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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2년02월27일 제398호 

감자칩은 귀로 먹는다?

정재승의 과학으로 세상읽기


일러스트레이션/ 차승미


먹을 때마다 아삭아삭 소리를 내는 감자칩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과자 중 하나다.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쓴 <마이크로하우스>(Secret House, 1994)를 보면, 영국인들이 1년에 먹어치우는 감자칩이 무려 16만5천t에 이른다는 말이 나온다(참고로 영국인들은 칩을 크리스프스(crisps)라고 부른다).

감자칩은 ‘극장에서 먹었다간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옆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가장 시끄러운 과자 중 하나다. 그러나 감자칩이 대중에게 꾸준하면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에는 그것이 내는 소리와 크게 무관하지 않다. 칩이 이빨 사이에서 부서지며 내는 바삭거리는 소리는 과자의 신선함과 맛을 보장해준다. 포장을 뜯은 지 며칠이 지나 습기로 눅눅해진 감자칩을 먹는 것이 얼마나 고역인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감자칩 회사에 고용된 식품공학자들은 감자칩의 맛뿐만 아니라 그것이 부서지면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먼저 감자칩을 먹으려면 플라스틱 봉투를 뜯어야 하는데, 잘 알다시피 그게 쉽지 않다.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찬 봉투를 뜯으려면 포장의 주름을 잡고 쥐어짜야 한다. 그러는 동안 과자는 안에서 계속 와삭거린다. 온 힘을 다해 포장을 뜯으면 ‘짝∼’ 하는 파열음과 함께 플라스틱 밀봉제가 입을 열면서 감자칩이 한꺼번에 튀어나온다. 포장을 뜯을 때마다 이런 힘겨운 전투를 치러야 하는 것은 제조업자들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내부에 포함된 공기는 유통 과정에서 과자가 부서지지 않고 안전하도록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거친 공격 뒤에야 겨우 열리는 봉투는 과자를 먹기 전부터 파괴 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칩의 크기도 절대 한입에 쏙 들어가지 않도록 만들었다. 바삭한 감자칩을 입에 넣으려면 먼저 앞니로 칩을 잘라야 한다. 감자칩을 먹는 사람이 칩이 부서지는 고주파음을 들으려면 입을 크게 벌리고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곧바로 입 안으로 들어간다면 감자칩은 이내 어금니에 의해 씹힐 것이다. 그러면 씹는 동안 생기는 고주파 성분의 음은 귀에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인간의 머리는 상대적으로 낮고 굵은 160Hz(가운데 도에서 5음계 아래 ‘미’ 정도의 소리)에서만 진동하기 때문에, 입 안에서 만들어진 고주파수 소리는 우리 몸 내부의 턱뼈와 두개골로 여행하는 동안 사라진다.

사람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만큼 바삭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식품공학자들은 당근이나 사과가 씹을 때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당근이나 사과는 수분이 압축된 세포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근이 이와 부딪치는 순간 세포 속에 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시속 160km의 속도로 분출돼 나온다. 물방울들이 단단한 세포벽을 뚫고 나오면서 폭발음을 내는 것이다.

감자칩도 비슷한 원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물론 감자칩은 쉽게 눅눅해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수분을 갖고 있진 않다. 하지만 공장에서 여러 공정과정을 거친 감자칩 세포들은 놀이동산에 널린 풍선마냥 공기로 가득 채워진다. 감자칩이 바삭거리는 것은 세포가 탁 터지면서 공기가 파열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먹는 감자칩은 80%가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감자칩을 입으로 밀어넣고 있지만 귀로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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