 역사상 가장 위명이 드높은 이론 가운데 하나다. 그리하여 이름과는 달리 아인슈타인에게 거의 절대적 권위를 안겨주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전의 모든 학문이 그에게 흘러들어가고 그 뒤의 모든 학문 또한 그로부터 흘러나온다고 해서 이른바 ‘서양 학문의 저수지’라고 불린다. 이렇게 확립된 그의 권위는 무려 2천년의 세월 동안 유럽 세계를 지배했다. 범위는 좁지만 유클리드의 기하학도 이에 못지않다. 그가 세운 기하학의 공리는 ‘절대적 진리의 표상’으로 여겨졌다. 심지어 철학자 칸트도 이를 인간의 이성이 선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완전한 진리의 대표적 예로 들었다. 근대의 예로는 뉴턴이 있다. 그는 자신의 역학을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의 토대 위에 구축했다. 이 체계는 일상생활에서 천문학적 규모까지의 광범위한 현상을 성공적으로 설명했다. 그리하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기까지 200년이 넘도록 물리학의 근본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뉴턴 역학의 두 주춧돌은 상대성이론에 의하여 모두 허물어진다. 절대공간은 ‘절대적으로 정지한 계’를 말하는데 일상적인 예만 보더라도 쉽게 부정된다. 반대방향을 향하고 정지해 있던 두 기차 중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경우 짧은 순간이나마 승객들은 어느 기차가 움직이는지 몰라 혼란을 겪는다. 이 간단한 예를 천문학적 규모로 확대해보자. 두 별이 서로 스쳐갈 때 어느 별이 정지해 있는지 아니면 둘 다 모두 움직이는지를 판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결론적으로 “모든 운동은 상대적”이며, 상대성이론은 곧 이로부터 시작된다. 한편 절대시간은 ‘시간 경과의 동일성’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시간은 지구·달·태양은 물론 우주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속도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절대공간의 경우보다는 까다로워서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원자시계를 이용하여 측정한 결과 지표상의 시간이 인공위성에서의 시간보다 느리게 간다는 점이 확인되어 실험적으로도 증명되었다.

이러한 상대성이론의 영향력이 과학에만 머물 수 없다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이를 발표한 때는 1905년으로 19세기의 합리주의적 전통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관은 확립되지 않은 격심한 혼란기의 와중이었다. 이에 상대성이론은 ‘상대성’이라는 혁명적 개념을 여러 분야에 심어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뒤를 이어 나온 물리학의 불확정성원리와 수학의 불완전성정리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하여 옛 시대의 절대적 구조들은 하나하나 해체돼갔고 이런 경향은 지금까지 이어져온다.

우리나라도 지난 한 세기 동안 이전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를 통하여 전통적 위계질서가 타파되고 여러 제도도 해체 및 재편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굳건하게 내려오던 존대법도 위협받는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존대법은 ‘상대성 어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자 사이의 상대적 지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현대 민주사회의 평등원리와 잘 조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영어처럼 만인에게 평등한 어법을 쓴다면 우리 사회 발전에 좀더 도움이 될까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상대성원리의 상대성을 보는 듯도 싶어 그 귀추가 자못 주목된다.

고중숙 ㅣ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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