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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2년03월13일 제400호 

조류비행, 그 숨겨진 진실

새의 비행 기원에 관한 다양한 해석들… 주금이론·나무서식론 이어 날갯짓이용론 나와


사진/ 새의 비행 기원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새의 공룡기원설에 따른 원시조류 상상도.


지금으로부터 1억5천만년 전의 쥐라기 공원. 육상에는 거대한 파충류가 살았고 은행나무류·소철류 등의 겉씨식물이 번성했으며, 바다에는 앵무조개를 닮은 육식성의 암모나이트가 있었다. 이 즈음에 몸길이 40cm 정도에 몸무게 200g을 조금 웃돌던 ‘아캐옵테리스’(Archaeopteryx)는 마치 글라이더처럼 공중을 날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파충류가 진화한 모습을 간직한 아캐옵테리스. 머리가 작고 부리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으며 50cm가 넘는 날개를 지니고 있었다. 날개는 조그만 몸둥이를 껴안을 기세였다. 그 정도라면 쥐라기의 하늘을 날거나 활공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19세기에 화석으로 실체를 드러낸 아캐옵테리스는 최초로 공중에서 떠다녔을 것으로 추측돼 ‘시조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시조새는 깃털이 좌우로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서로 유착되지 않고 늑골의 검상돌기도 없어 공중을 날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이륙에 필요한 특수 근력도 갖고 있지 않았다. 비행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인 이륙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현재의 조류처럼 공중을 자유롭게 날기에는 역부족인 신체조건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시조새는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공기의 흐름을 타고 하늘을 날았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조새가 글라이더 수준으로라도 비행을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양력’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비행기처럼 날개를 이용해 유체의 흐름과 비스듬한 상태에서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양력이 작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몸을 공중에 지탱할 수 있다. 아캐옵테리스가 시조새의 자리에 오른 것은 바로 양력을 발생시키는 그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조새는 어떻게 양력을 만들었나


사진/ 새의 진화계통도.


현대 과학으로도 양력을 얻어 이륙에 성공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비행기의 경우 이륙 속도는 최저 조종가능 속도의 105∼125% 정도이다. 이 정도의 가속력을 지상에서 얻으려면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비행기라면 프로펠러 제트엔진 등의 추진장치를, 글라이더라면 바람의 에너지나 자체의 중력의 전신 성분을 추력(推力)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시조새는 일체의 추진장치도 없고 최대 주행속력마저 이륙으로 연결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그런 시조새가 이륙에 성공한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는 공기역학 생체공학 이론을 통해 나왔다. 프로펠러 송풍장치를 설계하는 공기역학 전문가 필립 버저스팀은 “시조새가 양날개를 두개의 거대한 노처럼 주행중 앞으로 기울여 어깨부분에서 45도로 회전해 공기를 휘저었다”는 ‘주행이륙’ 가설을 내놓았다. 시조새가 날갯짓을 엔진으로 삼아 추진력을 극대화하면서 가속도를 얻어 공중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시조새가 실제로 주행이륙에 성공했는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주행이륙이 가능하다 해도 비행으로 이어졌는지의 여부를 화석으로 확인할 수 없는 탓이다. 이륙에 성공했을지라도 일반적인 비행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닭도 날개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에 도달하지만 새처럼 자유롭게 나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조새는 완전한 새로서 하늘을 날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창조과학회 학술이사인 계명대 의과대학 서민호 교수는 “시조새에 대해 악어가 독수리로 되다가 실패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존 정글에 서식하는 호에틴이나 투레코처럼 완전한 새임에도 어려서 날개의 손톱과 네발로 기어서 다니다가 성장하면 날개의 기능이 발달해 날아다닌다”고 지적하며 “부리에 이빨이 달린 새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시조새가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의 후손이 아니라 ‘종류대로 창조된’ 하나의 개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조새는 어떻게 지구상에 출현하게 된 것일까.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은 시조새의 조상이 공룡이라고 믿는다. 비행기술의 유래 역시 공룡에서 찾으며 ‘주금(走禽)이론’을 내세운다. 공룡들이 먹이를 좇거나 천적한테서 도망칠 때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두 팔을 뻗어 땅에서 속도를 내면서 앞다리의 깃털이 날개로 진화해 비행기술이 싹텄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시조새의 원형은 뒷다리로 뛰는 육식성 동물인 ‘벨로시랩터’(Velociraptor)가 지목된다. 이 공룡이 앞다리에 난 깃털로 도약을 시도하면서 차츰 날개로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시조새는 다시 이상한 띠처럼 생긴 어깨뼈와 휘어진 발뼈를 가진 새들의 무리인 ‘엔안티오니티스’(Enantionithes)를 거쳐 백악기 후기의 새들인 ‘헤스퍼오니스’(Hesperornis)에 이르러 비행을 위한 완전한 진화를 이룬 것으로 여겨진다. 19세기 이래 새의 공룡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수백 가지의 특징을 보여주는 화석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전이형태의 화석이 나오지 않아 새의 공룡 기원설은 여전히 가설에 머물고 있다.

공룡과 새의 연관성을 부정하며 다른 동물 기원설을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조류전문가 앨랜 페두치아는 “공룡 화석에서 보이는 교원질이나 기타 물질이 깃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그는 ‘론기스쿠아마’(Longisquama)라는 생쥐 크기만한 2억2천만년 전의 화석이 새의 기원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러시아 고생물학자가 중앙아시아에서 발견한 론기스쿠아마 화석의 옆구리에서 논란이 되는 물체가 나왔기 때문이다. 많은 고생물학자들이 나무 사이를 다닐 때 사용한 비늘로 추정한 물체에 대해 공룡-조류설을 부정하는 학자들은 새의 날개로 이어지는 깃털이라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론기스쿠아마의 깃털이 비늘과 날개 사이의 ‘잃어버린 연결고리’일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늘과 날개 사이의 공백을 메울 만한 게 아직까지는 논란에 휩싸인 화석의 깃털 하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날개 퍼덕이다 하늘로 치솟았다”

어떤 이들은 나무에 서식하는 새들에서 기원을 찾는 ‘수상(樹上) 서식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나무 위에 서식하던 조류의 조상이 나뭇가지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깃털 달린 두 앞다리를 흔들어대면서 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력을 극복하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린다. 하지만 날개를 퍼덕거리며 나무에서 서식하는 새에 대한 확실한 화석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스페인에서 발견한 ‘이버로메스오니스’(Iberomesornis) 화석에서 희미한 근거를 찾았을 뿐이다. 발톱은 뒤쪽으로 휘어져 있고 엄지발가락이 아래로 굽어진 이버로메스오니스가 나무에 앉는 능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이버로메스오니스가 나무에서 서식했을지라도 비행능력을 갖추었을지는 의문이다. 땅에서 달리기 위해 근육이 발달한 수각류가 불편한 몸으로 나무에서 지내며 미끄러짐을 연마할 이유가 그다지 없어 보이는 탓이다.

이렇듯 새의 비행 기원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수많은 화석이 발견되었음에도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최근 미국 몬태나대학의 생물학자 케네스 다이얼은 새가 완전히 발육하지 않은 상태에서 날개를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새들의 비행 진화 과정에 관한 새로운 가설을 선보였다. 다이얼은 날지 못하는 자고새 새끼를 쫓는 천적을 이용해 실험했다. 쫓기는 자고새 새끼는 날개를 퍼덕이며 다리를 굽히고 몸을 나무쪽으로 던져 급히 달려 오르는 동작을 취했다. 마치 경주용차가 ‘스포일러’(공기제동판)의 도움으로 트랙쪽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새가 날개를 정신없이 퍼덕이며 나무 옆에서 수직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새의 조상도 비행능력을 갖추지 못한 깃털로 수직상승을 시도하다가 날개로 진화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다이얼의 가설은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생물로 멸종 모델을 대신한 것일 뿐이다. 결국 가설을 증명하는 것은 실험실의 연구자가 아니라 화석지대를 탐색하는 고생물학자들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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