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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국제 > 세계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11월08일 제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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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 가자에서의 죽음

150만 주민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집단처벌’… 지속적 폭격 상황에 ‘전면공세’ 예고까지 나와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단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적어도 4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10월31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스라엘군의 성명 내용을 따 “가자 남부지역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해 박격포와 로켓 공격을 퍼부어온 자들을 겨냥한 작전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인터넷판에서 현지 병원 관계자의 말을 따 “이스라엘군 폭격기가 칸유니스 인근 아바산 마을 경찰서를 폭격했다”며 “목숨을 잃은 이들은 하마스 소속 경찰관”이라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또 “이스라엘군은 이날 북부 자발리아 난민캠프에도 공습을 퍼부어 민간인 6명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버려진 땅’ 가자의 전형적인 하루다.


△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식료품과 의약품 공급마저 쉽지 않은 가자지구에서 일가족이 조촐한 한 끼 식사를 나누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향하는 석유와 전력 공급까지 줄이겠다고 나섰다. (사진/ REUTERS/ IBRAHEEM ABU MUSTAFA)

가자의 ‘전형’은 팔레스타인의 ‘전형’과 겹친다. 아랍 권위지 <주간 알아흐람> 최신호 보도를 보자. 지난 10월22일 월요일 새벽,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이스라엘 남부 케트지오트 교도소로 수백 명의 이스라엘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암호명 ‘나츠숀’과 ‘나사다’로 불리는 악명 높은 시위진압 부대의 정예요원들이다. 군인들은 언제나처럼 ‘일상적인 소내 점검’을 한다고 했다. 채 잠에서 깨지 않은 수감자들에게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제 “온갖 상상 가능한 방법으로” 수감자들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안길 차례다. 반항하는 수감자는 ‘무기한’ 독방으로 보내질 게 뻔하다.

수감자들의 분노와 당국의 침묵

이날만큼은 케트지오트의 1200여 팔레스타인 수감자들도 참아내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저항이 시작됐다. 서로의 눈짓만으로도 분노가 모였다. 수감자 지도부는 “해 뜰 때까지만이라도 ‘점검’을 늦춰달라”고 교도소 당국에 호소했다. 총알과 소이탄, 최루가스가 대답 대신 교도소를 덮쳤다. <알아흐람>은 헤브론 출신으로 재판 없이 9개월째 불법 구금돼 있다는 아부 아메드와 몰래 반입한 휴대전화 통해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는 “나치의 집단 수용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케트지오트의 현실이 집단 수용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건을 두고 이스라엘 당국은 “수감자들의 갑작스런 집단 난동에 맞닥뜨린 병사들이 자기방어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며 “치명적인 무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수감자들을 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알아흐람>이 인터뷰한 수감자들은 한목소리로 “범죄를 가리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2시간여 동안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난동’으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다쳤다. 이 가운데 적어도 9명은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머리를 크게 다쳐 뇌출혈을 일으켰던 모하메드 사티 알아쉬카르는 이튿날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해 11월2일 현재까지 침묵하고 있다. ‘점령된 땅’ 팔레스타인에선 늘상 있는 일이다.

석유 공급 감소… 전력 공급도 줄이겠다

10월31일 칸유니스 공습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한 직후 벌어졌다. 〈AP통신〉은 이날 바라크 장관의 말을 따 “가자지구 전면 공세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스라엘군도 이를 원치 않으며, 가능하다면 상황이 바뀌어 공세에 나설 필요가 없어지기 바란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지난 6월 이후 이스라엘은 지속적으로 가자지구에 폭격을 퍼부어왔다. 바라크 장관의 ‘전면 공세’가 대체 어떤 수준의 무력 사용을 말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 지난 10월30일 가자지구에서 한 젊은이가 유엔이 배분한 구호식량을 나르고 있다.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 처벌’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REUTERS/ IBRAHEEM ABU MUSTAFA)

이스라엘이 가자의 목숨 줄을 쥐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손아귀의 힘을 조였다 푸는 것은 오로지 이스라엘 정부의 판단에 달렸다. 가자의 목줄을 쥔 이스라엘의 손에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갈 때마다, 가자는 아비규환의 ‘인도적 재난’으로 내몰린다. 지난 넉 달여 끝없이 나락으로 치닫고 있는 가자의 상황이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외부로 통하는 모든 통로는 끊긴 지 이미 오래다. 식량과 의료품 반입마저 자유롭지 못한데다, 학생과 환자들조차 발길이 묶인 채 발만 구르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10월28일부터 가자지구로 공급되는 석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추가로 가자지구 전력 공급량도 줄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150만 가자 주민을 상대로 벌이는 이스라엘의 ‘집단 처벌’은 국제법상 엄연히 불법 행위다. 유엔도, 유럽연합도 각각 대표단을 파견해 ‘깊은 우려’의 뜻을 이스라엘 정부에 전달했다. 심지어 메나헴 마주즈 이스라엘 법무장관까지 나서 ‘인도적 이유’로 전력 공급을 줄이는 것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 200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가 ‘위법’으로 규정한 ‘분리장벽’ 건설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현 상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봉쇄정책을 선호하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얼마나 효과가 클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하임 라몬 이스라엘 부총리는 “가자에서 로켓이 이스라엘로 날아들지만 않는다면 봉쇄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자 공격의 원인은 “하마스 주도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매일이다시피 날아드는 로켓·박격포탄”이란 게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이다. 올 들어 최근까지 팔레스타인의 로켓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인은 2명이다.

극도의 가난과 끝없는 절망, 점령과 폭력으로 점철된 그 땅이 ‘우호적 지역’이던 때도 있었던가? 지난 9월19일 가자지구를 새삼 ‘적대지역’으로 선포한 이스라엘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외교·안보전문 사이트 ‘PINR’는“이스라엘도 하마스가 자국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강경몰이를 고집하는 데는 따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경몰이를 고집하는 이유

가자의 비극에 대한 책임을 하마스에 들씌워 대중적 지지기반을 붕괴시키는 게 첫 번째 노림수일 터다. 가자가 불행해질수록 하마스 내부에서도 강·온건파로 갈려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게 뻔하다. 동시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공공연히 지지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내부의 분열을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친파타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친하마스 성향의 이란, 시리아 등 외부세력들의 개입 가능성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덤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PINR’는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는 팔레스타인의 다양한 정파가 서로 권력을 향해 무한 경쟁에 나서면서 파편화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150만 주민들이 고통에 허덕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스라엘 시민단체 ‘인권을 위한 외과의사회’는 10월31일 성명을 내어 “가자지구로 통하는 에레츠 검문소가 ‘보안상의 이유’로 다시 폐쇄되면서 심장병·암·내출혈 환자 등 16명의 응급환자가 가자지구에 갇힌 채 신음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군의 철통 봉쇄로 지난 일주일 새 출립허가서를 지닌 응급환자 2명이 에레츠 검문소에서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고 덧붙엿다. ‘학살을 멈춰라!’ 애끊는 구호조차 부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