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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3월19일 제451호 

생각하면 움직이네!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정신감응 로봇… 운동신경 망가져도 기기 원격작동 가능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뇌>는 신경과학의 놀라운 가능성을 담고 있다. 과거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니스신용은행 법무담당 부서 책임자로 일하는 장 루이 마르탱. 그는 전형적인 은행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았으나 교통사고로 ‘감금증후군’(LIS·Locked-In Syndrome) 상태에 놓인다. 뇌를 제외한 신체 모든 부분이 마비돼 정신이 육체 안에 갇힌 것이다. 신경체계가 완전히 마비돼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을 깜빡이는 것뿐이다. 마르탱은 한 정신병원의 원장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약속하고, 시신경과 컴퓨터를 연결해 의사소통을 한다. 이를 통해 마르탱은 뇌와 정신세계에 다가서 지적 욕구를 채워나간다.

마르탱이 의사소통 도구로 삼은 뇌와 컴퓨터. 그것이 정말 새로운 신경과학의 돌파구가 될 것인가. 뇌와 컴퓨터는 정보처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다. 뇌의 신비가 차츰 풀리며 컴퓨터가 뇌와 융합하는 추세에 있다. 미세기록 전극을 이용해 신경세포 정보를 컴퓨터로 해석하는 것이다. 몸이 자유롭지 못한 환자들이 얼굴의 조그만 근육이라도 움직이면 그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컴퓨터로 보내 기계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 환자들도 스스로 휠체어를 움직이고 컴퓨터 자판과 커서를 움직일 수 있다.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망가져 신체의 근육이 약해지고 마비증상을 겪는 사람들도 생각만으로 침대를 벗어나 인터넷을 항해하게 되는 것이다.

동작에 대한 뇌의 계획을 전극으로 탐지


사진/ 운동신경계가 망가진 생쥐가 감각신경으로 소형 기계를 움직이고 있는 모습.


인간의 뇌파로 기계를 움직이려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뇌파를 측정하려면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 위에 센서를 붙이거나 특정 뇌 부위에 미세전극을 삽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센서로 신경세포 뇌파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간편하다. 하지만 측정값이 다양한 신경세포의 활동전압을 평균화한 것일 뿐이다. 신경세포가 주문하는 특정신호를 분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뇌 속에 미세전극을 삽입해 단일 신경세포의 활동전압을 기록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해석해 컴퓨터나 기계를 제어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컴퓨터 게임에 적용하면 장애인들이 마우스나 조이스틱을 이용하지 않고도 커서를 마음먹은 대로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동작에 대한 뇌의 계획을 미리 탐지해 그 생각들을 특정한 동작으로 바꾸는 것이다.

최근 인공신경 시스템에 관한 연구는 뇌와 기계의 인터페이스 기술(BMI·brain-machine interfaces)에 집중되고 있다. 생물체의 뇌 속의 전기활동을 해석해 로봇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신호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미 쥐나 햄스터의 대뇌피질에서 추출한 생체신경세포망 사이에 미세전극을 삽입하는 기술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삽입된 인공신경세포가 빛에 의한 신호와 같이 로봇이 캡처해서 보내온 자극을 받으면, 이를 생체신경세포 망으로 전달하고 그의 반응을 감지해 로봇을 작동시킨다. 실제로 인공신경세포를 삽입받은 쥐가 의도하는 대로 로봇 급수기를 움직이기도 했다. 이제 신경시스템이 영장동물에 적용돼 로봇 팔을 움직임으로써 사지가 마비된 사람들도 로봇 팔 시스템을 응용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장애인들이 컴퓨터 밖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듀크대학의 신경생리학자 미구엘 니콜라스는 정신감응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오로지 ‘생각’만으로 신경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휠체어나 인공기관, 마비된 팔과 다리를 조종하는 것을 꿈꾸는 것이다. 그는 생각만으로 작동하는 로봇 기술을 올빼미 원숭이 ‘벨르’(belle)에게 적용하고 있다. 벨르의 머리에는 4개의 플라스틱 연결장치가 있다. 이 장치를 이용해 재봉실보다 가는 마이크로와이어를 벨르의 운동피질 각 부위에 부착한다. 운동피질은 움직임을 계획하고 척수신경세포에 실행명령을 전달한다. 신경세포에서 움직임 신호가 나타나면 부착된 마이크로와이어가 전류를 감지하고 머리의 모자에 연결된 가는 전선들을 통해 컴퓨터에 연결된다.

원숭이가 곳곳에 놓여 있는 음식에 손을 뻗칠 때마다 두뇌의 활동성이 기록된다. 이러한 작업을 되풀이하는 동안 생긴 많은 신경시그널 데이터는 컴퓨터로 보내져 데이터화된다. 컴퓨터는 정보를 분석해 원숭이 손의 궤도에 맞도록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한다. 벨르가 손을 움직일 때 컴퓨터에서 두뇌의 시그널을 처리해 로봇 팔이 실시간 3차원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생물 뇌 속의 기초적인 전기활동, 즉 원숭이의 생각을 해석해 로봇의 움직임을 지시할 수 있는 신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그널들은 무려 1천km나 떨어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촉각연구소(Touch Lab)에 네트워크로 연결돼 또 다른 로봇 팔을 조종한다.

이런 정신감응 로봇 시스템은 운동신경계가 멀쩡한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머리의 다중운동피질부에 미세한 마이크로와이어 배선을 이식해야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일어난다. 대부분의 뇌 손상 환자들은 운동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해 신경신호를 기록하지 못한다. 운동신경계가 손상되면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동작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려고 감각신경계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려고 한다. 한림대 의대 신형철 교수팀과 서울대 초미세생체전자연구센터(소장 김성준 교수)는 지난해 9월 뇌의 체감각피질로 쥐가 소형 휠체어를 움직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쥐의 수염이 감지한 정보가 들어오는 체감각피질에서 나온 신호를 받아 무선으로 쥐가 타고 있는 휠체어의 모터에 작동명령을 내린 것이다.

인공신경을 뇌에 이식할 수 있을까


<사이언스 올제>


운동명령을 내릴 수조차 없는 중풍·척수손상 환자들. 그들이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신경계만으로 휠체어나 인공기관, 마비된 팔과 다리를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신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이 스스로의 의지만 있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팔과 손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세밀한 명령어를 변별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흘러야 가능할 것이다. 뇌와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무척 많다. 전극배열은 제자리를 이탈할 수 있으며 신호를 잃어버리거나 전극을 감싼 조직을 서서히 마멸시킬 수 있다. 뇌졸중 환자들이라면 로봇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회복하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뇌졸중은 넓게 퍼져 있어 특정 부위 기능을 인공신경으로 대체해도 전체적인 조절력은 떨어진다.

이런 기술로 뇌의 손상을 완전히 극복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스스로의 몸을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신경세포망을 인체에 삽입해 망가진 신경계를 복원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유럽 7개국은 ‘뉴로비트’(Neurobit)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척수가 으스러진 경우에도 인공신경으로 척수를 자극해 사지의 움직임을 복원하려고 한다. 학습능력이 있는 인공신경을 통해 근육이 되살아나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뇌의 손상부분을 대체하려는 실리콘칩인 ‘인공뇌’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서던캘리포니아대 시어도어 버거 박사팀은 해마회가 경험들을 기억으로 저장하기 전에 암호화하는 방식을 본떠서 실리콘칩을 만들었다. 인공뇌는 알츠하이머병·뇌졸중·간질 등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기억과 감각을 되찾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뇌 속에 실리콘칩을 이식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언젠가는 현실 속에서 마르탱을 만나게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신형철 한림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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