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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2년02월05일 제396호 

행복을 만드는 ‘달콤한 알약’

비아그라 아성에 도전하는 해피 메이커… 발기부전·우울증 등 관련 거대시장 형성


사진/ 인간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해피 메이커 의약품이 줄을 잇고 있다. 시판을 앞두고 있는 유프리마.


지난 2월1일 한 대학병원 비뇨기과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안아무개(53)씨는 ‘고개 숙인’ 남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전립선 치료를 받으면서 부작용으로 발기부전(impotence) 증상이 나타난 게 5년 전이다. 당시 발기부전 치료를 하려면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기구를 이용하는 게 고작이었다. 미세한 플라스틱 대롱으로 요도 안에 주입하는 좌약인 뮤즈(MUSE)는 한참 뒤에 나왔다. 50대에 접어들며 별다른 처방을 받지 않던 안씨에게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회춘의 명약이었다. ‘제2의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안씨는 협심증 약물을 복용할 수밖에 없기에 비아그라의 부작용을 고민해야 했다. 그런 안씨가 얼마 전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접했다. 발기부전 치료를 위한 중추작용성 치료제 ‘유프리마’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이날 안씨는 설 전후에야 처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씁쓸히 돌아서야 했다.

성욕을 자극하는 유프리마 시판 눈앞

이미 오래 전부터 남성들은 성적 능력을 높이는 데 골몰했다. 최음제로 이름을 날린 약초로는 인도네시아의 ‘산레고 나뭇잎’, 타이의 ‘붉은 콰오케르’, 아프리카의 ‘요힘베나무’ 등이 있고, 말레이시아에서는 ‘롱가트 알리’라는 최음성분 커피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악어 성분과 타조를 닮은 ‘에뮤’(emu) 알이 정력제로 개발됐고 국내에서도 수컷 누에나방의 번데기에서 추출한 천연정력 증강제로 ‘누에그라’가 상품화되기도 했다. 이런 제품들은 과학적 효능을 인정받지는 못했어도 수요자는 줄을 잇는다. 중앙대의대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는 “남성들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이용하는 것은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거나 라식수술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간의 삶의 질 개선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노년기 남성들이 겪어야 했던 발기부전은 더이상 운명의 굴레가 아니며 여성 5명 중 1명을 슬픔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우울증도 알약 하나로 행복에 다가설 수 있다. 이제 개인의 행복을 증진하는 의약품이 ‘해피 메이커’(Happy maker), 혹은 ‘큐오엘’(Quality of Life)이라는 이름으로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오남용 고시를 앞두고 시판을 위한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는 유프리마는 미국 애보트와 일본 다케다약품공업이 공동 개발했다. 애초 유프리마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주사로 투입하는 약에서 발기 효과를 발견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업그레이드됐다. 이 치료제는 복용 1시간가량 지난 뒤 성적 자극 충동을 일으켜야 발기가 이뤄지는 바이그라의 작용 기전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발기를 촉진한다. 먹지 않고 혀 밑에 넣으면 바로 용해되면서 아포모르핀 성분이 부뇌실핵의 도파민신경체를 자극해 10여분 만에 음경이 발기되도록 한다. 뇌에서 발기과정이 시작되는 셈이다. 그래서 유프리마는 정신적 원인으로 인한 심인성 발기부전에 특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산염과 반응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혈압강하를 유발하는 비아그라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아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사람도 복용할 수 있다. 다만 임상실험에서 다른 치료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제약회사들의 ‘노다지’ 구실을 하고 있다. 화학적 치료에 의해 개선된 성생활을 누리려는 남성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45살 이상 남성의 절반가량이 발기부전으로 고생한다면 우리나라에만 300여만명의 ‘예비복용자’가 있는 셈이다. 현재 250억원 안팎의 발기부전 치료제를 통해 새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 20만명 안팎. 발기부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절반만 치료제를 복용하더라도 시장은 1천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최근 사용이 간편하고 부작용을 줄인 발기부전 치료제가 잇따라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판을 앞둔 제품으로는 유프리마와 함께 비아그라의 아성에 도전하는 치료제로는 릴리-아이코스의 ‘시알리스’, 바이엘의 ‘바데나필’ , 쉐링프라우의 ‘바소맥스’, 국내 동아제약의 ‘DA-8159’ 등이 있다. 이들 치료제는 비아그라의 작용 기전과 거의 유사해 획기적인 치료제로 급부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발기부전 치료제는 비아그라처럼 성분이 혈관을 타고 체내를 돌아다니지 않고 국소(局所)에만 작용해 일체의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는 부작용 없이 국소에만 작용


사진/ 발기부전 치료제의 임상실험 모습. (SYGMA)


노년기의 남성들이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행복의 문에 이르고 있다면 전세계에서 슬픔에 힘겨워하는 3억4천만명이 항우울제인 일라이릴리의 ‘프로작’과 그 아류들인 화이저의 ‘졸로프’, 스미스클라인비참의 ‘팍실’, 솔베이의 ‘루복스’ 등에 의지해야 할 처지에 있다. 이런 약품은 인간의 정서를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신경세포 말단에서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 뇌 속의 세로토닌의 농도를 올려주어 우울증을 치료한다. 지난 1987년에 미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프로작은 슬픔을 행복으로 바꾸는 의약품이라는 의미에서 ‘원조 해피 메이커’로 꼽힌다. 그만큼 항우울제로 명성이 높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500여만명이 처방을 받았고 한해에 30억달러를 웃도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다 교통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왕세자비,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아들을 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 역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배우 캐리 피셔 등도 프로작 복용자 목록에 올라 있다.

현재 시판되는 항우울제는 정신적인 인간의 행복을 모든 이에게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효과가 탁월하고 안전성이 높을지라도 복용자의 3분의 1은 효과를 쉽게 느낄 수 없다. 심지어 약효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소화불량이나 성기능 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최근에는 우울증의 발병 원인을 새롭게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그중 하나가 우울증이 세로토닌의 저하가 아니라 특정 뇌세포의 손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기억과 감정에 관한 두뇌기관인 해마의 뉴런들이 생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데 이바지하는 ‘뇌신경영양인자’(BDNF)를 주목한다. 하지만 BDNF를 활성화하는 약물을 만들더라도 뇌에 전달해 파괴된 세포를 복구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뉴로펩타이드(neuropeptides)를 조절할 수 있는 약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가 개발하는 ‘MK-869’는 최초의 비SSRI계열 항우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세포치료가 가능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찾아 자유롭게 조절한다면 인간의 마음을 화학적으로 성형수술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울증 유발 세포를 치료하는 방법도


사진/ 뚱뚱보도 약물로 치료받을 수 있다. (강재훈 기자)


해피 메이커는 인간의 성적 능력과 심적 행복을 주관할 기세이다. 아무리 약물에 의존하는 행복이 내키지 않는다 할지라도 해피 메이커가 안겨주는 자신감과 해방감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1천만명 이상이 ‘허벅지를 위한 비아그라’라는 로슈의 ‘제니칼’이나 애보트의 ‘리덕필’에 의지하고, 머리 빠진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주는 대머리 치료제로 MSD의 ‘프로페시아’를 이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해피 메이커는 인간의 수명이 무한할 수 있다는 데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인간이 극단적인 고령으로 젊은 날의 생리적 활력을 잃은 상태에서 해피 메이커로 삶의 질을 높이긴 힘들다. 예컨대 기력이 쇠잔한 상태에서 성적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고 부작용 없는 항우울제로 슬픔을 쫓는다 해도 그것이 진정한 기쁨과 행복일 수는 없을 것이다. 고개 숙인 불면의 밤에도 사랑은 피어나고, 슬픔에서 피어난 예술적 감동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해피 메이커가 더욱 놀라운 능력으로 허약한 인간의 구세주로 군림하는 걸 막을 길은 없으리라.

대표적인 해피 메이커 의약품

구분 상품명
(판매 ·개발자)
효능 부작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화이자) 
최초의 시판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로 산화질소로 효소를 활성화시켜 평활근 세포를 이완시킨다. 성교 1시간 전에 복용해야 하며 4,5시간 효과가 지속된다.  저혈압, 두통, 안면홍조 등 
유프리마
(애보트)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아포모르핀'을 주성분으로 도파민의 작용을 증대시켜 발기를 유도한다. 복용이 간편한 설하정으로 20분이면 발기에 이른다.  순간적인 저혈압, 구역질, 어지럼증 등
바소맥스
(쉐링프라우)
시판 주사약물인 펜톨라민을 경구용으로 만들었다. 알파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차단해 발기에 이른다. 이미 멕시코 브라질 등지에서 판매중이다. 코막힘, 현기증 등
바데나빌
(바이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아포모르핀'을 주성분으로 도파민의 작용을 증대시켜 발기를 유도한다. 복용이 간편한 설하정으로 20분이면 발기에 이른다. 순간적인 저혈압, 구역질, 어지럼증 등
시알리스
(릴리)
24시간 약효가 지속되며 다른 약물과 달리 당뇨로 인한 발기부전에도 일부 효과를 발휘한다. 음경의 'PDE-5'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부작용이 줄었다.  가벼운 두통
DA-8159
(동아제약)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으로 피라졸로피리미디논 유도체가 주성분이며 임상실험 중에 있다. 비아그라와 작용 기전이 비슷하지만 부작용은 크게 줄였다고 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
항우울제 프로작
(일라이릴리) 
뇌에서 인간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우울증과 함께 강박증,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공황장애, 비만 등에도 효과가 있다. 불면증, 초조감등 향정신병약의 부작용
졸로프트
(화이자)
프로작의 작용 기전과 같으며 일반적인 부작용이 적게 나타나고 처음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처방된다. 가벼운 불면증, 초조감 등
팍실 (스미스
클라인비참)
가장 새로운 타입의 SSRL로 임상적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강력한 진정효과를 발휘하며 부작용도 최소화했다. 가벼운 불면증, 초조감 등
비만치료제 제니칼
(로슈) 
체내의 지방흡수를 억제해 체중을 줄이기에 식사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복용해도 효과가 있다. 위장관 내에서만 작용하며 전신에 흡수되지 않는다. 기름기 있는 변, 급변, 방귀 등
리덕필
(애보트)
아무리 먹고 싶은 음식물이 있더라도 식탐을 억제할 수 있다.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기에 지방섭취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식욕부진으로 인한 영향실조 등
대머리 치료제 프로페시아
(MSD) 
 최초의 경구용 대머리 치료제로 머리를 빠지게 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차단한다. 국내 임상에서 66%가 머리카락이 나기도 했다. 드물게 성욕감퇴, 발기부전, 정액감소 등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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