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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2년03월20일 제401호 

배낭형 로켓의 서글픈 최후

정재승의 과학으로 세상읽기


일러스트레이션/ 차승미.


나도 다른 어린아이들처럼 ‘로켓 엔진이 달린 배낭을 메고 하늘을 날아가는 상상’을 종종 하곤 했다. 코미디언이자 영화 감독 심형래씨도 나와 비슷한 몽상을 즐기지 않았나 싶다. 그가 만든 <용가리 1999>에는 그 몽상의 흔적이 그럴듯하게 남아 있다. 전투 요원들이 용가리와 싸울 때 배낭 로켓을 메고 용가리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바로 그 흔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이런 배낭이 발명됐다는 사실이다. 1953년 벨 항공시스템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웬델 무어는 문득 ‘화학 로켓을 등에 메는 형태로 만들어 사람들이 타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아래 발명하게 됐다고 한다. 그저 ‘잠 오지 않는 밤의 몽상’에 지나지 않던 아이디어를 창조적인 결실로 열매 맺게 한 것이었다. 배낭 로켓은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에어쇼에서 인기를 한몸에 독차지하는가 하면, CF에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1965년도에는 <007 Thunderball 작전>에서 제임스 본드의 화려한 무기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운송수단으로 대중화되기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대중적인 인기가 절정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먼저 로켓 배낭은 상당히 위험했다. 로켓에 문제가 생겨 추락이라도 하면 본인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것은 물론이요, 밑에 있던 사람도 날벼락을 맞게 된다.또 착륙할 때 다리를 다칠 위험도 상당히 컸다.또 배낭이 너무 크거나 무거우면 불편하기 때문에 로켓의 용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이 상당히 짧았다.가장 처음 나온 1953년도형 배낭 로켓은 약 20초 정도밖에 떠 있을 수 없었고, 그후로 등장한 것들도 대개 5분을 넘지 못했다. 운송수단으로서는 영 형편없는 ‘무거운 글라이더’였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군사용으로의 전환’이었다. 적진에 침투할 때 사용하면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실제로 미 공군과 육군에서 다량 구매를 하겠다고 계약까지 할 뻔했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군사용으로도 별 쓸모가 있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남의 눈에도 잘 띄고 속도도 느리고 무엇보다도 아무런 방어 기제가 없어서 밑에 있는 사람이 총을 쏘면 그냥 맞아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약 영화에서처럼 용가리와 싸우기 위해 전투요원들이 배낭 로켓을 메고 용가리 근처에 얼씬거렸다간 기-냥 죽음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적당한 용도를 찾지 못한 배낭 로켓을 이제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배낭 로켓은 몇 년 전 ‘아주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이제는 사라진 운송수단 13개’에 꼽혀서 박물관에 보관중이며,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전시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1984년도 LA 올림픽 개막식 때 사람들이 배낭 로켓을 타고 올림픽 경기장 안으로 날아들어와서 성화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50년 전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발명품’에 관해 종종 몽상했던 것이다.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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