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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2년03월12일 제400호 

무능해야 살아남는다?

정재승의 과학으로 세상읽기

‘충무로 영화 마을에서 경찰 수사계 계장을 뽑아야 할 일이 생겼다. 후보는 <투캅스>의 안성기 경사, <투캅스2>의 김보성 경장, <공공의 적>의 설경구 순경. 서열에 따라 안성기가 계장으로 승진했다. 몇년이 지난 뒤 다시 안성기는 수사계를 잘 관리한 능력을 인정받아 좀더 높은 자리인 수사과 과장(경정)으로 옮겨가고, 계장 자리는 다시 빈자리가 됐다. 그러자 범인을 가장 많이 잡은 김보성이 계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안성기는 계장으로는 유능했으나, 좀더 높은 관리직인 수사과장으로는 그다지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 더이상 승진하지 못하고 남은 공무원 생활을 마감해야만 했다. 김보성은 발로 뛰는 강력계 형사로서는 뛰어난 자질을 보였으나 계장으로서는 그다지 재능이 없었기에 안성기처럼 과장이 되지 못한 채 정년 퇴임할 때까지 경찰서 자리를 지켰다.’


일러스트레이션/ 차승미


이 가상 시나리오는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공무원 사회에서 흔히 보는 승진체계와 직장생활이다. 업무능력이 뛰어나거나 경력이 쌓이면 높은 자리로 옮겨가고 거기서도 재능을 보이면 승진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더이상 승진할 만큼 업무를 잘하지 못하면 남은 인생을 그 자리에서 보내게 된다. 사회학자 로렌스 피터는 ‘직원의 유능함을 승진으로 보상해주는 시스템에서 모든 근로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직책으로까지 승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피터의 원리’(1969)라고 이름 붙였다.

확률론을 연구하는 수학자들은 실제로 피터의 원리가 유효할 경우 얼마나 많은 직책이 유능한 직원들로 채워지는가를 계산해보았다. 수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직장에서의 진급 과정은 신경세포가 옆 신경세포에게 액션 포텐셜을 보내거나, 은행에 손님이 무작위적으로 밀려오는 ‘갱신 과정’(renewal process)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입사한 직원들 중에서 주어진 일에 유능한 능력을 보이는 직원이 50% 정도 된다고 가정하면, 간단한 수학 계산은 “단지 9%의 직책만이 그 일을 유능하게 수행하는 직원들로 채워진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피터의 주장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부분의 직위는 그 직책을 수행하는 데 무능력한 직원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대 관료제 사회의 승진체계라는 것이 유능하면 계속 그 자리를 떠나게 만들어, 결국 ‘더이상 승진하지 못할 정도로’ 업무를 잘 못하는 자리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앉혀놓는다는 얘기다. 피터의 주장은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얻어 계층조직을 연구하는 ‘계층조직론’(hierarchiology)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켰고, 행정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조직사회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사회학적 관찰과 수학적 계산으로 증명된 피터의 원리는 비록 지극히 단순화된 모델이긴 하지만, 관료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공무원들도 위아래 수직 구도의 승진체계가 아니라 인센티브 등을 통해 업무능력을 인정해주고 ‘수평적 팀체제’로 일을 수행한다면,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일 못하고 돈 많이 받는 윗사람들의 숫자는 많이 줄어들 테니까 말이다.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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