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기획

이슈추적

성역깨기

마이너리티

기자가뛰어든세상

정치

통일로

경제

2%경제학

특별기고

특별대담

인터뷰

움직이는세계

아시아네트워크

사람이야기

사람과사회

학교!

문화

여행

패션

과학

건강

스포츠

캠페인

보도그뒤




[ 과학 ] 2003년02월26일 제448호 

언제나 비상사태

[고중숙의 사이언스크로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현대를 특징짓는 표현은 꽤 많다. 그 가운데는 과학문명시대·대중문화시대·다원화시대·지구촌사회·포스트모던사회처럼 다소 긍정적 성격의 것도 있지만 불안·상실·단절·소외·해체·불확실성의 시대와 같은 부정적 측면을 가리키는 것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적 표현에 또 하나 더해질 것으로 ‘위험의 시대’라는 것이 있다. 언뜻 생각하면 공학·의학을 비롯한 여러 과학의 발달 덕택으로 인류 사회가 점점 더 건실해지는 것처럼 여겨진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전반적인 겉모습과 달리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증대되고 있는 수많은 위험 요소들은 우리로 하여금 한시도 마음놓을 수 없게 한다.

이런 상황이 가장 강조되는 곳으로는 단연 정치 분야를 꼽을 수 있다. 해방 이후 50여년 동안의 우리 헌정사상 여러 위기상황이 끊임없이 전개되었다. 객관적으로도 그러기는 했지만 군사독재시대에는 의도적으로 조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양상만 다소 달라졌을 뿐 6공 이후에 들어서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으레 “우리는 현재 보기 드물게 격변하는 상황에 살고 있다”는 말로 시작하곤 했다. 이어서 변화·개혁·혁신을 이루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낙오·탈락·소멸할 것이라고 다그쳤다. 사실 좀더 넓게 살펴보면 이는 반드시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그리하여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위기정부는 예외가 아니라 상태(常態)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런 지적은 주로 후진 사회의 속성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이 통례다. 다시 말해 이른바 선진국들이 자랑하는 민주적 정치제도들이 후진국에서는 교묘하게 변용되어 현대적인 독재의 도구로 탈바꿈되는 현상을 가리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애석하게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지금도 모든 사람의 기억에 생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 인도 보팔시의 독가스 폭발 사고 등도 선진국에서라면 거의 상상할 수 없을 결과였다. 현대의 천형이라고 일컬어지는 에이즈(AIDS)도 한 예로 들 수 있다. 비록 완전히 정복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대처법이 개발되어 선진국에서는 어느 정도 의학적·사회적인 통제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전 인구의 약 30%가 감염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구 지하철 사고는 고속 성장을 자랑하던 우리 사회의 현상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하여 분명히 짚어볼 것을 명령하는 듯하다. 그동안의 성장으로 얻은 우리의 위상은 알고 보면 아슬아슬한 위기의 균형 위에 얹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결과는 불가피한 과정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갈수록 위험의 증대 속도가 두드러져 감내할 한계를 이미 지나쳤다고 여겨진다. 흔히 환경과 안전에 대한 투자는 소모적이고 한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극적 사고의 전후를 비교해보면 어느 것이 정말로 생산적인지는 자명해진다. 당연하게도 이 두 분야의 산업은 21세기의 첨단 유망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지겹도록 상시적인 비상사태를 말끔히 해소해가야 할 것이다.

고중숙 ㅣ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









Back to the top  


Home|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이슈추적| 정치| 경제| 문화| 사람과사회| 움직이는세계|

copyright(c) 2003 The Hankyoreh Plus mail to 편집장,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