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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사람과 사회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7월26일 제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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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법 지키지도 못할 법

민노당의 조사 결과 드러난 지차제의 허술한 대부업 관리·감독 실태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법정 상한 금리를 훌쩍 넘는 높은 이자율, 협박, 거짓말에서 사기까지! 이 모든 일들이 ‘사채의 세계’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법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등록 및 관리·감독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하게 돼 있다. 지자체의 대부업 관리·감독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2007년 6월에 각 시·도에 공문을 보내 ‘대부업 관련 현황’ 조사를 했다.


△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았던 박신양(금나라)과 이원종(마동포). 대부업에 대한 허술한 관리·감독이 드라마를 더욱 ‘리얼’(현실적)하게 만든다.

서울시 최근에서야 ‘벼락 관리·감독’

민주노동당의 조사 결과 미등록 대부업체의 불법 광고나 고리 피해에 대한 지자체의 단속은 거의 없었다. 또 대부업체의 이자율 위반 행위, 불법 추심 행위의 적발 및 고발 건수도 저조했다. 인천광역시(등록 대부업체 수 730개)의 경우 이자율 위반 행위에 대해 적발·고발된 건수가 아예 없었다. 불법 채권 추심 행위에 대한 적발은 1건, 무등록 대부업체 적발 역시 1건뿐이었다. 전라남도(837개)는 이자율 위반 행위와 불법 채권 추심 행위의 적발 건수가 전무했고, 제주도(115개) 역시 이자율 위반 행위만 1건 적발했을 뿐, 불법 채권 추심 행위 0건, 과태료 부과도 0건이었다.

그나마 대부업체가 많은 특별시·광역시의 경우는 2007년 이전에는 대부업체 불법 행위의 적발·고발이 별로 없다가, 2007년부터 약간 증가했다. 서울시(6201개)가 민주노동당의 공문에 답변한 것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3년부터 2007년 5월까지 불법 행위를 했거나 소재지가 불분명한 215개 대부업체의 등록을 취소했다. 그런데 지난 7월11일에 서울시는 소재지가 불분명한 738개(누적) 업체의 등록을 취소했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4년 동안 대부업체의 등록 취소를 215건밖에 못했는데, 5개월 만에 갑자기 523개나 되는 대부업체의 등록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동현 민주노동당 국장은 “대부업체에 대한 서울시의 ‘벼락 관리·감독’이 최근에 이뤄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도 최근에 이런 ‘벼락 증가’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임동현 국장은 “올해 초 재경부가 ‘사금융 시장 실태 조사’를 했고, 지자체가 이 실태 조사에 참여하면서 대부업 불법 행위의 적발 건수가 예전에 비해 증가하게 된 것 같다”며 “결국 지자체가 평소에 대부업 관리·감독을 체계적이고 일상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22명이 5만 개 대부업체 감독

지자체의 대부업 담당 업무 현황을 보면 대부업체 관리·감독이 허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대부업체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3명, 부산시는 2명, 인천시만 예외적으로 10명이었고, 대전시를 포함한 나머지 7개 시는 각각 1명이었다(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2006). 결국 공무원 22명이 전국 5만 개의 대부업체들을 관리·감독한다는 말이다. 송태경 민주노동당 정책실장은 “대부업을 양성화하기 위해 2002년에 대부업법이 생기면서 대부업체 관리·감독을 지자체가 하게 됐으나 지자체는 대부 시장을 감독할 인력도 전문성도 없다”며 “전문성이 있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대부업체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업을 허용한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금융감독위원회 격인 ‘금융청’이 여러 지역에서 영업하는 대형 대부업체는 직접 관리를 하고, 한 지자체에서만 활동하는 대부업체는 해당 지자체가 감독을 한다. 우리나라도 이번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일정한 자산을 가진 대부업체는 금감위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법조항을 넣어야 했는데 인력·예산 부족을 이유로 그렇게 안 했다. 이는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이자율만 낮출 게 아니라, 대부업체가 이자율 상한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감시하는 ‘대부업 관리·감독 시스템’을 먼저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지키지도 못할 법을 만드느라 땀 뺀다’는 비아냥을 듣기 싫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