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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경제 > 경제2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09월08일 제6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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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의 전성시대

해마다 10% 이상 성장하는 먹는샘물 시장, 외국산 생수도 크게 늘어… 상표 간 수질 차이 별로 없고 유통망 장악이 시장점유율 좌지우지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물 사업을 해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여러 명이다. 전국 각지에서 땅을 파다가 물맛 좋고 수질 기준에 적합한 지하 암반수를 발견했다면서….”(한국먹는샘물협회 관계자)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먹는 물(생수) 페트병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물이 지구 표면의 71%(13억8천만 ㎦)를 덮고 있지만 인간이 마실 수 있는 물은 이 가운데 0.62%에 불과하다. ‘물장사’에 뛰어들어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법도 하다.

수입 생수 수질도 차이 없어

국내 먹는샘물 시장은 1995년 먹는 물 시판이 허용된 이후 해마다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2005년 3230억원 정도다. 500㎖, 550㎖ 등 페트병 먹는샘물은 올해 시장규모가 2200억원, 18.9ℓ짜리(말통)가 주류인 대형 먹는샘물 시장은 1450억원으로 팽창할 것으로 추정된다.


△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먹는샘물 페트병들. 외국산 생수도 에비앙, 볼빅 등 40여 종에 이른다.

국내 먹는샘물 생산업체는 현재 72곳으로, 취수원도 전국 팔도를 망라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먹는샘물 브랜드만 100여 개에 이른다. 페트병 먹는 샘물은 농심이 판매하고 있는 ‘제주 삼다수’(제주도지방개발공사 생산)가 시장점유율 1위인데, 롯데칠성(아이시스·에비앙·볼빅)·석수와퓨리스·한국코카콜라(순수100)·동원F&B(동원샘물)·풀무원샘물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6∼8월 한여름 성수기에만 반짝 생산하고 문을 닫는 업체들도 있다.

먹는샘물은 지상 표층까지 암반의 틈 사이로 솟아오르는 지하 원수(源水)를 먹기에 적합하도록 물리적 처리 등의 방법으로 제조한 물을 뜻한다. 먹는샘물은 어느 지층에서 여과되느냐에 따라 수질과 물맛이 달라진다. 지하수를 뽑아올리기 전에 원수 자체도 수질검사를 거쳐 샘물개발 허가를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원수로 약수를 쓰는 업체는 한 군데도 없다. 약수는 철분 성분 등이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특별한 성분이 많기 때문에 ‘먹는물 수질기준’에 부적합한데다 취수량도 적기 때문이다.

물론 먹는샘물 생산·판매업체들은 저마다 “천혜의 환경에서 길어올려진 최상의 물”이라고 자랑한다. ‘한라산 지하 420m 밑에서 빗물이 수십 겹의 화산 현무암층을 통과하는 동안 각종 미네랄 성분이 용해돼 물맛이 아주 부드럽고 깨끗한 화산 암반수’ ‘알프스에서 3만 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자연이 만들어낸 지하 암석층 청정 물’ ‘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세계 3대 광천 지역에서 뽑아올린 물’. 자연이 거대한 천연 필터 작용을 해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라는 것이다.

취수원이 다른 수많은 먹는샘물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지만, 실제로 상표 간의 수질 차이는 별로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먹는 물 업계가 미네랄이 많고 적음을 따지기도 하지만 수질검사를 해보면 수돗물과 큰 차이가 없다”며 “비싼 값에 팔리는 수입 생수들도 수질 검사를 해보면 국산 생수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먹는샘물협회 쪽은 “수돗물에 비해 먹는샘물은 물리적·화학적 처리를 가장 적게 해 물맛 자체가 살아 있는 물”이라며 “다만, 수돗물도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해버리면 먹는샘물과의 맛 차이를 거의 감지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취수원이 같으면서도 업체들끼리 브랜드를 달리해 팔거나, 경기도·충청도·경상도 등 각각 취수원이 다른 여러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데도 똑같은 상표를 달아 팔아온 업체도 있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최근 표시 기준을 개정해 먹는샘물 페트병은 브랜드 밑에 (브랜드의) 3분의 1 이상 크기의 활자로 수원지를 따로 표시하도록 했다.

먹는 물 시장이 팽창하면서 외국산 생수도 크게 늘고 있다. 환경부에 생수 수입·판매업체로 등록된 업체는 47개사(수입 브랜드는 총 40여 종)에 이른다. 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산 등이 팔리고 있는데, 프랑스산(에비앙·볼빅 등)이 전체 수입 생수의 70%를 차지한다. 에비앙은 알프스 만년설 빙하를 녹여 만든 빙하수라는 점을, 볼빅은 휴화산 청정계곡의 미네랄 워터(천연 광천수)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에비앙과 볼빅 등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를 가진 프랑스의 다농은 일찌감치 국내에 들어와 상류층을 중심으로 한정 판매하다가 몇 해 전부터 롯데칠성음료와 손을 잡았다. 롯데칠성음료의 국내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OEM 하청업체 끌어오는 전쟁도 치열

그러나 국내 생수시장이 토종과 외국 브랜드의 경쟁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성급하다. 수입 생수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서 수입산 비중은 1% 남짓에 그치고 있다. 롯데칠성 쪽은 2005년에 에비앙 40억원, 볼빅 6억원어치를 팔았다고 밝혔다. 수입산이 국내산에 비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비싼 가격 탓이다.


△ 국내 먹는 물 시장은 해마다 10% 이상 팽창하고 있다. 생수를 고르고 있는 소비자.

수입산 먹는샘물은 국산에 비해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비싸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수입 생수는 ‘피지생수’(500㎖) 1800원, ‘트루 알라스카’(500㎖) 1100원, ‘산펠레그리노’(750㎖) 2800원 등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평균 판매가격은 공장도가격으로 500㎖가 국내 샘물은 123원인 데 비해 수입 샘물은 941원에 달한다. 수입 운송에 따른 물류비 때문이다. 환경부 쪽은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수질 차이는 별로 없다. 수입산은 지질 자체가 빙하가 녹은 물이라서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미네랄이 어느 정도 높은 게 인체에 가장 좋은지에 대한 뚜렷한 연구 결과도 없다”고 말했다. 먹는샘물협회 쪽은 “우리나라 물맛이 어느 나라보다 좋고, 한국의 지하 암반수를 따라올 원수지가 별로 없다”며 “외국계 먹는샘물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는 데 지금까지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먹는샘물은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물류비가 많이 든다. 따라서 유통망 마진도 매우 크다. 국산 브랜드 간에 수질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어떤 제품은 대형 마트에서 200원(500㎖)에 팔리고 다른 제품은 편의점에서 700∼800원에 팔리기도 한다.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에 따른 가격 차이다. 어느 국산 먹는샘물 판매업체는 제품 광고에서 ‘황태자의 물’ ‘외교관의 물’이란 문구까지 내세우면서 고급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온갖 현란한 광고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을 좌우하는 건 유통망이다. 국내 먹는샘물 제조업체 중 30여 개 중소업체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다른 업체에 납품만 하고 있다. 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먹는 물 대기업들은 수백 개씩 지역 대리점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가격덤핑·물량지원 경쟁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중이다. 롯데칠성과 한국코카콜라는 음료 유통망을, 석수와퓨리스(진로·하이트 계열)는 주류 영업망을, 농심은 라면과 스낵 대리점을 활용하고 있다. 선발업체와 후발업체 간에 OEM 하청업체를 끌어오는 전쟁도 치열하다. 생산공장은 없이 다른 먹는샘물 업체로부터 제품 전량을 OEM 방식으로 공급받아 위탁판매하는 업체도 있다.

95년 ‘먹는물관리법’으로 생수 부활

생수가 공식 판매되기 시작한 건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다. 당시 외국 선수들이 한국 물을 꺼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생수 판매가 허용됐다. 그러나 올림픽 뒤 근거 법률은 폐지됐고, 생수 생산업자들은 범법자가 되어 당국에 고발 조치되곤 했다. 업자들은 생수 판매 허용을 요구하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줄기차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생수 판매 금지 조처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행복추구권)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95년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해 생수 시판을 다시 자유화했다. 그러나 생수 판매가 재허용되자 계곡물을 그대로 떠서 페트병에 담은 뒤 마개를 닫아 파는 불법 업자들이 난립했다.


△ 먹는샘물에 ‘생수’ 표기는 금지된다. 2004년 ‘세계 물의 날’에 한국수자원공사가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나눠주고 있다.(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이를 뿌리뽑기 위해 2002년부터 병마개세금납부증명제를 시행했고, 그동안 무자료 탈세 거래를 일삼던 중소업체들은 세금 부담(당시 먹는 샘물 업체에 부과된 수질개선부담금은 공장도가격의 20%)을 이기지 못하고 대거 몰락했다. 이 와중에 대기업이 먹는샘물 시장을 장악하고, 중소업체들은 단순 납품업체로 전락한 것이다.

현행 먹는물관리법은 먹는샘물 용기에 ‘생수’ ‘이온수’ ‘약수’ 등의 명칭을 쓰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수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 수돗물 등 다른 물은 ‘죽은 물’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먹는샘물을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명칭은 쓸 수 없다.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공인된 것도 없고, 그래서 게르마늄이 일정량 함유돼 있다는 식의 표시도 용기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먹는샘물은 아직 지상파 TV 광고도 할 수 없다. 정부의 수돗물 공급 최우선 정책에다 마시는 물까지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한 생수도 흘러흘러

육로관광과 함께 ‘금강산샘물’ 수입 재개, ‘백두산천지샘물’도 판매중

지난 2000년 7월 ‘금강산샘물’이 분단 이후 최초로 국내에 반입돼 소비자들한테 선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산 먹는샘물을 편의점 등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어찌된 것일까? 국내 (주)태창과 북한의 능라88무역회사가 합작한 ‘금강산샘물합작회사’가 우여곡절 끝에 2000년 하반기에 들여온 금강산샘물은 금강산에서도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동석동에서 천연 광천수가 두꺼운 화강 암반을 뚫고 솟아나온 샘물이다.


금강산 샘물은 예로부터 산삼과 녹용이 스며 있다는 ‘삼록수’로 불릴 만큼 뛰어난 수질을 자랑한다. 그러나 금강산샘물은 선박을 이용한 반입에 따른 물류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그해 12월 판매를 중단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금강산 육로관광이 허용되면서 육로수송이 가능해져 물류비가 크게 떨어졌고, 이에 따라 태창은 2005년부터 반입을 재개했다. 이름도 ‘금강수’로 바꿔 올해 초부터 홈플러스와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조만간 편의점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격은 500㎖짜리 페트병이 400∼500원, 2ℓ짜리는 800∼900원 정도다.

북한 생수의 주요 취수지는 금강산·신덕산·묘향산 등 청정 샘물로 이름난 곳들인데, ‘강서청산수’ 등 중소업체가 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오는 9월 시판 예정인 ‘백두산천지샘물’은 백두산천지샘물(이사장 강호영·소재지 중국 길림성)과 중국의 장백산천연광천수가 합작한 ‘백두산천지 천연광천수 합작회사’가 생산하는 물이다. 백두산천지샘물 쪽은 “백두산 천지에서 약 10km 거리에 있는 백두산 원시림 지하의 내두천에 원수지를 두고 있다”며 “내두천의 화산용암과 현무암의 갈라진 틈의 깊숙한 곳에서 솟아난 샘물로 세계 3대 광천수로 불린다”고 말했다. 550㎖짜리가 1천원에 팔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