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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2월19일 제447호 

우연과 필연 사이

[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일러스트레이션/이강훈


올 설날 전후의 몇주 동안 온 나라가 역사상 유례없는 기이한 축제를 경험했다. 45개 숫자 가운데 6개를 추려내는 로또 게임이 그것으로서, 실낱같은 당첨률을 좇아 귀경길 차표의 예매를 연상시키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게임규칙은 매우 단순하며 확률계산도 아주 쉽다. 고교과정에서 배우는 조합의 공식과 계산기를 이용하면 814만5060분의 1이라는 확률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함 뒤에는 냉엄한 수학적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이 작은 확률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전 국민이 한 게임씩 참여한다고 해도 오직 대여섯명밖에 당첨될 수 없다. 기분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교통사고나 벼락으로 사망할 확률보다 더 낮다는 보도가 다퉈나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길한 높은 확률에는 코웃음을 치면서도 로또의 낮은 확률을 바탕으로 드넓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리하여 열풍이 점차 거세질수록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도저히 바랄 수 없는 확률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뒤 기대가 무너지면 그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점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인생은 정도에 따라 성실한 노력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다 보면 진심으로 바라는 소망은 ‘필연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분명 이는 새겨들어야 할 가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인생 더 나아가 우주의 모든 운행이 반드시 필연적 과정으로만 엮인 것은 아니다.

자연과학의 법칙은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필연법칙’과 ‘우연법칙’(또는 확률법칙)으로 나누는 것이다. 필연법칙의 좋은 예는 잘 알려진 뉴턴의 ‘운동의 제2법칙’이다. ‘F=ma’라는 단 3개의 문자로 표현되는 이 식은 20세기 이전의 몇백년간 고전역학이라는 분야의 근본을 이룬다. 실제로 이 법칙은 그 세월 동안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았다.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이 지나는 길은 이 식에 의해 한치의 오차 없이 예측되었다. 덧붙여 1758년 크리스마스의 밤은 결정적인 축복의 무대를 선사했다. 가장 유명한 혜성의 하나인 핼리혜성이 이 법칙으로 계산된 길을 따라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그리하여 위대한 필연법칙은 불멸의 신화를 구축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자연과학의 다른 분야에서 이와 정반대의 특성이 있는 또 다른 ‘제2법칙’이 태동했다. ‘열역학 제2법칙’ 또는 ‘엔트로피 증대법칙’으로 불리는 이 법칙은 통계적 확률에 근거한다. 이에 따르면 우주는 질서와 에너지가 끊임없이 흐트러지고 분산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질서 있는 방향으로 갈 확률보다 흐트러지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아주 중요한 ‘전기’(轉機)가 숨어 있다. 질서 있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완전히 0은 아니라는 점이다. 확률이 0이 아니라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필연적으로’ 그 상태가 실현된다는 사실을 뜻한다. ‘압도적인 무질서로의 확률’과 마찬가지로 ‘미미한 질서로의 확률’도 명백한 수학적 진실이다. 인생은 두 극단 사이의 폭넓은 확률 스펙트럼에서 운행된다. 로또는 이런 현상에 관한 진실 게임의 하나며, 이를 이해하는 한 충분히 즐거운 게임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고중숙 ㅣ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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