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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사람과 사회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7월26일 제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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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울리는 지독한 ‘쩐의 전쟁’

학력 낮은 고객 선호하고 추심 기법은 날로 기발해지는 대부업의 현실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내렸어~ 내렸어 내렸어. 낮췄어~ 낮췄어 낮췄어~.”

한 대부업체 광고의 한 장면. 부티 나는 ‘사모님’이 ‘내렸어, 낮췄어’를 반복하며 노래를 부른다. 대부업체가 이자율을 ‘내리고 낮췄으니’ 돈을 많이 대출하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대부업체가 이자율을 자발적으로 낮춘 것 같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재정경제부가 대부업체에 적용되는 최고이자율을 연 66%에서 49%로 인하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7월5일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가방끈 짧고 직업 있는 사람’ 가장 선호

자의든 타의든 이자율을 낮추는 게 대세인 듯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사채업자가 연리 수백%의 고리대를 채무자에게 요구한다. 7월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사채업자 마동포(이원종)는 주인공 금나라(박신양)의 아버지에게 3천만원을 빌려준 뒤 4억원을 갚으라고 강요한다. 이런 고금리의 돈을 받기 위해 협박과 폭행을 서슴지 않고 신체포기 각서까지 받아낸다.

현실에서도 드라마처럼 고리대를 받아내려는 사채업자들과 빚의 수렁에 빠진 채무자들 사이에서 잔인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7월2일 한 현직 검사는 검찰 인터넷 소식지 ‘뉴스프로스’에 “현실에서는 <쩐의 전쟁> 같은 불법은 용납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해 드라마와 현실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자산이 100억원 정도인 중견 대부업체 K사 최아무개(32) 사장도 “예전에는 <쩐의 전쟁> 같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2002년 8월에 대부업법이 제정되면서 상한선을 초과하는 이자를 받거나, 과격한 추심을 했다가는 대부업법 위반으로 쇠고랑을 찰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대부업법 시행령은 이자율을 연 66%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또 폭행·협박,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등의 가혹한 추심 행위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업체 M사의 이아무개(31) 관리팀장은 “법을 어겨서도 안 되지만, 법대로 하면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줄타기’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는 ‘법을 지키면서 일을 하라’고 당부해요. 다들 ‘사람 봐가면서 융통성 있게 하라’는 뜻으로 알아듣죠.”

추심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부업체마다 대출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다. 우선, 합법과 불법을 적절히 배합해도 ‘통할 만한 사람’을 대출 심사 때부터 가린다. 여차하면 불법을 저질러도 크게 문제 제기하지 않을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대부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은 ‘가방끈이 짧으면서도 직업이 있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이런 ‘통할 만한 고객’을 ‘낚아’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이른바 ‘엘리트 대출자’들은 대부업법에 규정된 추심 규제를 알아둔 뒤 불법 추심을 저지르는 채권 추심업자들을 고발하겠다고 오히려 위협하기도 하는 반면, 학력 수준이 낮은 사람일수록 대부업체가 적당히 불법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갈 수 있고 돈 받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M사 이 팀장은 설명했다. “돈을 잘 번다고 해서 돈을 잘 갚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직업 좋은 엘리트들이 법 운운하며 까다롭고 피곤하게 굴어요. 돈을 제일 잘 갚는 사람은 일용직 노동자들이죠. 군말 없이 잘 갚아요.”

“담배 끊어서 한 달에 10만원이라도…”

가방끈 짧고, 추심하기에 만만한 사람을 ‘엄선’하기 위한 대부업체들의 대출 심사는 생각보다 치밀하다. 심사를 할 때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이하 대부협회) 사이트에서 채무자의 ‘신용조회’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때 대부업체들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학력은 물론 이사를 자주 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주민등록이 직권 말소됐는지 등을 확인한다. 한 지역에서 꾸준히 살았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일수록 돈 떼먹고 도망갈 확률이 적다. 고객을 잘 ‘고른’ 뒤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 추심’ 전략을 그때그때 적절히 구사하면서 채권을 회수한다.

‘망신형’은 채무자가 ‘빚쟁이’란 사실을 동네방네에 소문 내서 빚을 받아내는 방법이다. 특히 집안 경조사 때 이 방법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M사 이 팀장이 소개한 실제 사례들. 어느 채무자 딸의 결혼식이었다. 웨딩마치가 울려퍼지면서 아버지와 신부가 입장을 했다. 그때 “돈 갚아라!”고 외치는 아주머니들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예식장을 뒤덮었다. 하객들의 시선은 아주머니들이 들고 있는 ‘돈 못 갚는 ××, 자식 결혼 웬 말이냐!’고 적힌 빨간 플래카드로 옮겨졌다. 결국 그날 채무자는 축의금을 아주머니들에게 몽땅 털리고 나서야 ‘망신’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었다. 채무자가 사는 아파트는 물론 이웃집, 엘리베이터에 ‘빚 갚으라’는 포스터를 붙이거나, 채무자의 직장에 찾아가 난리치는 것도 대부업자들이 애용하는 추심 방법이다.


△ ‘쩐’이 필요한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 위해 대부업체를 기웃거리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329만 명이 5만 개의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인격모욕형’은 자존심이 센 사람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는 방식이다. “당신 부모도 너 같은 빚쟁이를 낳고 좋다고 미역국을 먹었겠지? 쯧쯧.” ‘약점잡기형’은 배우자 몰래 돈을 빌린 이들에게 “남편 혹은 부인에게 확 불어버리겠다”며 협박하는 것으로 돈의 용처가 도박 자금같이 떳떳하지 않을 때 통용된다.

채무자들은 대부분 여러 곳에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이기 때문에 추심업자 처지에서는 다른 채권자들이 빚을 받아내기 전에 적은 돈이라도 빨리 회수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채무자를 감동시켜 돈을 잽싸게 회수하는 추심원도 있다. 굶고 있는 채무자의 아이들에게 자장면을 사주거나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면서 ‘감동’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한발 더 나가 채무자의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부업체 상사가 돈 받으러 다니는 추심원을 닦달해 마음 약한 채무자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추심원을 불쌍하고 미안하게 여겨 돈을 갚게 하는 방식이다. “김 대리는 실적이 안 좋아서 속 터져 죽겠어. 이번달에는 사직서를 쓰라고 해야지. 노모가 암이라 병원비도 많이 들 텐데, 그런 사람이 이렇게 일을 못하니 이 바닥에서 살아남겠어요?”

채무자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것도 추심 방법의 하나다.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하소연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좋아한다. 먼저 채무자가 추심자에게 고함과 욕설을 실컷 지르게 해준다. 분풀이를 하다 지치면 그때부터 채무자들은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한다. 추심자는 이때 오히려 채무자를 달래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 처지 내가 모르는 거 아니잖아요. 최소한의 성의만 보여주세요. 담배만 끊어도 한 달에 10만원은 갚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방법이 안 통한다 싶으면 돌변한다. 채무자의 집에 오줌을 누고 오거나, 집에 있으면서도 문을 안 열어준다 싶으면 채무자의 신발을 몽땅 훔쳐서 버리는 등의 ‘화풀이’를 한다. 이런 식의 화풀이는 정도가 심해지면 ‘위협’이 되고 쪼들리는 채무자에게는 그 자체로 ‘협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은 대부업법 위반으로 ‘걸면 걸릴’ 수 있지만, 살인적인 고금리와 협박에 비하면 약과다.

추심 횡포에 채무자 부친 사망하기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김진희 부장은 “‘쩐의 전쟁’은 드라마 밖 현실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체들이 암암리에 연 200%를 웃도는 고금리를 받을 뿐만 아니라, 폭언·협박을 하고 사기를 치는 등 불법적으로 추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에 접수된 사례들을 보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정희(가명·55)씨는 2004년 생활고 때문에 한 대부업체에서 400만원을 빌렸다. 일수로 매일 5만원씩 100일 동안 갚기로 했지만, 며칠만 돈을 늦게 줘도 사채업자는 연체율을 적용했다. 급기야 이자율은 500% 가까이 됐다. 엄청나게 불어난 이자를 갚지 못하자, 30대 중반의 건장한 사채업자 두 명이 이씨의 임대아파트로 찾아왔다. 한 사채업자가 “차 뒤트렁크에 칼 있지. 가져와”라고 다른 사채업자에게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경찰에 신고하면 밤길에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쳐 아무도 모르게 저 세상으로 가게 하는 수가 있어, 조심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연리 66% 이상 받거나 이런 식으로 추심을 하는 것이 불법인지조차 모르고 당했다.

송광호(53)씨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중 2003년 10월 한 대부업체에서 아버지의 집을 담보로 1천만원을 빌렸다. 950만원을 갚았지만 사채업자는 이자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계속 더 많은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특히 사채업자는 송씨 부인에게도 전화해서 “여기 노친네 대문 앞이거든. 1천만원 안 부치면 노인 집을 경매에 부칠 거야”라고 협박했다. 결국 송씨는 총 7300만원을 사채업자에게 변제해야 했다. 그런데도 사채업자는 농협 직원이라고 사칭해 송씨 아버지의 집으로 쳐들어가 인감을 훔쳤다. 훔친 도장으로 서류를 위조해 1억9천만원의 차용증서를 만들었고, 그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친의 부동산을 강제 경매 신청했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2007년 2월에 사망했다.

채무자의 살림살이를 조사하고 압류 딱지를 붙이는 권한은 법원 집행관에게 있다. 하지만 채무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내일 살림살이 물품목록 검사 겸 압류 들어갑니다”라고 말하는 추심원의 가택 방문에 저항을 못하는 일이 많다. 또 채권기관이 실제로 실행하지도 않았으면서 가짜 ‘압류 및 강제경매 2차 확정 통보서’ ‘형사 고발 및 고소장’ 등을 보내 연체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도 한다. 2006년 2월에는 채무자들에게 빚을 갚게 하려고 법원 우체국 소인을 찍고 재산압류 결정을 내린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한 대부업체 대표가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내리고, 낮추’니 더 ‘독하고, 끈질기게’

이자율을 ‘내리고, 낮추는’ 시대에 사채업자들은 “빌려주긴 쉬워도 받기는 어렵다”고 앓는 소리를 낸다. 법적 규제가 엄격해질수록 그들의 ‘추심 매뉴얼’은 하루가 다르게 ‘독하고, 끈질긴’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드라마 <쩐의 전쟁>은 끝났으나, 현실의 ‘쩐의 전쟁’은 쉽게 종영되지 않을 것 같다.


불법 고리대부업에 대처하는 자세

협박·폭언·말도 안되는 금리… 불법 행위에 당하지 않는 법

채권 추심원의 협박과 폭언, 얼토당토않은 고금리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 없을까? 불법 고리대부업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한 채무자의 자세에 대해 알아보자.

1. 지나치게 잦은 전화도 불법 채권 추심이다.

대부업법 제10조 ‘불법채권추심행위의 금지’ 제1항 제4호는 ‘채무자 또는 그의 관계인에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거나 업무의 평온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몇백 통씩 채권 추심 독촉 전화로 업무를 방해받았거나 협박·폭언을 당했다면 추심원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증인 등 증거 자료를 확보해 금융감독원(www.fss.or.kr의 ‘전자민원 창구’)에 인터넷 민원을 넣거나 형사 고발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피해 상담: 금융감독원 사금융피해신고센터 02-3786-8655,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02-2077-0558~9)

2. 대부업체가 이자율 제한을 위반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봐야 한다.

등록대부업체인 ○○크레디트는 2005년 9월 초 부산에 사는 김아무개씨에게 매월 원금 10만원 상환 조건으로 100만원을 대출해주고 매월 원금 10만원과 이자 5만5천원을 받고 있다. 언뜻 보면, 이자로 5만5천원(월 5.5%, 연 66%)을 받고 있으므로 합법적인 고리대부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사례는 대부업법의 이자율 제한(연 66%, 월 5.5%, 하루 0.18%)을 위반한 것이다. 매월 원금 10만원을 갚는 것이므로 첫 달은 합법적인 고리대부이지만, 둘째 달은 90만원에 대해 5만5천원(월 6.1%, 연 73%), 셋째 달은 80만원에 대해 5만5천원(월 6.8%, 연 82.25%)을 받는 것이므로 이자율 제한 위반이다. 원리금(원금과 이자)을 정상적으로 상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으면 ‘금융감독원의 일수이자율 계산기’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또 민주노동당 인터넷 홈페이지(www.kdlp.org)의 ‘정책자료실’에도 상환액 계산 방식이 나와 있다.

3. 불법 중개 및 불법 중개 수수료도 NO

대부업법 제11조 2항은 ‘대부업자는 대부를 받는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갔다면 사채 이용자는 초과 지출된 돈에 대한 반환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 또 ‘자기 채무상황표’를 작성하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도움이 된다. 자기 채무상황표에는 채무 발생일, 계약서상 금액, 실제 수령 금액, 현재 남아 있는 채무 금액, 원리금·이자 상환(일수·월별), 상환 횟수 등을 적는다.(민주노동당은 원하는 이에게 자기 채무상황표를 나눠주고 있다) 대부계약서도 꼭 챙겨둬야 한다. 대부업체는 대부계약서와 계약 관계 서류를 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간 보관하게 돼 있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서류가 없어졌다고 주장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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