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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3년01월15일 제443호 

녹색혁명 ‘영양실조’

이산화탄소 농도 높아져 곡물 영양소 불균형… 배출량 규제 없으면 배불리 먹고도 질병 앓아


사진/ 박승화 기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700년 무렵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230ppm)가 30% 증가하는 데 무려 300여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 속도가 갈수록 빨라져 2100년 무렵에는 지금의 약 200%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대략 이 농도의 증가 속도는 제곱으로 빨라지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지구의 온난화에서부터 거의 모든 동식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어디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열대림에서 상당량을 흡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떤 이론은 해양 조류가 이를 흡수한다고도 설명하지만 전 지구적 단위의 측정이나 실험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앞으로도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구온난화가 기상이변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에는 별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수확물 많아져도 알맹이는 없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기상이변뿐 아니라 곡식의 영양분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인간은 필요한 에너지의 약 80%를 곡식에서 섭취하고 나머지 20% 정도는 동물성 음식에서 섭취한다. 그런데 이러한 80%를 차지하는 곡식들이 이산화탄소가 증가함에 따라 내용물에 포함된 영양소가 심한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사실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이 밝혀냈다.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은 칼로리와 영양분(Nutrient)으로 구성되어 있다. 칼로리가 높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예컨대 알코올로 이루어진 술은 열량이 매우 높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무기물과 비타민이 매우 적으므로 이것에 의존해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은 다양하다. 혈액 속 산소의 운반에는 철분이 관여하며, 호르몬과 대사과정에 요오드가 꼭 필요하다. 특히 아연은 상처의 치료, 정자의 생성, 효소와 유전자의 생성과 보전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물질이고, 구리·셀레늄·크로뮴·망간·코발트까지 역시 그 필요한 양은 작지만 우리의 생명유지를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만 하는 물질이다.

1980년부터 시작한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식물체 변화 연구의 긍정적() 결과는 식물의 성장이 빨라지고 산출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시베리아 등 이전에는 곡식을 심을 수 없던 추운 지역에서까지 경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프린스턴대학 생물학 연구팀의 이라클리 롤라즈(Irakli Loladze)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높은 이산화탄소 환경에서 곡식의 산출량은 증가하지만 생산되는 곡식의 내용물에는 영양소가 갈수록 적어진다. 생물학자들은 15년 전부터 높은 이산화탄소 환경에서 식물의 성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많은 실험을 해왔다. 이들의 결과를 평면적으로 관찰하면 이산화탄소의 양과 식물의 성장이나 그로부터 생성되는 곡식의 내용물과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가지 공통된 결론은 이산화탄소의 양이 2배가 되면 산출되는 곡식의 양은 약 40%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높은 농도에서 생산된 곡식에 들어 있는 녹말의 농도와 기타 다른 영양소의 양이 이산화탄소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롤라즈 박사는 이러한 실험결과 분석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실험실에서 조성된 갑작스런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식물의 변화는 식물체가 가지는 카오스적 기작으로 인해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이런 결과는 실제적인 자연환경과는 매우 상이할 수밖에 없다. 즉 단기간, 인위적인 조건에서의 식물의 성장에 관여하는 다양한 조건과 실험에 따르는 ‘잡음 요소’(noise factor)로 인해 농도의 영향이 일정하게 나타날 수 없다.

롤라즈 박사팀은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실험결과를 재분석해 공통된 특성을 발견했다. 이들은 연구에서 쌀의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의 2배 증가에 따라 그 속에 포함된 질소와 황, 철, 아연이 각각 이전과 비교해 14%, 5%, 17%, 17%씩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에서 더 활발한 광합성 작용을 통해 자신이 소비하고 성장하는 데 쓰는 용량보다 많은 탄수화물을 생성해낸다. 그런데 소비되지 않은 탄수화물은 세포 내에 과잉으로 저장되고, 이에 따라 자연히 이전 이 자리를 차지하던 수분과 다른 영양분은 밖으로 밀려나가게 된다. 뿌리를 통해 수분이 배출되면 토양 속에 있는 영양분의 농도를 다시 묽게 하므로 토양 속 영양분의 농도를 더 낮게 만들고, 이 수분이 다시 뿌리로 흡수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한 연구팀도 높은 농도에서 생산된 감자에서 철과 아연, 망간, 황의 양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확인했고, 퀸즐랜드대학 단풍나무 실험에서도 약 13종의 무기물의 함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런 사실은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항상 나쁘지는 않으며, 식물의 성장과 곡식 산출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미국 내 몇몇 관변 연구단체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산화탄소의 국제적 규제를 유독 방해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곤혹스런 결과다. 특히 몇몇 단체는 이 연구를 주도하는 롤라즈 박사를 맹렬히 비난하지만, 자신들의 결과를 옹호하거나 롤라즈 박사팀의 결과를 무력화할 아무런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양소 공급 위한 유전자 조작도 불안

한편 주류 생물학자들은 이 결과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곡식의 영양분을 결정하는 것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뿐만이 아니라, 오존의 농도, 기온, 수분, 토양의 질 등 매우 다양하므로 아직 단정하기에는 이른 면이 있다. 만일 영양가가 부족한 곡식만 대량으로 산출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연 부족은 출산율의 현격한 감소와 아동의 발육부진을 초래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질소비료를 강화해 땅을 기름지게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단백질과 비타민A를 감소시키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다른 방법은 유전공학을 이용해 기능성 곡식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쌀과 밀, 옥수수, 카사바, 고구마의 품종을 개량해 아연이 풍부하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비타민A가 보강된 쌀이 이미 나와 있으며, 나아가 아연과 철분을 보강한 유전자 조작 쌀을 연구 중에 있다.

롤라즈 박사팀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더 많은 실험으로 검증될 것이다. 앞으로 부실한 곡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각종 질병과 기아, 이로 인한 종족 간의 분쟁과 같은 전 지구적 재앙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정한 성분이 강화된 기능성 곡식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일단 값이 비싼 것은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종류의 곡식을, 이전보다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곡식에는 우리가 원하는 영양분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칼로리까지 같이 들어온다. 또한 과잉섭취된 탄수화물은 지방질로 바뀌어 뱃살로 차곡차곡 쌓이면서 비만에 따른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환규/ 부산대 교수·컴퓨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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