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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3월11일 제450호 

당신만의 약을 드시죠

유전자 서열화 정보에 따른 맞춤의약품 개발… 고가의 약제비에 따른 사회문제도 동반


사진/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맞춤의약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001년 6월 한국인의 게놈지도 초안이 완성됐다.

종합감기약 한번쯤 먹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저런 감기증상을 완화하는 성분을 모두 넣은 그야말로 만능의 감기약으로 통한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우악스러운 종합감기약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신체에 대해 기계론적 입장을 고수한 서양의학에서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유전정보는 이전 처방과는 완전히 다른 각 체질, 유전적 특성에 맞는 맞춤의약품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 사망원인 제4위는 놀랍게도 의약품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보고가 있다. 같은 병에 같은 약을, 같은 시각에 같은 양을 투여해도 병이 나은 사람, 별 차도가 없는 사람, 심지어 증세가 악화되는 사람이 생긴다. 예를 들면 라임병은 전염된 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세균성 감염이다. 진드기가 붙은 곳에서부터 시작돼 열·두통·피곤함 같은 일반적 감기증상을 보인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계, 관절계, 안면신경마비 등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1999년 미국의 카렌 캐시디라는 여성이 이 병에 걸려 특효라는 ‘리메릭스’(LYMErix) 백신을 접종받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증세가 호전되기는커녕 전신의 관절을 다시 짜맞추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원인을 추적한 결과, 유전적 특성으로 리메릭스 백신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람이 대략 30%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캐시디를 비롯한 백신 복용 환자들은 백신 제조사인 스미스클라인 비첨(SmithKlein Beecham)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사고들


사진/ 개인별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피해야 할 약을 알려주는 PPGx사의 홈페이지.


사람의 유전자 정보는 A, T, G, C 등 단 4종류의 염기로 이뤄졌다. 즉, 유전정보를 이들 문자로 표시하면 AGGTCCGCTACGACTATT…처럼 약 3억개의 문자가 늘어선 문자열의 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자열로 표현되는 염색체상의 유전자 서열은 대부분 고등동물끼리는 매우 비슷하다. 예를 들면 사람과 원숭이 서열을 비교하면 약 98%가 똑같으며, 사람들끼리는 더욱 많이 닮았다. 흥미롭게도 다른 두 사람의 유전자 서열을 비교해보면 대부분 같이 나타나다 약 1천 글자마다 하나씩 염기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같이 같은 위치에 한 글자씩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염기를 단일염기다형성(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이라고 한다. 이것들이 사람을 외형적으로, 내부적으로 분별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0.1%의 유전자 서열의 차이가 건강과 장수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셈이다. 만일 같은 병에 같은 약을 투여했을 때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스닙’(SNP)을 조사하면 확실하게 개인별 특성을 알 수 있다. SNP 정보는 각 개인별 특성에 맞는 맞춤의약의 핵심적 구실을 한다. 특히 서로 다른 SNP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의 병력기록이 있으면 이와 비슷한 SNP 정보가 있는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의 유전자 서열은 매우 유용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전자 서열화 작업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래에는 각 사람마다 자신의 유전자 서열 정보를 담은 CD를 가지고 다닐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즉,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이 CD를 읽으면 투여해야 할 약과 그렇지 않아야 할 약을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정보로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PPGx사는 개인별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피해야 할 약을 알려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서양인들의 경우 4분의 1 정도는 유전적 특성에 의해 대부분 슈퍼나 약국에서 파는 진통제나 감기약, 우울증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다. 나아가서 이런 사람들이 감기약의 주 성분인 코데인을 복용하면 전혀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2D6라는 것인데, 이는 간에서의 효소작용을 담당하므로 유전자 특성에 따라서 약들이 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결정된다.

고객들은 약간의 수수료와 자신의 병력기록 파일, 혈액샘플을 PPGx사로 보내주면 PPGx는 신청자가 어떤 약품을 피해야 하는지를 조사해 웹사이트에 올려준다. PPGx사의 실제 고객은 대형병원과 약국 등으로 환자에게 어떤 약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들은 수집된 SNP 정보를 따로 가공해 대형 제약회사에 판매한다. 지금까지 SNP는 280만개 정도가 발견되었는데, 전체적으로는 3천만개 정도의 SNP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280만개의 SNP 가운데도 특별히 중요한 것, 예를 들면 특정 질병과 대사과정(약물이 처리되는 과정)과 관련된 SNP는 자체가 엄청난 돈이 되는 정보이므로 결사적인 연구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한 회사는 심장질환자들의 SNP 정보를 분석해 현재의 상태와 관계없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자를 분류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는 현재 400만명의 심장질환자 가운데서 시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할 순서를 재조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개발된 AIDS 치료제나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5% 내외의 특이체질들 역시 이러한 유전정보를 이용해 재분류됐다. 또 지네상스(Genessance)사는 전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대표적 고혈압 치료제들을 임상실험자들에게 투여해, 치료되는 부류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부류,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는 그룹의 SNP 정보를 수집해 새롭게 각 약에 적절한 환자를 재조사한 정보를 팔고 있다. 이런 연구가 결실을 맺으면 미래에는 고혈압에 관여하는 약 17개의 유전자 특성에 따른 서로 다른 170여개의 약이 각 환자에 맞게 따로 판매될 것이다.

검사료·치료비 등를 누가 감당할 건가

미래의 의약은 각 성별·병별·체질별 맞춤치료와 맞춤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래가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글리벡(Gleevec) 사태에서 보듯 이전의 종합감기약이 아니라 매우 좁은 환자들을 상대로 만드는 약은 당연히 그 값이 매우 비쌀 수밖에 없다. 이미 글리벡과 같은 사태가 헤르셉틴(Herceptin)이라는 유방암 치료제에서 일어났다. 이 치료제는 유방암 가운데서도 특별한 유전적 특성(Her-2 유전자가 관여하는 유방암 약 20~30% 정도의 유방암 환자가 해당함)에 특효를 보였지만, 유방암 환자들이 시험 중인 그 약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네텍(Genetech)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자신들을 임상시험에 써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단지 1~2%의 환자를 위해 검사하는 것에서부터 그 검사에서 탈락해 치료제를 써보지 못하는 환자들의 실망감이나 나아가서 배신감까지 매우 복잡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맞춤약이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다국적제약사의 주장은 다소 공허하다. 예를 들면 아주 희귀한 병에 걸린 아이가 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유전적 특성을 확실하게 반영한 기적의 치료제가 있는데 한달에 한병씩, 한병당 1천만원씩 몇년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은 우리를 매우 비참하게 할 것이다. 또는 어느 날 이런 편지를 받았다고 해보자. “당신이 목욕탕에서 흘린 땀에서 추출한 SNP를 분석한 결과, 당신은 10년 이내 위암(Type-Q34)의 가능성이 80% 이상입니다. 다른 약물과 치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오로지 우리가 당신 한분만을 위해 개발한 XXX를 복용하십시오. 더 자세한 사항이 알고 싶으시면 xx로 전화주세요.” 맞춤의학은 단순히 과학의 문제만은 아닌 여러 사회문제를 동반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잘 살아가려면 건강을 물려받든지, 아니면 돈을 물려받든지 해야 할 것이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돈이 없으면 바른 생활로 건강이라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조환규/ 부산대 교수·컴퓨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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