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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1월22일 제444호 

나노입자가 태양을 다스린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고분자 태양전지… 이동 발전소로 건물에 설치되고 우주까지 진출


사진/ 태양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미국 파워라이트사가 시판하는 실리콘 태양전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시에 있는 해군 기지. 나(태양)는 이곳에서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어요. 하루에 수천대의 자동차가 드나드는 주차장의 지붕에서 지낸답니다. 나로부터 나오는 열을 수집하기 위한 집열판은 폭 12m에 길이 800m나 됩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집열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더군요. 파워라이트사가 제작한 3천개 이상의 광전지판은 하루에 약 750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어요. 주차장의 집열판은 전력을 생산하면서 일정한 양의 빛이 집열판을 통과할 때 주차장 내부를 밝게 해주기도 해요. 일반 가정집에서도 나의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집열판을 사용하면 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채광이 잘돼 집안 구석구석까지 항상 밝으며 전력소비를 줄이는 건 기본이고 열을 저장하는 축열조를 이용해 온수를 공급받고, 남은 열량은 바닥 온돌을 덥힐 수도 있지요. 이만하면 끝내주는 에너지원 아닌가요.

21세기가 주목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나를 주목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요. 현재 인류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 화석연료는 고갈을 향해 치닫고 있잖아요. 세계의 채굴가능 석유총량은 심해 극지방 타르 석유를 합해 2조억 배럴 안팎이라지요. 전 세계의 연간 석유소비량은 270억 배럴로 앞으로 수년 뒤면 석유 부존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매초 500여만t의 수소들이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나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을테지요. 나 역시 지구를 어여삐 여기고 있어요. 무려 1억5천만km 떨어진 지구별에 매초 170조kW의 에너지를 보낼 정도예요. 이미 에너지대안센터(대표 이필렬 방송대 교수)도 나를 확실하게 인정했어요. 국내 모든 지붕이 저를 이용할 경우 태양전지로 4만GWh 정도의 전력을 생산하고, 태양열 집열기로 연간 270만 배럴의 원유를 대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답니다.


사진/ 국내에서도 태양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친화형 아파트의 태양광 보안등(좌)과 환경운동연합이 세운 에너지 자립형 건물(우). (한겨레 이정우 기자)

실리콘 태양전지의 비경제성을 넘어…

그렇다고 나를 이용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지요. 지구 질량보다 무려 33만배나 되는 거대한 항성인 나를 지구에서 맘대로 다스릴 수는 없으니까요. 나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려면 아주 특별한 기술이 필요해요. 지금까지는 반도체의 원료로 쓰이는 실리콘 등의 무기물로 태양전지를 만들었어요. 이 공정은 매우 까다롭지요. 컴퓨터 칩을 만드는 식으로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어요. 당연히 막대한 비용이 들어 나를 이용한 태양전지 에너지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것보다 10배나 비쌀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는 형태가 제한될 수밖에 없지요. 기존 태양전지는 가로세로 30cm×40cm의 평면 디바이스에서 최대 효율을 보였어요. 이런 까닭에 그동안 태양전지는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인공위성을 비롯한 특수 분야에만 쓰였어요.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약 120억kW를 감당하고도 남을 에너지원인 내가 지구촌 어디에나 널려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어요.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나를 맘대로 다루는 국가는 중동 산유국이 부럽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에너지로 삼는 태양전지 개발, 그것은 실리콘 웨이퍼를 대신하는 유기고분자물질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앤드루 블래커스 교수처럼 특수 미세가공 기술로 실리콘 사용량을 10분의 1로 줄인 ‘슬리버 전지’(Sliver cell)에 관심을 기울이는 연구자도 있지요. 유기고분자물질은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어요. 무기물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플라스틱처럼 곡면·구면 등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잖아요. 아무리 면적이 커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지 않아요. 요즘 태양전지 개발에서 주목받는 게 ‘포르피린’(porphyrin)이라더군요. 포르피린은 식물 속의 엽록체 내에서 태양에너지를 생체에너지로 바꾸는 광합성을 일으키는 물질로 고분자의 안정성을 ‘업그레이드’시킨답니다.

어떤 나라도 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나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삼는 태양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40여년 전부터 인공위성의 전원으로 태양전지를 사용한 미국이 앞서고 있지요. 미국 에너지성은 10MW의 솔라Ⅱ파일로트 플랜트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25년간 2천MW 이상의 태양전지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뉴선샤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국토의 70% 이상이 사막인 오스트레일리아와 일조량이 많은 뉴질랜드는 ‘밀레니엄 솔라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어요. 화석연료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석유회사들도 발빠른 변신을 모색하고 있지요. 셸은 1999년 독일에 세계 최대의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설립했고, 영국석유는 태양전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지요. 대한민국에서는 SK가 연료전지 개발을 서두르는 중이고, 부산대 신기능 발현 고분자 첨단소재 연구사업팀 등이 광전자용 고분자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태양전지의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나왔더군요. 미국에서 나노복합재를 개발하는 ‘나노시스’(Nanosys)사의 공동창업자인 UC버클리대의 화학자 폴 앨리비사토스 교수가 ‘나노막대 고분자 태양전지’ 시제품을 선보인 것이죠. 앨리비사토스 교수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이나 페인트처럼 넓게 펼칠 수 있는 광기전 물질을 아이디어로 내놓아 오래전부터 관심을 끌었어요. 아이디어를 상품화 단계까지 끌어올린 연구팀은 전도성 고분자에 7nm×60nm 크기의 막대 모양 무기질 반도체 결정인 나노막대(Nanorod)를 첨가제로 넣었다고 합니다. 이 전도성 고분자는 유연하게 휘어질 수 있는 소재로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가는 에너지 변환 효율을 나타내 가격 경쟁력도 있을 것 같아요. 나노시스는 앞으로 3년 이내에 실리콘에 기초한 시스템과 같은 효율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나노막대 태양전지(Nanorod Solar Cell)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이제 나는 앨리비사토스의 태양전지를 통해 여러분 곁으로 다가설지도 모르겠네요. 이 회사의 시제품은 불과 200나노미터 두께의 ‘나노막대-고분자’ 복합체입니다. 얇은 층들로 되어 있는 한 전극이 복합체 판재 사이에 끼는 것으로 구조가 복잡한 것은 아니죠. 태양 빛을 이 판재들에 쪼이면 판재들이 광자를 흡수하고 고분자와 나노 막대 속의 전자들을 ‘흥분’시켜 전류가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나노막대 소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애초의 카드뮴셀레나이드(CdSe) 대신 더 많은 태양 빛을 흡수하는 카드뮴텔루라이드(CdTe)를 이용했어요. 또한 나뭇가지 형상의 나노막대 정렬구조로 효율을 높였어요. 전자들도 무작위로 혼합된 것보다 일정한 규칙으로 정렬되어 있으면 전기가 효율적으로 통할 수 있다고 하네요. 나노막대 태양전지들은 쭉 펼쳐진 모양으로 잉크젯 프린팅하거나 표면에 칠해서 만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지하철 광고판 크기의 집광판만으로도 높은 효율성을 보인답니다.

광기전 물질로 태양열을 확실히 삼킨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실리콘 태양전지만 해도 생산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산화황 등의 오염물질을 배출하잖아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지구의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나노막대 태양전지 소재를 찾으려고 합니다. 캔자스주립대 화학자 데이비드 켈리 교수도 고효율의 칼륨셀레나이드(GaSe)와 인듐셀레나이드(InSe) 나노입자를 개발하고 있어요. 이 나노입자는 나를 분리해서 유용한 것만 흡수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가시광은 받아들이지만 잔압을 감소시킬 수 있는 스펙트럼의 붉은색 바깥 부분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아직까지는 이들의 시제품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나로선 ‘다행’이네요.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불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에게 버림받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차세대 태양전력 기술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겠지요.

인류가 나를 이용하는 것은 비단 건물의 지붕에 설치하는 ‘이동 발전소’에 머물지 않아요. 머나먼 ‘비행’ 끝에 지구에 온 나를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주 공간에 있는 ‘동료’들까지 활용하려 하는 것이지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선에 태양광 돛대를 설치한다는 소식도 들리네요. 미국 코스모스 스튜디오사는 울트라급의 얇은 삼각 태양광 패널이 들어 있는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거대한 태양전지 발전소가 우주 공간에 세워지기도 할 것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것으로, 우주 발전소를 가동해 달과 지구를 비롯한 행성 표면에 전기를 보낸다는 야심찬 계획이지요. 이미 미국 로체스터기술연구소의 나노전력실험실은 축구장 크기의 태양전지 패널을 우주에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어요. 깨끗하고 고갈될 염려가 거의 없는 나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기다리렵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대한민국이 비산유국의 설움을 씻을 절호의 기회를 나에게서 찾기 바랍니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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