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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2년03월06일 제399호 

과학관을 논쟁터로…

대중과 대학의 의사소통 창구로 활용… 만지고 배우며 사회적 쟁점 토론

2년 전 영국에서는 과학관(science museum)에 전시된 기계 하나를 둘러싸고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그것은 첨단과학을 응용한 대단한 기계장치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평범한 자동 주사장치였다. 이 주사장치는 환자의 랩톱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어서 몇 가지 간단한 명령어를 입력하면 환자가 자신의 몸에 주사액을 투여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장치가 단순히 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더이상 치료 가능성이 없이 극심한 고통만 당하고 있는 불치병 말기 환자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장치는 1990년대 중반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의사인 필립 니츠케(Philip Nitschke)가 개발했다. 당시 오스트레일리아 중북부의 직할주인 노던테리토리의 주정부는 엄격한 제한하에서 환자들이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니츠케는 이 법률을 토대로 아무런 희망도 없는 환자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이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연방정부가 이 법률을 무효로 만드는 입법을 했기 때문에 니츠케의 기계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4명이나 되는 환자들이 당국의 허가를 얻어 이 장치를 이용해서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했다.

안락사 기계 전시를 둘러싼 논란


사진/ "보는 과학관에서 만지는 과학관으로." 청소년들이 국립서울과학관에서 물레방아를 이용한 수력발전 실습을 하고 있다.


그뒤 런던 과학관은 문제의 기계를 사들여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입구의 한 전시관(웰컴 윙)에 전시했다. 물론 이 익숙지 않은 전시물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가족단위의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공공장소에서 대중들에게 자발적인 안락사라는 지나치게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이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과학관쪽의 생각은 달랐다. 이 과학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이며 과학교육학자이기도 한 존 듀런트(John Durant)는 법정소송을 예상해서 변호사의 법률적 검토까지 거치면서 전시를 계획한 의도를 “사회의 중요한 윤리적, 법률적,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되는 과학적 주제에 대해 대중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논쟁을 벌일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니츠케의 안락사 기계는 아직도 과학관이 학생들이 숙제를 하기 위해 찾는 특별한 장소인 우리의 현실에서는 조금 낯설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관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좋은 사례이다. 흔히 과학관은 자연사박물관의 거대한 공룡 화석의 경우처럼 사람들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하거나 우주과학이나 생명공학과 같은 최신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을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과학관이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과학에 대한 소양을 높여주고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 주요한 기능으로 이해되는 셈이다. 여기에서 대중은 전시물을 관람하고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받는 수동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는다.

여기에서 한 걸음 진전된 과학관이 외국에서 일반화되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핸즈온’(hands-on)의 접근방식이다. 말 그대로 관람객들이 눈으로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전시물을 조작해보고, 동물의 털을 쓰다듬고 냄새까지 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과학관과 박물관의 역사가 수백년에 이르는 유럽과 미국의 많은 과학관에서는 우리의 “손대지 마시오”라는 위압적인 팻말 대신 “만져보세요”라는 팻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핸즈온 방식은 관람객들이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조작을 통해 전시물을 작동시켜본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과학과 대중 사이의 의사소통을 높인다는 면에서 이러한 접근은 진일보로 평가될 수 있다.

런던 과학관의 안락사 기계 전시는 이러한 의사소통에서 대중들의 역할을 훨씬 더 높이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일반적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자나 전시기획자와 같은 전문가들이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정보나 감동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과정으로 이해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중들이 담당하는 몫에 많은 강조가 주어졌다. 특히 환경오염, 광우병, 유전자조작식품, 생명복제 등 과학기술과 연관된 사회적 문제가 빈번하게 대중 논쟁의 형태로 제기되면서 특정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해당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 집단과 과학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런던 과학관에서 다룬 안락사 문제도 여러 가지 윤리적, 사회적 쟁점을 안고 있으면서 하나의 답이 아닌 여러 개의 답이 나올 수 있는 민감한 과학적 주제 중 하나이다.

일방적 교육이 아닌 논쟁적 문제제기를


사진/ 오른쪽은 영국에서 과학관 전시를 놓고 논쟁을 벌어졌던 안락사 기계.


한 연구에 의하면 과학관을 찾는 시민들이 관람에 할애하는 평균시간은 1시간15분 정도라고 한다. 대개 사람들은 자녀의 숙제를 하거나 특정 전시 프로그램을 관람하는 식의 목표를 가지고 과학관을 찾는다. 이런 목적은 약 30분이면 달성된다. 나머지 시간 중 15분에서 20분가량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관심있는 주제에 우연히 몰두하는 시간이다. 연구자들은 이 짧은 시간이 관람객들이 과학적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과학관에서 보내는 짧은 시간 동안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과학적 주제에 몰두할 수 있다면 그와 연관된 의사결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배아복제와 같은 주제를 과학관의 한 전시실에서 다룬다면, 다른 목적으로 과학관을 찾은 사람들이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제에 대한 정보와 찬반 논거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 주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논쟁에 수반되는 지식을 가지고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 즉 ‘인폼드 시티즌’(informed citizen)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학관에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과학적 논쟁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김동광/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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