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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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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여, 이름을 바로 씁시다!

폴란드어로 배우는 한국인의 폴란드살이⑦ - Jak masz na imie?(약 마시 나 이미엥? = 이름이 무엇입니까?)

폴란드 사람들은 이름이 정말 단순하다. 물론 유럽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겠지만, 폴란드 사람들이 쓰는 이름은 정말 다 꼽아봐도 50개가 될까말까할 정도(물론 직접 세보진 않았지만,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

남자이름의 경우 피요트르(Piotr), 안제이(Andrzej), 크시스토프(Krzystof), 미하우(Michal), 빠베우(Pawel), 그제고즈(Grzegorz) 등, 여자의 경우 마리아(Maria), 모니카(Monika), 아가타(Agata), 에바(Ewa) 등의 이름이 아주 많다. 용기가 있는 사람은 바르샤바 한복판에서 ‘피오트르’하고 불러보라, 아마 반수 이상은 고개를 돌려볼 것이다.

[사진설명]바르샤바 구시가지에 있는 바르바칸

서구의 다른 나라처럼 성서에 나오는 인물을 따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 영어로 번역하면 거의 전부는 Chris, John, Michael. Andrew, Peter 등의 귀에 익은 이름들이다. 그 외에도 슬라브 성인이나, 폴란드 전통에서 나오는 이름들도 상당수 있다. 자기 이름 외에도 부칭을 이름으로 같이 기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폴란드 사람들은 이름을 두개씩 가질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폴란드인들의 신분증엔 자신의 이름과 부칭과 성이 기록되므로 처음 보는 한국사람은 참 이름 길다 하면서 혀를 내두른다.

당연히 성은 이름 뒤에 쓰지만, 공문서에는 성이 이름 앞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그럴 경우 성 뒤에 쉼표를 찍어 성이 앞으로 나온 사실을 표시해둔다(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헝가리 같은 경우는 성을 항상 이름 앞에 표기한다)

유럽에서 아주 유명한 가정명절 중엔 명명일이라는 것이 있는데, 폴란드에선 명명일(imieniny)이 생일보다 더 높게 평가되는 날이다. 이름마다 정해진 기념일이 있어서, 그 날은 생일을 능가하는 잔치를 벌인다. 말하자면 폴란드인들은 일년에 두번씩 자기와 관련된 기념일을 가지는 셈이다 한번은 생일, 한번은 명명일, 그나마 나이가 들면, 생일은 보통 안챙기고 명명일만 기념하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런지는 솔직히 전통과 역사가 그렇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 별다른 의미도 없이 그냥 다른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어지는 이름이지만, 폴란드 사람들은 그런 이름에도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자녀들의 이름을 부모님이 직접 지어준다는 말을 들으면 신기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동양사람의 이름엔 전부 특정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신기한 이름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폴란드 사람들을 비롯한 유럽사람들은 잘 알기가 힘들다.

한국사람들의 이름이 두 음절인지 세 음절인지, 이것이 성인지 이름인지 가르쳐주기 전에는 알기가 어렵다. 폴란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한국인들이 쓰고 있는 성, 이름표기가 일관성이 없고 알아보기가 힘들어서라고 말하는게 더 낫다.

유럽에서 한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그냥 성만 쓰는 법 - 미스터 리, 미스터 김, 아니면 그냥 김

2)이니셜 약자로 쓰는 법 - YS, DJ 처럼, 그럼 자기가 무슨 대통령 후보처럼 느낄 수 있다.

3)서양식 이름을 쓰는 방법 - 잔, 피러, 매리아,

4)부르기 쉽게 짧게 줄이는 방법 - ‘진석’인 경우 그냥 ‘진’, 아니면 그냥 ‘석’, 그러다가 동생이나 같은 돌림자 친구가 놀러오면 부르는 사람이 엄청나게 혼동한다.

5)그냥 꿋꿋하게 어려운 자기 이름을 쓰는 경우 - 외국인이 혀가 아플 정도로 연습을 시킨다. 몇 번 시키면 다들 따라하는데 금방 다들 까먹는다. 쟤 이름이 긴석이야? 질성인가?

물론 각자 또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일단 홍길동이란 이름이 있을 때, 일반적인 표기는 Gil Dong Hong. 한국사람이야 당연히 어느 것이 성인지 구분을 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성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성이 ‘홍’이라는 것은 알아낸 다름에도 이름이 ‘길’과 ‘동’ 두 개인줄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단 이름이 두 개인 것으로 착각하고 Gil이나 Dong만 쓰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두 음절은 같이 붙혀쓰면 좋겠지만, 한국사람들은 한글표기에 민감하여 각 음절을 떼어쓰는 경향이 있다. 내 생각으로는 붙혀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외국인들에겐 하이픈으로 연결하는 것도 이상해 보이고 솔직히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모르겠다. 이곳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는 다른 문화가 있나보다 하고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려는 경향이, 애석하게도 없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성을 꼭 뒤에 써야하는 이유는 ‘없다’. 이곳에서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성을 이름 앞에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그렇지 않고 이름만으로 구별하려면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가 차라리 쉽다), 그런 자리에서 성을 뒤에 써버리면 이름이 성으로 둔갑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유럽이라고 성을 뒤에 써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난 유럽사람이건 미국사람이건 한국에 온 외국사람의 성을 이름 앞에 쓰는 것을 한번도 본 일이 없다. 길동 홍이 될지언정 빌 클린턴은 클린턴 빌이 될 수 없다. 성을 앞에 쓸 경우 뒤에 쉼표를 찍던지 하면 이름과 혼동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한국사람마다 자기 이름을 표기하는 법이 다 다르므로, 폴란드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유럽사람들은 한국인 이름에 엄청나게 어색해 한다. 한국인 회사에서 수년간 근무한 현지인 직원들도 한국사람의 이름이 두 음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니까.

각 나라마다 쓰는 문자도 다르고, 발음법도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모든 이들이 이름을 서양식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 자신의 성과 이름을 분명히 할 필요가 다분하다. 한국인의 이름이 외국인들에게 엄청나게 발음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렵다는 것은 해보지 않아서 생소한 경우에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한국식으로 정확한 발음을 유도해 내는 것도 무리이다. 각 나라의발음 사정에 따라서 서진석이 ‘소진속’이라고 들릴 수도 있고, 김영철이 ‘김용촐’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일본사람의 이름인 경우 성과 이름을 분간하기가 이곳 사람에게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일단 발음하기도 쉽고, 그리고 모든 음절을 붙혀쓰기 때문에 이질감도 덜 하다.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병신 같은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하나 하나 한국인의 모습을 등한시하고 서구의 잣대에 짜맞추어 나가다보면, 한국사람의 것은 영원히 이상할 것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영어의 John은 폴란드에서는 Jan이 되고, 이탈리아에서는 Giovanni가 되고, 리투아니아에 가면 Jonas가 된다. 이름은 각자의 국적과 자기 자신을 알리는 기호이고, 자신의 얼굴이다. 이제 우리의 얼굴을 우리 식으로 제대로 알리는 일에도 좀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한국사람들이 어떤 이름을 쓰고 있는지는 제대로 알게 해야하지 않는가?

폴란드 바르샤바 = 하니리포터 서진석 ▶홈페이지 http://my.netian.com/~perkunas

편집시각 2001년07월19일19시03분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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