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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1월03일 제6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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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나니? 책에게 물어봐

동화작가와 심리학 전문가가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쓴 감정 교육 책들…일상을 통해 다양한 감정의 세계를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 소개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화가 나면 팔다리가 빳빳해지면서 속에서 불이 치솟는 기분이 들어. 아이들이 내게 짓궂은 장난을 할 때 정말 정말 화가 나.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발을 마구 구르고 싶어. 내 잘못이 아닌데 엄마가 나에게 소리칠 때. 화가 나면 속에서 열이 나고 정수리가 뜨끈해져. …동생에게 내가 화났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때 나는 내가 잘 안 쓰는 노란 모자를 써. 얼굴을 가리도록 푹 뒤집어쓰지. 그러면 동생이 나를 혼자 내버려둬. 화가 나면, 그때마다 이를 닦아. 삼 분 동안. 삼 분이 꽤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무슨 일 때문에 화가 나면 난 나만의 비밀 장소에 가서 웅크리고 있어. 거기서 곰곰이 생각해봐. 그것이 정말 화낼 일인지 아닌지.”(<화야, 그만 화 풀어> 중에서)


△ 감정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내에서도 아이들 감정을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들은 더 효과적인 감정 교육을 제안한다.

외국 서적 의존에서 탈피

아이들의 감정 교육과 아동심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자 국내 출판사들도 이에 발맞춰 몇 년 전부터 감정 교육 관련 서적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출간된 감정 교육 서적을 번역한 책들이 감정 교육 서적의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국내의 동화작가와 심리학 전문가가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쓴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출판 관계자들은 “서양에서 만든 책들도 좋지만 서양의 관점에서 본 감정과 우리가 보는 감정이 다른 부분도 많고 아이들이 만나는 상황이나 문화도 다르다”며 “국내 필진들이 쓰고 그린 감정 교육 서적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책은 올해 나온 천둥거인의 <어린이를 위한 심리학>(박현진 지음, 윤정주 그림) 시리즈다. 1권 <나 좀 내버려 둬!>는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1권에서 다루는 감정은 화, 무서움, 좌절감, 불안, 긴장감, 짜증, 죄책감, 상실감 등 8가지 감정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화 형식으로 그려졌다. 저자는 학교에서 만나는 일상을 통해 다양한 감정의 세계를 보여주고 각각의 감정이 일어나는 상황을 만화로 재미있게 소개한 뒤 감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친구들이 놀려서 화가 난 철민이는 책상을 넘어뜨리고 교실에서 뛰어나간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철민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화가 난 철민이의 모습과 행동 등을 보여주면서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화가 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어떻게 화를 표현해야 하는지와 화를 내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이들 스스로 화를 다룰 수 있도록 한다. 감정 각각에 대한 분석과 설명뿐 아니라 무서움이나 불안 등의 감정이 들 때 하면 좋은 복식호흡 등 몸을 움직이면서 감정을 다루는 방법도 소개한다.


△ <아름다운 감정학교>에 삽입된 일러스트. 이 책은 외로움이나 화,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2권 <왜 나만 미워해!>는 ‘복잡한 감정 이해하기’라는 부제 그대로 열등감이나 질투심 등 아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겪는 복잡한 상황과 감정을 다루고 있다. 책은 아이들이 같은 반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릴 때, 동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을 질투할 때,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할 때 느끼는 감정을 설명과 상황극 등을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은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를 알면 쉽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감정 교육과 표현에 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3권은 현재 집필 중이다.

아빠와 대화하며 심리적 고민 풀어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그보다 어린 아이들의 감정 교육을 돕는 책으로는 최근 출간된 <아름다운 감정학교>(채인선 지음, 아지북스 펴냄) 시리즈가 있다. <슬픔아, 안녕?> <기쁨아, 어서 와> <화야, 그만 화 풀어> 등 5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을 동화와 이야기, 일러스트로 풀어낸다. 특히 각 권마다 감정에 맞게 그려진 일러스트는 아이들에게 시각적으로 감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 마지막에는 아이들의 감정 교육에 대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점과 부모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점을 적어놓았다. 각 권마다 들어 있는 워크북은 좀더 적극적인 감정 교육을 제안한다. 책을 읽은 뒤 워크북에 자기의 감정 상태를 글로 쓰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도록 했다.

임상심리 전문가 이민식 박사가 쓴 <아빠 내 마음이 왜 그래?>(다산어린이 펴냄)는 아빠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아이들의 심리적 고민을 풀어간다. 저자는 아이들의 고민을 학교, 친구, 가족, 공부, 마음 등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행복한 아빠, 행복한 가정을 위한 길찾기’ ‘배려하는 아이, 내 삶을 주도하는 아이로 키우는 아빠의 대화 원칙 5가지’ 등을 실어 아빠와 대화를 통해 아이의 감정을 나누는 법을 소개한다. 18권으로 된 비룡소의 <마음과 생각이 크는 책>(미셸린느 멀리 외 지음, 노은정 옮김) 시리즈는 2003년부터 꾸준히 출간돼 널리 알려진 책이다. 시리즈 중 <화가 나는 건 당연해!> <슬플 때도 있는 거야> <나, 스트레스 받았어!>에서는 미국의 심리상담 교사인 미셸린느 먼디가 화와 슬픔, 스트레스 다루는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부모에게도 감정 교육 서적은 필독서

감정 교육 책을 쥐어주면서 아이들 스스로 자기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추천한 동화책으로는 <바위나리와 아기 별>(마해송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과 <백구>(김민기 지음, 사계절 펴냄), <나쁜 어린이표>(황선미 지음, 웅진닷컴 펴냄), <하도록 말도록>(안미란 지음, 한길사 펴냄), <용감한 꼬마 생쥐>(김서정 지음, 보림 펴냄), <외딴 마을 외딴 집에>(이상교 지음, 아이세움 펴냄) 등이 있다.

책은 아이들이 가장 편하고 쉽게 감정을 접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감정 교육 서적은 필독서다. 화를 유독 잘 내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지, 슬픈 일을 겪어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책을 읽어보자. 그때 아이가 왜 그토록 화를 냈는지, 왜 가만히 있기만 했는지 그 해답이 책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