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유럽, 러시아 등록 2001.08.14(화) 17:36

[서진석의폴란드살이] 폴란드, 아직 식지않은 '한국 열풍'

한때 동유럽에서 한국을 알리던 몇 가지 중 하나는, 미국 TV 시리즈물 MASH.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에 활동한 미국야전병원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물로, 유럽인들이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던 유일한 시간이었다.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 전쟁으로 피폐한 한국이 한낱 코미디물의 소재로 등장하는 이 프로그램은, 애석하게도 아직도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직 방영된다.

[사진설명]폴란드 전 지역에서 열린 길거리 킥보드 큰잔치. 한국 대기업이 주최한 행사로 가는 곳마다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던 와중, 한국의 모 자동차회사가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여러 곳에 엄청난 투자를 시작했고, 그 전쟁으로 피폐화된 한국이 갑자기 자동차 대량수출국으로 유럽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동유럽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개방을 막 시작하는 나라들에게 일본보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먼저 심어주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자동차에 관한 시리즈는 시청률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도중 하차할 위치에 놓여있다. 구구절절히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믿지만, 현 폴란드에서도 한국기업의 움직임은 귀추가 주목되는 중요한 문제가 된지 오래다.

여기서 한때 자동차산업은 '한국 그 자체'로 인식된 적이 있었다. 올림픽을 개최했지만 한국의 이름조차 모르는 폴란드 사람들도 한국 회사의 이름만 들으면 "오..알아요."하고 반응을 내보일 정도로 한국은 경제발전의 상징과 수출대국으로 인식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니 한국의 경제난은 한국이미지에도 크나큰 장애요인이 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다고 한국의 드라마는 끝났는가? 절대 아니다. 한국에서 만들고 파는 것은 자동차 만이 아니기 때문에...

재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폴란드 대도시 광고판에는 한국인에게 낮설지 않은 상표가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문구업계를 이끌어가는 한 회사의 이름이 눈에 잘 띠게 써있는 볼펜과 노트 광고들. 그 회사가 폴란드에 직접 투자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고품질 문방용품을 전문적으로 수입하여 문방용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한 폴란드 문구회사의 광고였다.

폴란드는 문구사정이 썩 그리 좋지 않다. 우리 같이 아기자기하고 예쁜 문구류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고, 수입품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가격도 만만치 않다. 가격이 저렴한 현지 제품은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폴란드에서 볼펜이라도 한자루 구입한 사람들은 전부 우리나라 80년대와 비교하면서 혀를 차기가 일수다. 폴란드의 한국 볼펜 수입량은 전반적으로 200백만 불에 육박한다. 물론 가격경쟁면에서 상당히 고전을 치르고 있긴 하지만, 고품질 제품이라는 인식은 확실히 굳힌 장본인이다.

한국의 참여로 인해 문방용품계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폴란드 현지생산품은 물론 서유럽 수입품과도 비견되는 상당한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한 문구회사가 본격적으로 폴란드에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곳 젊은이들의 취향을 확 한국식으로 바꿔버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폴란드에서 한국 원단이 인기 있는 것은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폴란드에서도 자국의 브랜드로 꽤 멋진 옷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는데, 필자가 그 옷을 사입고 한국인을 만났을 때, "그 옷 브랜드는 폴란드일지 몰라도, 천은 분명히 한국산이다."

라는 말을 들을 정도, 한국의 원단은 일단 질적인 면으로도 뒤지지 않고, 가젹경쟁도 만만찮다는 평이다.

년간 1억불 정도의 직물을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직물시장면에서 상위를 다투고 있지만, 현재 중국과 대만제 등의 등장으로 역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있다. 어쨌든 원단과 직물은 폴란드에서 자동차 다음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주체가 되고 있다.

폴란드 TV에서 한때 한국의 다소곳한 젊은 여성이 진행하는 광고가 방영되어 폴란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물론 영어로 더빙된 광고가 폴란드어로 번역되어 방송된 것이지만, 누가 보아도 그것은 서울거리에, 한국사람에, 한국상품이었다. 바로 한국 킥보드 광고, 미국 한 회사가 'Don't walk, Just Kick" '걷지 말고 차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 상품화를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고 있는 레저 기구 광고가 한국 여성의 입을 통해 전세계로 방영되는 것이었다. 그 제품이 한국에서 얼마나 수입이 되고 있는지, 그 비중은 어떤지 정확한 근거자료는 아직 나온 것이 없지만, 서유럽과 미국에 국한된 상품광고시장에 한국의 광고가 머리를 드리밀고 나온 것은 아주 놀랄 만한 사실이다.

현재 폴란드 대도시에서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직 아이들 밖에 없지만, 이제 전반적인 계층으로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고, 특별히 놀 것이 없는 폴란드에서 계속 인기를 얻어가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그 광고를 보고 킥보드를 산 사람은 100% 한국산을 샀을 것이다.

폴란드에 진출한 또 다른 한국 기업. 그 기업은 요즘 그 킥보드를 회사홍보에 이용해 회사이미지강화에 나섰다. '폴란드 길거리 킥보드 큰잔치(STREET CUP)'라는 명칭 하에 열린 이 대회는 전 폴란드 대도시에서 열려, 엄청난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대호황을 누렸다.

현재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는 또 다른 주체들은 전자제품과 반도체. 한국 전자제품과 반도체 회사들의 이름은, 좀 아는 폴란드 사람들이 전부 꿰고 아는 정도로, 폴란드에서도 유명하다. 전국 14개 도시의 중심부에서 열린 이 행사는 킥보드를 타고 25m 트랙을 완주하는 아주 단순한 형태. 4세 어린이부터 60세 노인들까지 부담 없이 참가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8월 12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최종결선에 참가한 한 꼬마아이. 이 회사가 어느 나라의 회사인지 아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한국이요, 저 한국 너무너무 좋아해요... 나중에 꼭 가볼 거에요." 라며, 기념품으로 받은 선물을 한아름 안고 폴짝폴짝 뛰며 답한다.

물론 이런 행사의 결과적인 이익이 얼마였고, 앞으로 마케팅상 얼마나 성과가 있을 지는 그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그 행사의 규모와 참가인원을 볼 때, 한국을 자랑하는 아이들이 적은 수가 아닐 것은 확실하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다행히 아직 폴란드에서 시들지 않았다. 한국 자동차회사의 이름이 내걸린 자동차들이 폴란드 전역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아쉬운 것은, MASH에서 보는 피폐한 산골짜기에서 경제를 부강시켜 물건을 만들어파는 나라가 아니라,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글자를 가진 민족으로서의 한국을 새로 인식할 수 있도록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많은 홍보와 참여가 있길 바래본다.

바르샤바 = 하니리포터 서진석 기자 seok_pl@yahoo.com·홈페이지 http://my.netian.com/~perku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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