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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2년04월03일 제403호 

복사기여, 로봇을 카피하라!

정재승의 과학으로 세상읽기


일러스트레이션/ 차승미


부엌에 냉장고가 있다면 사무실엔 복사기가 있다. 묵직하니 사무실 한켠에 자리잡고 하루종일 먹은 것을 똑같이 뱉어내는 우직한 운명을 타고난 테크놀로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첨단’이란 이름에 걸맞게 신기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둔해보이기까지 하는 사무실의 필수품이다. 그러나 최근 꿈의 복사기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3차원 복사기. 글씨를 쓴 종이나 그림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 물건을 집어넣으면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 주형을 뜰 수 있는 복사기가 나왔다. 사람 손을 집어넣으면 손 모양의 3차원 플라스틱 조각품이 나오고, 사람 얼굴을 들이대면 꼭 닮은 석고상을 예술처럼 뽑아내는 조각가 복사기가 등장한 것이다.

자외선을 받으면 딱딱해지는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3차원 복사기는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복사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3차원 스캐닝을 해서 물체의 입체적인 정보를 얻은 뒤 그 모양대로 플라스틱에 자외선 빛을 쪼이면 3차원 물건이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앞으로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3차원 프린터에서 장난감이 그대로 프린트되어 나오는 ‘아빠들의 천국’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장난감 가게를 하는 분들껜 죄송한 얘기지만. 지금은 플라스틱 복사만 가능하지만 앞으로 철·세라믹·종이 등 다양한 재료에 대해서도 3차원 복사가 가능하도록 연구를 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은행이 500원짜리 동전에도 지폐처럼 복사방지 문양을 만들어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발명품이 나오자마자 석달도 되지 않아 다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기술이 나타났다. 3차원 복사기의 원리를 이용해 필요한 부품을 스스로 만드는 로봇이 발명된 것이다. 이 로봇은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 로봇처럼 자신의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사람 모양으로 지나가다가 거미 모양으로 변신하고 싶으면 원래 있던 팔, 다리, 몸통을 기계에 넣고 플라스틱 액체로 만든 다음 거미 모양에 필요한 부품을 3차원 복사기로 그 자리에서 찍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조립하기만 하면 거미 모양으로 변신한다.

제록스 팔로 알토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마크 임 박사팀이 개발한 이 로봇은 화성탐사 로봇이 지형에 따라 스스로 모양을 변신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산업용이나 탐사용, 군사용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변신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단순한 변형만 가능하지만, 언젠가는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로봇 T1000에 버금가는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속 상상력이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앞지르는 것인지, 영화 속 상상력을 과학자들이 현실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쏭달쏭하지만 둔하게만 보이던 복사기가 오늘따라 듬직하게만 보인다.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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