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유럽, 러시아 등록 2001.08.09(목) 17:10

[서진석의폴란드살이] 폴란드에서 운전하기

폴란드어로 배우는 한국인의 폴란드살이10

Gdzie jest ulica Nowy Swiat? (그제 예스트 울리차 노비 슈비앗? 노비 슈비앗 거리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제 예스트'는 장소를 물어볼 때 쓰는 표현, '울리차'는 '거리'라는 뜻)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은 어디나 도시구획이 잘 되어있으며, 특히 거리표시가 잘 되어있어서 지도만 있으면 어디나 찾아갈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런 장점을 이용해 보고자 우리나라 서울 남부에도 거리표시제도를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남부에서 거리마다 이름이 붙어있는 것을 본게 아마 거의 2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아직까지 시행이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골목골목 붙어있는 거리이름, 게다가 무슨 1가, 무슨 2가, 이런 식으로 붙혀진 거리이름들은 솔직히 지도가 있어도 길을 찾는데 그리 도움이 되어보이지가 않았다.

[사진설명]바르샤바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노비 슈비앗(Nowy Swiat)' 거리. 이 거리주변으로 한국인들이 좀 살고 있다. 필자도 포함해서...

다른 유럽의 도시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바르샤바만큼은 거리표시제도가 정말 편하게 되어있다(내가 정말 폴란드에서 좋아하는 얼마 안되는 것 중 하나일 정도로....). 일단 도시 한복판의 큰 도시는 빼놓고, 거리이름은 일정구역마다 전부 특색이 있게 지어져 있다. 예를 들어, 이 쪽 지역은 전부 문학가 이름, 이쪽은 음악가 이름, 이 쪽은 유명한 휴양지 이름, 이쪽 지역은 중세시대 역사적 인물 이름 등. 필자가 한때 살았던, 숲을 가까이 한 동네는 전부다 조류이름을 거리이름으로 쓴 곳이었다. 제비 거리, 개똥지빠귀 거리, 홍학 거리. 개똥지빠귀 거리에 살면서 뻐꾸기 거리에 있는 가게에 장을 보러가고, 돌아오는 길에 두루미 거리를 지나 우체국을 들러서 오고...정말 그 동네는 아침마다 산새들이 하도 울어서 잠을 설치는 그런 지역이긴 했다. 겨울에 먹을 것이 없는 산새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나무에 걸어두는 친절한 주민들에 걸맞는, 아름다운 거리이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강을 중심으로 바르샤바의 동편에는 미국로, 아프리카로 등 나라와 대륙이름을 딴 지역이 있는데, 그곳에 한국로 ulica Koreanska가 있다. 어떤 경위로 그 거리이름이 한국로가 되어있는지는 모르지만, 거리가 워낙 작아서 지도상에 거리이름도 표시할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그런 식으로도 한국의 이름이 불리워지는게 정말 좋은건지...

이렇게 되고 보니 택시기사가 어떤 거리이름을 들었을 때, 정확한 지역은 모르더라도 일단 거리이름의 특색을 떠올려 일단 그 근처 지역을 찾고, 그리고 정확한 거리는 근처에서 지도를 보아서 찾아낸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중구난방으로 대충 예쁘고 부르기 쉽게 붙혀진 이름은,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자신이 있는 지역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위치를 쉽게 알게 해주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거리제도에 관해서라면, 정말 칭찬해줄만 하지만, 길 자체를 두고 얘기하자면 사정이 좀 다르다. 폴란드 전역을 두고 얘기할 때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곳이 전 폴란드 영토의 20%가 채 안된다. 도시간을 연결하는 도로는 보통 왕복2차선의 좁은 길이 대부분이다. 물론 국도들을 확장하는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대도시간 연결도로는 4차선 고속국도로 많이 새로 깔리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폴란드의 도로사정은, 주변국가들과 비교해보았을 때도 폴란드에 대한 썩 좋은 인상을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바르샤바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편차는 도로에서부터 나타난다. 동부지역의 경우 4차선 고속국도는 '거의' 없고, 깊은 둔턱이 곳곳에 있는 2차선 국도에, 가는 곳마다 걸리는 신호등, 그리고 대형트럭과의 목숨을 건 한판 승부...그런 상황에서 시속 50km 이상을 넘기기가 아주 힘들다.

외부순환도로가 있는 곳도 정말 드물다(없다고 하는게 나은건 아닐까?(바르샤바에도 아직 없다). 폴란드 동부에서 서부로 횡단을 해야할 경우, 중간에 만나는 대도시는 전부 시내중심가를 통과해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폴란드처럼 신호가 자주 바뀌는 곳이 없다. 그런 자주 바뀌는 신호로 4거리는 정체가 되기 쉽고, 그런 시내한복판을 빠져나가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길도 좁고. 그냥 한적하게 여행하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폴란드 몇 대 도시 안에 들지않지만 그래도 좀 알려진 도시들이라 할지라도, 국경을 통과하는 화물운송차량이 밤이고 낮이고 주택가를 통과해 지나가기 때문에,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또 일단 국경간의 길이 뻔하고, 또 아무나 쉽게 점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폴란드 정책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국도를 점거하고 시위를 하기가 일쑤다. 국도를 점거하는 것은 국가간 연결통로를 막는다는 것이고, 돌아갈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 국도점거는 사람들이 벌벌 떠는 무서운 시위방법 중 하나가 되었다. 간호사, 농민, 중고차 판매사업자 등이 요즘 국도를 점령하여 전 폴란드를 서늘하게 한 바 있다.

폴란드 전체가 남한의 3배가 되지만, 인구가 3천5백만명 안팎이기 때문에 도시가 그리 많지는 않다. 시가지가 없는 지역은 숲이 우거진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런 곳에 도로만 깔려있으니 숲 속을 운전하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시야의 변화가 없어서 졸음운전의 위험이 있다. 국가간을 연결하는 주요국도의 그런 한적한 숲길엔 일반인들이 숲에서 딴 버섯이나 산과일들을 내놓고 파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띄엄띄엄 여성들이 서있는 경우가 있다. 그 여자들이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옆자리를 제공해보라.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등에서 건너온, 국도변에 서서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직업여성들'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운전을 해온 탓인지 폴란드 사람들의 운전습관은 그리 고상한 편은 아니다. 한국인과 견줄만하다. 참고로 폴란드도 국제운전면허증이 통용되며, 좀 복잡하긴 하지만, 한국면허증도 과정을 거치면, 폴란드 면허증으로 갱신할 수 있다고 '들었다'.

바르샤바 = 하니리포터 서진석 기자 seok_pl@yahoo.com 홈페이지 http://my.netian.com/~perkunas

http://www.hani.co.kr/section-014007501/2001/08/0140075012001080917100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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