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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3월05일 제449호 

본질이란 무엇인가

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우리는 가끔 본질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가장 흔한 표현으로는 “이 개념·현상·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것이 있다. 그 배경에는 “본질을 알아야 어떤 개념이나 현상에 관한 참된 이해를 얻을 수 있으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만유의 본질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불교에서는 ‘참된 나’를 찾아 수양과 선을 행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평생토록 계속되고도 모자라 여러 세대를 이어가건만 누구도 진정한 자아의 발견을 확언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명확한 증거 위에 구축된다는 자연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 법칙을 살펴보자. 중력은 만유인력으로도 부르는데, 이름에서 드러나듯 뉴턴은 그 본질을 ‘인력’이라고 봤다. 나아가 이 힘은 모든 존재의 공통된 속성이라고 생각했으며, 그에 따라 ‘만유’인력이라고 번역되었다. 이런 생각에서 그는 1665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는 간결한 공식을 세웠다. 그 뒤 이 법칙은 오랫동안 자연의 근본법칙으로 자리잡았다. 그저 수식만으로는 중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감동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봤을까 ‘뉴턴의 사과’라는 유명한 일화가 나중에 덧붙여졌다. 그리하여 후학들에게 처음 발견 당시의 광경을 현장중계처럼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런데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의 본질에 대한 관념을 혁신했다. 중력은 인력이 아니라 ‘공간의 형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떤 질량이 공간에 놓이면 주변 공간이 휘어진다. 묵직한 볼링공을 소파에 얹으면 그 주위가 눌리는 모양을 이루는 것과 같다. 이때 볼링공 가까이 구슬을 굴리면 휘어진 소파면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굴러간다. 이런 경우 볼링공과 구슬이 서로 잡아당긴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즉, 중력은 인력이 아니며, 질량 주위의 공간에 형성된 독특한 모습의 형상일 뿐이다. 그래서 어떻단 말일까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의 해석은 뉴턴의 해석으로는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했다. 빛이 중력장을 지날 때 휘어지는 현상이 그것으로, 종래 당연히 여겼던 빛의 직진 현상은 더 이상 진리가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근래 중력을 마치 반지와도 같은 극미의 고리로 보는 새로운 해석이 제기되었다. 물론 아직 공인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공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신해석이 불가피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테면 ‘반지의 제왕’이 아닌 ‘제왕으로서의 반지’를 찾고 있는 셈이다.

곧 닥칠지 모를 이라크와의 전쟁을 두고 그 본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석유의 지배권 다툼’이라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지만 정작 미국은 부정한다. 그러면서 가장 큰 대의명분으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를 내세운다. 어떤 이는 더 넓은 범위에서 ‘문명의 충돌’로 보기도 한다. 반면 후세인은 ‘현대판 십자군 전쟁’ 또는 ‘알라를 위한 성전’이라며 대항한다. 객관적인 전쟁은 하나지만, 참전하는 군인들, 희생되는 민간인들, 지켜보는 세계인들 사이에 수많은 해석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하여 전쟁의 전후를 막론하고 본질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은 채 해석의 안개에 싸여 역사 속으로 묻혀갈 것이다.

고중숙 ㅣ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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