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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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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인들의 '진 도브리!'

Dzien Dobry!(진 도브리! 사시사철 언제 어디서고 폭넓게 쓰이는 인사말 해석하자면 좋은 날)

폴란드 사람들은 인사를 참 많이 한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를 시키더라도, 문방구에 가서 연필을 사더라도, 작은 가판대에서 표를 사더라도 이곳 사람들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로 만남을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거나, 같은 기차칸에 앉게 되거나, 무언가 잘못 되어 따지러 가는 경우에서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한후 조목조목 문제를 들추어내어 따지는 사람들이 이곳 사람들이다.

유럽 사람들 치고 인사에 인색한 사람들이 없다고 하던가. 우리나라 같이 고개를 숙이고 하는 인사 같이 동작이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일단 인사하기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쉽다.

솔직히 상대방이 안녕한지 안한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색하게 안녕하냐고 묻는 것도 정말 이상하다. '안녕하지 않은데요.' 그런 대답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반면 그냥 '좋은 날'하며 객관적인 주제로 인사를 하게 되면 어색한 것도 없다. 날씨가 안좋더라고 그건 누구를 탓할 이유도 아니고, 뭐 자기가 어쩔 수 없는 문제니까. 우리 같이 상대방이 나이가 얼만지 또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고려하여 인사말을 골라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인사를 하면서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거나 주위상황을 살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폴란드인들은 인사를 참 자주 한다. 인사를 잘 하는만큼 인사성 바르고 깍듯하고 예의 바르고 사교적이고 남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폴란드 사람들... 이런 주제로 이 글을 쓰고 싶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은 많이 찾아보기 힘들다.

폴란드인들은 인사를 할 때, 누구한테 인사를 하는지 알고 하는 경우도 드물고, 또 인사를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폴란드인들에게 좀 좋은 인상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인사말을 연습해 폴란드어로 인사를 해보는 외국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차가운 반응에 넋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

북미나 서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폴란드 여행을 할 경우 기차에서 상당히 많은 인상을 받는다. 기차가 편하고 시간도 잘 지키고 그래서가 아니라, 방처럼 되어있는 기차칸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여행을 하면서도 자기가 내릴 곳에 이르기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폴란드 사람들 때문이다. 어디에 있건 낯선 사람을 만나도 날씨이야기나 애완동물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북미나 서유럽에 비해 폴란드 인들은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법이 없고, 질문을 받더라도 질문에 대한 대답만 짧게 한 후 자기의 일로 돌아간다.

본인이 거대한 꿈을 안고 폴란드에 와서 폴란드어를 열심히 익히던 시절, 여행이 현지 언어실습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차여행을 떠났다. 바로 앞에 얼굴을 마주보고 앉은 아가씨에게 얼굴을 붉히며 말을 걸었다.

나 : "안녕하세요."
그녀: "안녕하세요."
나: "이 기차가 어디 어디 가는 기찬가요?"
그녀: "네"
나: "제가 가려는 곳에 언제 쯤에 도착할지 알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그녀: "몇 시 몇 분이에요."

그녀로부터 '폴란드는 처음이세요' 라든가 '폴란드가 어떠세요' 라든가 그런 질문을 기다리며 가만히 쳐다보는 중.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어색해져 기차 안은 침묵과 어색함이 흐르고 말았다.

그녀: 두어 시간 쯤 지나 내리는 곳에 이르러 "다음에 또 봐요."

그녀는 말하는 도중 자기가 보던 신문에서조차 눈을 떼지 않는다, 인사는 그렇게 시작하고 그렇게 대화는 어색하게 끝난다.

나도 처음에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관적인 판단인지 알았지만, 나보다 더 세상 천지를 구경하고 다닌 다른 이들도 폴란드에 와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폴란드가 러시아나 구소련국가들처럼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사람들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곳 사람들은 왜 그리 낯선 이들에게 경계적이고 자신을 잘 보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폴란드인들의 역사적인 상황이 그들로 하여금 낯선 이들에게 우호적이 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폴란드도 한국 못지않은 지역 감정이 존재하여 자신의 지역을 다른 지역과 많이 비교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다른 지방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그다지 쉬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한번 만나고 헤어질 사람 밖에 없는 기차야 그렇다손 치더라고 공공장소나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아직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자리매김된 것이 아니라서, 자기 일이 아니면 나 몰라라 하고 등을 돌리는 경우가 아직도 심심찮게 일어나게 있다.

자기가 책임을 질 일이 아니라서 어떻게 되든 나는 몰라유 하고 반응을 보이면, 당사자는 '답답함에 터질듯한 가슴을 두드리며' 그곳을 나온다. 물론 그때로 '다음에 만나요'라는 의미의 인사말을 하고 나온다.

과거 공산주의시절의 잔재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폴란드인들이 일의 과중함을 꺼리는 차원에서 서비스를 마다하는 일이 많다고 얘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돈이 꽤 벌릴만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하는 태도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어색천만한 상황을 무너뜨리고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에도, 서로 심리적인 담장을 무너뜨리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폴란드어에서 친구라는 의미의 단어는 세가지나 되고 서로 친목상태과 관계에 따라 이용하는 단어가 다르고, 단어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인사라는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안부를 묻는 것이라면 폴란드의 안부는 대화를 시작할 때, '자, 저 말 시작 할거니까 들어보세요.'라는 의미로 알아듣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인사에 어색할 지라도 정말 남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사이므로 차라리 더 나을 것이다.

어쨋든 폴란드에 가게 되거든, 진 도브리 하면서 대화를 시작해보자.
"Dzien Dobry! Polsko! 진 도브리! 폴스코! 폴란드여, 안녕하신가!"

바르샤바 = 하니리포터 서진석 기자 http://my.netian.com/~perkunas

편집시각 2001년05월29일16시28분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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