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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1월15일 제443호 

의식을 밝히는 촛불

고종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글을 빌려 “너 자신을 알라”는 불후의 교훈을 남겼다. 우리는 대개 이를 “스스로의 무지를 깨닫고 겸허한 마음속에서 진리의 길로 나아가라”는 뜻으로 새긴다. 그런데 이 말은 교훈적 차원을 떠나 오늘날 과학적으로도 새로운 뜻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과학은 근세 이래 많은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과학에서 가장 미지의 분야가 ‘앎’이라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지금껏 과학은 주로 외부세계를 향해 지식의 외연(外延)을 넓히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수많은 과학자들은 지식의 근거로서의 의식과 정신현상에 대한 내연(內延)의 길을 더듬고 있다.

우리의 정신작용은 뇌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상식이 확립된 것도 인류 역사에 비춰보면 뜻밖에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뇌를 제거했는데 이는 인간의 영혼이 다른 내장들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뇌가 의식을 담고 있는 곳이란 점이 밝혀졌고, 그제야 뇌는 우리 몸에서 중심적인 부분으로 대우받게 되었다. 20세기 들어 컴퓨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논의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컴퓨터 내부에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있어서 본체는 물론 키보드·마우스·모니터·프린터 등의 주변기기들을 총괄적으로 제어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CPU를 뇌에 비유해 많은 이론을 펼쳐냈다. 하지만 뇌와 CPU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CPU 내부에는 ‘CPU의 CPU’라고 할 또 다른 핵심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뇌의 내부는 그렇지 않다. 뇌는 약 140억개에 이르는 신경세포로 이뤄지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없다. 말하자면 뇌는 매우 민주적인 사회다. 우리의 의식은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조화로운 총체로서 발현될 뿐 어떤 독재적인 요소에 지배되지 않는다.

뇌의 이런 현상과 비견되는 광경은 자연계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그 가운데 파푸아뉴기니의 밤을 현란하게 장식하는 개똥벌레가 유명하다. 열대우림에 사는 이 벌레는 밤이 되면 망그로브 나뭇잎에 모여든다. 초저녁에는 한두 마리부터 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차츰 밤이 깊어지면서 수백수천개로 많아지며, 한밤중이 되면 거대한 무리를 이룬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 많은 개똥벌레들이 마치 어느 한 지휘자의 손끝을 따르는 것처럼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한 리듬에 맞추어 빛을 뿜었다가 암흑을 만들곤 하는 놀라운 광경을 2초에 3회 꼴로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체로도 장관일 뿐 아니라 어찌하여 그 큰 집단이 그토록 경이로운 동기화(同期化)를 이뤄내는가 하는 점은 현대의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2002년 우리의 여름은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서히 모여들었지만 나중에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 한국인의 의식과 기상을 알렸다. 그 물결이 휩쓸고 간 거리에 지난 겨울부터 촛불이 모여들고 있다. 낱낱으로는 미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조용하고도 평화로운 물결 위에서 커다란 한을 품은 두 영혼도 이제는 평안을 찾을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도 우리는 길고 힘겨운 자주의 길을 가야 한다. 촛불행진을 아름답게 승화해 앞날을 가는 우리의 의식 속에 횃불로 남도록 해야겠다.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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