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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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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매운탕 끓여먹기

폴란드어로 배우는 한국인의 폴란드 살이 13

Smacznego (스마츠네고, 맛있게 드세요!)

폴란드에서 한때 김치가 상품화되어서 판매된 적이 있었다. 귀여운 배추머리 마스코트가 그려져 Kimczi라는 상품명으로 바르샤바 및 폴란드 유명대도시 대형슈퍼에서 많이 진열되어 팔렸는데, 요즘은 그 김치들이 많이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맛보는 그런 포기김치는 아니고 폴란드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샐러드처럼 생긴 겉절이 식의 김치였는데, 판매를 시작할 당시 폴란드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감자나 빵들과 같이 시식회를 개최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고추가루도 많이 들어있고 젓갈도 충분이 들어있어서 그나마 나 같은 혼자 사는 총각에게는 김치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요즘엔 구입이 어려워 참 아쉽다. 김치라는 것이 일단 처음에는 접하기가 정말 어렵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그 맛에 폭 빠지는 것이 김치맛이다.

김치를 좋아하는 폴란드 사람들은 우리 같이 밥과 같이 곁들어 먹는게 아니라, 식사 전 샐러드 먹듯 한 접시를 바로 비워버린다. 한국사람이 옆에서 보아도 저거 안 매울까 하는 우려가 생길 정도이다. 새로운 음식이 물을 건너 새로운 곳으로 가면 그 나라사람들의 음식문화에 한번 걸러지는 것이 당연하다.

외국에 있으면서 정말 못 견디게 그리운 음식이 바로 그 김치와 김치찌개일텐데, 김치는 담그기 어려워 없을지언정 김치찌개를 끓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슈퍼에 가서 절인 양배추 한 봉지를 산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숙성시켜 시큼한 맛이 나는, 잘게 썬 양배추가 있는데, 우리나라 시장에서 새우젓 팔 듯 통 속에 넣어서 무게 달아파는 배추보다 비닐봉지에 포장되어 국물 속에서 푹 쩔은 배추가 더 김치 맛에 가깝다.

우리보다 매운게 좀 약하지만, 고추가루 사는 것도 어렵지 않다. 배추 봉지 속의 국물을 버리지 말고, 찌개 끓일 때 팍팍 넣어야지 아무래도 시큼달작지근한 김치찌개 냄새가 살아나고, 마늘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으므로 마늘을 넣으면 한결 맛이 좋다.

일단 무엇이 허전하다고 생각이 들때는 참치나 돼지고기를 넣으면 좋겠지만, 참치는 일단 캔을 열면 이것이 낚시용 떡밥인지 참치인지 분간이 안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뚜껑을 여는 순간 허걱 하고 놀라게 될 확률이 많다.

돼지고기 살 때는 "아줌마 김치찌개용 돼지고기 주세요" 하면 분명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을 게 분명할 테니, 정확한 부위를 말할 수가 없는 경우 고기진열대를 보면 헝가리 음식 굴라시(Gulasz)용으로 저며놓은 고기를 볼 수 있다.

지방도 적당하고 또 썰어진 크기도 적당해 특별히 다듬을 필요도 없고 정말 좋다. 그렇게 끓인 김치찌개에 풀풀 날리는 안남미로 지은 쌀 한 공기를 옆에 놓고, 마음 좋은 아주머니가 주신 고추장에 오이라도 찍어먹으면......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나지만, 그래도 한국식 식사를 해결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가 있다.

폴란드에서 참치를 처음 샀을 때, 정말 그 떡밥 같은 참치에 심한 분노(!)를 느꼈다. "아니 , 그 살 많고 맛 좋은 고기를 왜 다 이렇게 저며서 죽 같이 만들어놓은거야... 정녕 이 사람들은 우리나라 같이 맛 좋은 참치가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한단 말이냐...."

폴란드에서 몇 년을 살아 본 다음에 그런 분노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참치로 김치찌개를 끓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다음부터...^^ 이곳 사람들은 참치를 샌드위치 할 때 빵에 발라먹거나 샐러드에 넣어서 다른 것들과 버무려 먹기 때문에, 우리나라 같이 살이 단단하게 그대로 남아있는 참치를, 한국에 이사온 폴란드 사람들이 보게 되면 내가 느꼈던 똑 같은 분노를 느낄 것이다. "아니. 이걸로 샌드위치를 어떻게 해먹으라고,, 한국사람들은 폴란드처럼 샌드위치 잘 되는 참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한단 말이냐...."

고기 같은 경우, 우리나라 같이 저며서 구어먹는 요리종류는 없기 때문에, 고기를 사려고 하면 스테이크용으로 썬 것을 사야되거나 아니면 고기덩이를 사서 알아서 해결해야한다.

처음 이곳에 이사와서 고기를 우리식으로 썰어달라고 부탁했다가 고기집 아줌마가 하는 말 "아니, 총각, 고양이나 개한테 먹이려면 집에서 썰어, 여기서 썰어달라고 그러지 말고, 바쁜데,,,,"

폴란드에서 매운탕을 끓어먹고 싶어도, 일단 생선이라는 것이 거의 훈제로 되어있다보니 우리나라 같은 싱싱한 생선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끔은 소금에 절인 자반고등어나 양념장에 조린 생선과 기름에 튀긴 조기라도 하나 먹고 싶지만, 생선을 찾아 일반가게에 가면, 훈제한 청어, 고등어 등이 거의 대부분이고, 훈제가 되지않은 생선이라 한다면, 샌드위치나 샐러드용으로 쓰이는 연어살 정도가 전부이다.

요즘 대도시에 비온 뒤 버섯처럼 늘어나고 있는 대형할인매장에 들어가보면 가자미. 대구, 메기 등의 생선을 날것으로 구할 수 있긴 하다. 매운탕 생각이 간절해서 날생선을 구하려 대형매장에 가서 큰맘 먹고 대구를 샀다.

살림살이가 변변히 없는 우리집 살이에 대구의 굵은 뼈가 우리집 칼로는 자르기가 어림도 없을 것 같아. 아줌마에게 세 조각으로 갈라주세요...하고 무심코 부탁을 했더니.... 예쁘게 세 조각으로 '포'를 떠주는 친절한 아줌마. 매운탕 끓여먹으려고 그 구하기 어려운 쑥갓까지 구했는데......

폴란드도 유럽이니만큼 여기서 먹는 쌀이 찰기가 전혀 없는 동남아시아산 안남미가 대부분이다. 한국쌀을 파는 한국식품점이 있긴 하지만, 값이 엄청나게 비싸 가난한 유학생들은 엄두가 안나는 가격이다.

폴란드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한 한국 여학생. 어느 날 집에 들어오니 그 주인 할머니가 그 귀한 한국쌀을 잔뜩 퍼다가 살만 뒤룩뒤룩 찐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못생긴 비둘기들에게 '사랑스럽게' 뿌리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고 그때 정말 살인충동을 느꼈다나.... 정말 이해가 되는 말이다. 어차피 폴란드 사람들에게야 다 똑 같은 쌀인데.....

폴란드 음식이라고 한다면, 특별히 다른 유럽국가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특별히 유명한 것은 시큼한 맛이 나는 '쥬렉(Zurek)'이라는 귀리로 만든 스프와, 소내장으로 만든 '플라키(Flaki)', 족발을 푹 고아서 고기와 뼈에서 나온 젤라틴을 굳혀서 만든 '족발젤리(? 필자가 임의로 번역한 것인데 폴란드어로는 '누즈카 브 갈라레트체,Nozka w galaretce'라고 불린다.레몬이나 식초를 뿌려먹으면 아주 그만이다) 등이 있고, 중앙아시아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진 고기꼬치구이 '샤스윅'(Szaszlyk)'도 거의 폴란드화된 음식으로 통하고 있다. 폴란드산 소고기로 만든 '큐바사(Kielbasa)'라는 소시지는 그 명성이 과히 세계적이다. 우리나라 순대와 비슷하게, 돼지창자 안에 돼지피와 야채, 그리고 익힌 보리종류의 곡식을 넣은 '카샨카(Kaszanka)'라는 소시지는 순대 생각이 간절할때, '충동'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위에서 말한 바 있는 절인 배추잎으로 만든 '비고스(Bigos)'라는 음식은 정말 우리 입맛에 딱 맞는다. 지방에 따라 고추가루를 많이 섞는 곳이 있는데, 그러면 정말 한국의 김치찌개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런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식 한국음식을 먹고 싶다면, 바르샤바에 가면 5개의 한국음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으니 그리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 중 다수는 일본식당인지 한국식당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게 좀 찜찜하다.

하니리포터 서진석 기자 perkunas@netian.com

홈페이지 : my.netian.com/~perkunas



편집시각 2001년09월04일15시23분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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