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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2년01월23일 제394호 

생체칩이 몸에 들어온다

전자신분증 구실하는 체내 이식형칩… 신속한 질병 진단·치료에 쓰일 전망

미국에서 인공두뇌학(cybernetics)을 연구하는 케빈 워익은 몸에 마이크로칩을 넣으려고 한다. 질병을 진단하는 전자 송신기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은 까닭이다. 그는 언젠가는 자신의 몸에 들어 있는 마이크로칩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예금을 찾을 때 신원확인용 장치로 이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1998년에 자신의 팔꿈치에 초보적인 전자 송신기를 이식하기도 했다. 전자 송신기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아 몸 속에 집어넣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외부에서 스캐너로 전자 송신기의 내용을 읽으면 자신에 관한 각종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요즘 그는 송신기를 통해 자신의 신경조직을 컴퓨터에 연결하는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머지않아 워익은 팔꿈치에 있는 전자 송신기를 떼어내고 새로운 마이크로칩을 몸에 넣고 다닐 것으로 보인다. 인체 내장형 전자칩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어플라이드 디지털 솔루션(ADSX)이 사람 몸 안에 이식할 수 있는 ‘베리칩’(VeriChip)의 상용화에 나선 것이다. 가로 2.1mm에 세로 12mm 크기의 이 마이크로칩은 이식자의 신상과 의료 등에 관한 각종 정보를 최대 60단어까지 기록할 수 있다. 만일 누군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식을 잃었을 경우 특수 스캐너를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재빨리 알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마이크로칩에는 라디오 주파수가 설정되어 있다. 특수 스캐너는 주파수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된다. 현재 미식품의약국(FDA)의 사용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이 칩은 올 상반기 중으로 시판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한 '사이보그'가 출현할 전망이다. 동물의 신원확인용 마이크로칩이 업그레이드된 성능으로 인체에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유기동물의 신원확인 장치로 등장

이미 동물의 세계에서 마이크로칩은 신원확인 장치로 쓰이고 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애완동물들의 전자신분증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완동물을 식별하는 방법은 10여년 전만 해도 살가죽에 신원을 표시하는 문신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칩을 이용한 동물 식별 방법을 도입했다. 잉어의 지느러미 안쪽 부분에 칩을 부착해 잉어가 도난당하거나 다른 잉어와 섞였을 때 식별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마이크로칩은 몸에 넣는 것이라기보다 몸에 붙이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뒤 동물이나 알츠하이머 환자의 팔이나 다리에 부착할 수 있는 이동형 송신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동형 송신기는 위성을 통해 부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로 쓰이고 있다. 그러다가 프랑스에 본사를 둔 동물제약회사 버박(Virbac)이 지난해 동물 몸에 삽입하는 마이크로칩을 내놓았다.

버박의 마이크로칩은 국내에서도 상품명 ‘백홈’(BackHome)으로 체내 이식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겨우 쌀 한톨 크기만 한 백홈은 깨지지 않는 초미니 원통형의 생체 호환성 유리로 만들어졌다. 내부에는 마이크로칩과 안테나 구실을 하는 코일이 들어 있다. 특정 주파수에서만 작동하기에 위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휴대용 기기를 이용해 암호를 기입할 수 있으며 멸균 주사기로 마취없이 피부 속에 삽입한다. 칩에는 동물의 주인과 주치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의 정보가 담겨 있으며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스캐너로 읽을 수 있다. 대한수의사회 병설 백홈 데이터뱅크(www.backhome.or.kr)가 개설되어 동물병원에서 3분 정도 시술한 뒤 등록서류를 데이터뱅크로 보내면 체계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동물이라면 문신을 새기는 정도의 비용으로 마이크로칩을 이식하기에 애완동물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실용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에서만 한해 포획되는 유기동물 수가 2천여 마리에 이른다. 대부분의 유기동물은 광견병이나 각종 전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번 잃어버리면 되찾을 방법이 거의 없다. 결국 유기동물들은 거리를 떠돌다 죽거나 집단 수용시설에 갇히게 된다. 이들에게 전자신분증은 헤어진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포획·관리하는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가축이나 애완동물에게 의무적으로 전자신분증을 시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개, 고양이, 토끼 등은 왼쪽 가슴 위의 피하에, 말, 소 등은 경부 인대나 말갈기 근육에, 조류는 가슴 근육에, 이구아나나 뱀은 등 부위에 시술이 이뤄진다.

하지만 동물들의 전자신분증 구실을 하는 마이크로칩이 사람에게 이식되는 데는 몇 가지 난관이 놓여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다. 마이크로칩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더라도 인체에 삽입하는 ‘바코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알츠하이머 환자처럼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을 돕는다 해도 입력된 정보가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체에 넣어 빼는 것도 수월치 않기에 전자주민증보다 직접적으로 시민생활을 간섭할지도 모른다. 또 이동을 제어하기 힘든 마이크로칩이 인체 내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몰라 섣불리 안심하기도 힘들다. 마이크로칩이 인체의 다른 조직이나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특수물질로 봉합해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얼마든지 목표지점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색깔 변화로 질병 감지할 수도

이런 까닭에 아직까지는 체내 이식형 마이크로칩의 효용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특정 질환을 앓는 사람의 보조 신분증으로 활용되면서 질병 진단용 마이크로칩을 개발하는 데 이바지하길 기대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마이크로칩으로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릴 날이 다가올 것으로 믿는다. 혈액이나 조직 샘플에 존재하는 단백질 패턴을 만들어 마이크로칩에서 질병에 관련된 단백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질병 진단용 마이크로칩은 가로와 세로 각각 1인치 정도의 칩에 수십만 종류의 단백질을 고정시켜 샘플에 포함된 단백질을 한꺼번에 분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패트릭 브라운 박사팀이 2000년에 개발한 마이크로칩은 1ml당 10억분의 1g 농도로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을 검출할 정도로 민감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진단용 외장 마이크로칩이 체내 이식형으로 전환된다면 의학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의료진이 내장 마이크로칩에 단백질별로 형광물질을 입혀 칩에 고정된 단백질에 같은 단백질이 결합하면 색깔을 통해 무선으로 어떤 병이든 조기에 진단하는 게 가능하다. 생체 이식형 마이크로칩이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칩이 몸 안 곳곳을 무리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동력이 내장되어야 한다. 또한 스캐너 없이도 마이크로칩의 상태를 해독하는 게 가능해야 하며, 칩의 정보를 원거리에 전송할 수 있어야만 전방위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내장형 마이크로칩은 동력이라는 엔진을 달지 못했고, 레이저 유도 미사일처럼 목표물을 정확하게 식별해 공격하는 약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칩이 서서히 사람의 몸에 진입할 날을 기다리며 하드웨어의 성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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