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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해외 등록 2002.06.07(금) 10:23

[서진석의폴란드살이] '폴란드 대통령은 패배를 원했다?'

'바르샤바에서 한국-폴란드전을 보다'
-'폴란드 국가를 부른 여가수때문에 졌다'
-'폴란드 대통령은 대우차 문제로 자국의 패배를 원했다?'

폴란드에 사는 외국인이 꼭 알아두고 있어야하는 것 중 한가지는 축구경기장에 야간조명들이 켜져있는 날은 절대 버스나 시가전차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지나친 과장이 섞인 말이지만, 축구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또 그만큼 다혈질인 폴란드 사람들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지거나 결과가 예상보다 안 좋을 때 운이 없으면 그 분을 푸는 희생양이 되기 쉽고 외국인의 경우는 그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꼭 그런 엄청난 결과만을 두고 말하지 않더라고 축구경기가 있는 날,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보면 겁이 날 정도로 분위기가 삭막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이름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축구단 이름이 쓰여진 시뻘건 목도리를 두르고 머리를 짧게 깎은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잘못 했다간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자칭 착하고 순수한 것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 양 하고 다니는 필자조차도 만약 축구열기에 취해 그들 중에 섞여서 돌아다닌다면, 별 볼일 없이 그들과 똑같이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설명]사무실에서 월드컵 한국과 폴란드전을 지켜보는 필자와 폴란드인 동료들(사진 맨위.가운데)// 폴란드의 최대 인기가수 에디타 구르니악(Edyta Gorniak).부산 경기장에서 그녀가 부른 폴란드 국가는 경기결과 만큼이나 폴란드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사진 맨 아래)

그래서 한국과 폴란드가 같은 조에 들어가 같이 경기를 하기로 결정이 난 이후로, 바르샤바에 사는 한국인들은 지레 겁을 먹기 시작했다. "한국이 이기면 난리 나겠다."

정말 그런 난리가 나는지, 그리고 과연 정말 폴란드가 한국을 이길 수 있을지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6월을 기다렸다. 그동안 폴란드에 관한 자료를 얻으러 한국의 신문방송사에서 무더기로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그나마 폴란드와 한국이 이 기회를 통해서 더욱 더 가까와지겠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그런 가운데 한국 쯤이야 3대0으로 박살을 낼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상대일 것이라 말하는 폴란드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까이 하기엔 정말 너무 먼 그대들이군’ 하는 생각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야만 했다.

필자는 지금 잠시 폴란드에 진출한 한 한국회사에서 임시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한국-폴란드전이 시작하기 전부터 나를 대하는 주위 폴란드 직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곤 했다. 만날 때마다 '이제 며칠 남았군' 하면서 운을 띄우는 동료들을 보면 저 친구가 나한테 무슨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저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전날부터는 한국과 스코어를 예상하는 말이 오가곤 했는데, 3대 0, 2대 0, 한국인과 같이 일하는 것에 신경이 쓰는 폴란드 친구들은 한 3대 2 정도, 심한 경우 무승부라는 외교적인 예상치를 주곤 했지만, 폴란드가 진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면 정말 한번도 월드컵 첫경기에서 진 적이 없고, 그리고 한국은 월드컵에서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

마침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날은 오고야 만 것이다. 경기는 이곳 폴란드 시간으로 한 시 반, 그러니까 점심시간 중간에 시작을 한다. 한국과 폴란드가 붙는 이 역사적인 경기를 아마 대부분 직원들은 회사를 짤리더라고 보려고 할 것이므로 회사측에서도 대형 텔레비젼을 한가운데 설치하고 피자와 콜라 등을 준비해 놓고 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근엄하게 보이기까지 하던 사람들이 폴란드 국가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회사 곳곳 하얗고 빨간 폴란드 국기들이 나풀거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제 근무를 하라고 텔레비전을 끄면 자폭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공교롭게 적수가 되어 폴란드인들과 경기를 같이 시청하는 한국인들을 촬영하러 폴란드 뉴스에서도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곧 시작될 경기는 단지 부산만의 경기가 아니었다.

월드컵 분위기를 돋구는 정신 없는 광고가 지난 후, 부산경기장이 텔레비전에 나오자 사람들은 정말 난리가 난다. 그 지구 반대편에 멀게만 느껴지는 부산 한복판에서 올리사데베, 두덱, 하이토 등 낯익은 선수들이 한국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와, 세상이 이렇게 좋아져도 되는거야'.... 저 장면을 가족들도 지금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니 갑자기 아찔해진다.

‘폴란드 국가가 연주 되겠습니다’ 라는 장내안내방송이 나간 후 장내는 잠잠해졌다. 폴란드의 최고인기 여자가수 에디타 구르니악이 폴란드의 국가를 부른단다. 그것은 아무도 예상을 못한 것 같은 눈치다. 에디타 구르니악이라면 폴란드의 셀린 디옹 정도 된다. 그러나 정작 흘러나오는 것은.... 폴란드 국가가 아니었다. 씩씩하고 웅장한 폴란드 국가를 같이 따라부르며 전의를 다져보려는 의지가 눈에 초롱초롱한 폴란드 선수들과 부산까지 폴란드를 응원하러 온 폴란드 관중들 얼굴에 순간 당황한 빛이 번진다. 몇 소절 나간 후에야 비로소 저 여자가 폴란드의 국가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저 아가씨가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한국데뷔무대로 인식을 했는지 아니면 유러비젼 콘테스트에 나간 걸로 착각을 했는지 폴란드의 국가를 미국식 발라드로 바꿔서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무도 같이 따라부를 수 없도록 할 양인지 최대한의 고음을 써서 에디타 구르니악다운 창법으로 노래를 완결하는 프로정신엔 다들 할 말을 잃었는지 입 다물 줄을 모른다.

폴란드가 경기에 지고 나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폴란드의 네티즌들은 폴란드가 실패한 이유가 다 에디타 구르니악이 국가를 잘못 부른 때문이라고 아우성들이다. 선수와 관중이 하나가 되도록 이끌어가야할 씩씩한 폴란드의 마주르카가 장송곡 곡조로 둔갑을 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에디타 구르니악이 한국에 가서 시차적응에 실패를 했는지 계절을 혼동해서 느려터진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국가를 불렀고, 그 여파로 폴란드 선수들이 12월 눈밭 경기처럼 경기를 치렀다는 말도 있었다.

어쨌든 폴란드가 한국과의 경기에서 진 것만큼이나 에디타 구르니악의 엽기적인 국가는 경기가 끝난 후 끈질기게 화제 거리가 되었다. 재판을 받게 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그러나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그런 이상한 국가 같은 것은 금방 잊어버린듯 했다. '시작하면 몇 분내로 골이 터질 거야' 그런 확신을 입술에 머금고 경기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폴란드 사람들이 초기 몇 분간 공을 잡고 운동장을 휘접고 다니면서 경기를 이끌어가자 수십 명의 폴란드인들에 둘러싸인 한국사람 5-6명은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공을 놓친다거나 골을 향해 차넣은 공이 골대를 맞고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아슬아슬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인들의 의자 위로 30센티미터 이상 솟아오르면서 안타까워하고, 폴란드 사람들은 그에 맞추어 안도의 한숨을 쉬거나... 박수를 치기도 하고. 한국팀이 절묘하게 공을 몰아가는 순간엔 야유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하긴 텔레비전 보니까 붉은 악마가 폴란드 선수에게 보내는 야유 역시 장난이 아니긴 했다.나는 한국인들 사이에 있지 않고, 폴란드 직원들 사이에 서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여기 잘못 서있는 것 같다는 둥, 폴란드인들이 한국인들보다 평균신장이 얼마가 커도 더 크니까 상대가 안될 것이라는 둥 폴란드 직원들이 농담 3분의 2, 진담 3분의 1 식으로 툭툭 던져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것 봐라' 하는 식으로 한국의 첫골이 들어갔다. 한국사람들은 사무실 지붕이 높다 하며 날아다닌다. 그리고 쏟아지는 폴란드 사람들의 한숨. 으아... 그런데 나는 그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나는 자리를 비집고 나아가 한국직원들이 모여앉은 앞자리에서 대형텔레비전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앉아버렸다. 아무래도 그래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어차피 지금 일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폴란드 사람들은 곧 첫골로 만회할 것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다시 골이 터지지 않으면 질 지도 모르니 다시 한번 골을 넣어서 제압해야 한다는 기대감 그런 복잡한 감정이 서로 어우러져 사무실은 그야말로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스피드가 붙어가고 좀처럼 공을 내어주지 않는 한국 선수들, 그리고 첫골을 뺏긴 것으로 자칫 긴장을 했는지 움직임이 상당히 둔해진 것 같은 폴란드 선수들, 그리고 온통 시뻘겋게 물든 관중석과 폴란드에까지 그 울림이 전해져 오는 듯한 붉은 악마의 응원소리들.

그런 것들을 하나 둘 종합해 보면서 폴란드 사람들은 점차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 선수들은 점차 지쳐가는 것 같은데, 아직도 한국인들은 펄펄 날고 있구나....그리고 마침내 전반전이 끝났다. 아, 그 45분이 왜 그리도 빨리 가던지....

아직은 희망이 죽지 않았다. 휴식시간에 힘을 비축하면 되고, 그리고 후반전에서 더 재미있는 골이 많이 나오곤 하지 않는가. 경기 중간에 나오는 광고들 역시 월드컵 경기장면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부산 경기장에 마음이 가 있었다.

잠시 자신의 업무를 점검하고, 후반전이 시작되어 다시 텔레비젼 앞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정말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후반전이 시작하기 바로 전, 텔레비젼 화면에 가득 찬 한국응원단들과 그리고 경기장을 훑어 올라가는 붉은 악마의 거대한 깃발! 그런 거대한 규모의 경기엔 참가한 적도 그리고 거기에 참가한 폴란드 선수단을 본 적도 없는 폴란드 사람들에게 그런 것들은 엄청난 충격이었음이 확실하다. 사실 한국을 떠나온 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 붉은 악마라는 기상천외한 이름만 들었을 뿐 실제로는 본 적이 없는 나도 그들의 함성과 그 질서정연함은 다시 한번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붉은 악마가 스타디움을 휘감듯 펼치고 있는 그 붉은 깃발처럼 폴란드 직원들의 머리 속에도 한 생각이 스멀스멀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한 거하고는 다르지? 너무 다르지?”

힘과 기량, 스피드 무엇 하나 전반전과 다른 바 없는 한국선수단의 선전, 그리고 곧바로 터지는 두번째 골, 그때 나도 모르게 터진 소리는 “코녜츠 그리(koniec gry)!!!” 바로 경기 끝이라는 폴란드어였다. 정말 경기는 끝난 것도 다름이 없었다. 폴란드 선수들은 갈수록 질서가 없어지는 것 같고, 그리고 다들 지치는지 짜증이 나는지 화가 난 사람들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한국이 골을 더 넣을 것처럼 보이자 폴란드 직원들은 ‘폴란드 선수단이 골을 넣어라’라 아니라, ‘이제 한국이 골을 더 넣게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계산을 바꾸어 가고 있었다.

나도 이제 그들의 희망을 나누어야 할 시간이었다. 제발..... 더 이상의 골이 없기를. 3대0이 되면 오늘은 버스 대신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야 할 지도 모른다. 혹시 축구광인 택시기사한테 걸리면.......

이제 경기의 윤곽이 잡혀 들어가자 폴란드 해설자들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차 대전 이후 저희가 월드컵 첫경기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만회할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갈수록 희박해져 가고 있습니다.”....“오늘 부산에서 종전 이래 최악의 축구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점차 축구를 보는 직원들의 이야기거리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저 나중에 들어온 사람, 모델이래, 참 잘 생겼다.”....“저 제일 나중에 들어온 사람이 이전 감독 아들이래. 제일 어린가 봐. 쟨 왜 골키퍼를 발고 차니?”....“올리사데베는 오늘 튀긴 하는데, 얼굴색으로만 튀지, 실력으로는 전혀 안 튀네.”....“제발 하나라도 좀 넣어봐라. 한국엔 뭐하러 갔니.”

시간이 흘러갈 수록 물이 오른 경기를 펼치는 한국팀, 그리고 폴란드 선수단처럼 지쳐가는 폴란드 사람들. 한국을 박살낼 것처럼 이야기하던 그 자존심은 다 어디로 갔는지.

희박해져만 가는 만회의 기회도 심판의 호각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2대 0, 상상하지도 못했던 스코어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다행히도 그때 터져나온 소리는 야유나 욕설이 아닌 박수소리,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축하한다고 외치는 갈채였다. 한국인들의 골을 넣도록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 나이지만, 마치 이 경기를 내가 한 것처럼 나는 왜 이리 기쁜지. 정말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이 숙맥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축구에 열광을 했는지... 아무튼 한국은 이 자존심 강한 폴란드를 완전히 눌러버렸다.

그리고 나서 바로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근무하느라 경기를 못 봤을까봐 걱정이 되셨는지 경기 결과를 가르쳐 주실 양이셨나 보다. 회사에서 경기를 보았다는 말에 좋은 경기 놓치지 않고 보아서 다행이라고 하신다. 그 때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한국을 응원했지만, 다음부터는 꼭 폴란드 응원할께. 폴란드도 같이 끝까지 나가야지.”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없던 폴란드 친구들이 나에게 격려전화를 걸어왔다. 자식들, 대학졸업할 때도 전화 한번 없던 놈들이 축구에서 이기니까 지금에야 전화를 하는군. 좀 아쉽긴 해도 기억을 해준다는게 고맙다. 이 경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폴란드 사람들에게 절대 잊혀지지 않을 존재로 확실히 인식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퇴근길, 거리에는 바로 호외신문이 돌았다. “졌다”. 이 말이 헤드라인이었다. 그러나 길거리의 사람들은 아주 고요했다. 술 취한 젊은이들도 없었고, 거리도 한적 했다. 버스건 어디건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채린 사람들은 축하의 말을 한마디씩 던져주었다.

기분이 상해있는 것은 방송이었다. 뉴스를 시작하는 아나운서들마다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솔직히 한국팀이 폴란드와 비교도 안될 열세인 것으로 인식시킨 것은 미디어의 힘도 크다. 조추첨이 시작될 때부터 한국팀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미디어였다. 뉴스시간에 인터뷰를 가진, 한 폴란드의 유명인은 ‘마치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축구단인 것처럼 떠벌리고 다닌 사람들이 부끄러운줄 알아야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말 유럽의 강호 축구단인줄 알고 있었는데, 신문 기사 말마따나 ‘중간 정도 밖에 안 되는 한국 선수들에게 질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만 것이다.

다음 날 폴란드의 일간신문은 폴란드 선수단에 대한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폴란드 선수들은 한국선수들이 보여주었던 기술, 생각, 스피드, 인내력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거나 테크닉이나 기술면에서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를 고수했다는 분석들이 보였다. 반면 한국선수들의 훌륭함이나 기술에 대한 호의적인 기사는 인색할 만큼 찾아보기 힘들었다. 폴란드 사람들이 정말 약하더라는 말은 할지언정, 한국팀이 정말 강하고 훌륭하더라 하고 단정 짓는 말은 정말 찾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폴란드의 그러한 태도가 올바른 것일지도 모른다. 고작 첫경기를 가졌는데, 한국팀이 월드컵 끝날 때까지 똑같은 기술로 경기를 치러낼 지는 아무도 모르므로 섣부른 칭찬은 아직 무리인 것이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친 자국팀에 대한 질책은 아낄 줄을 몰랐다. 포르투갈과 미국과의 싸움에서는 더 나은 선전을 기대하는 온 국민의 마음이었다.

한국과의 한판 승부가 끝나고 경기를 평가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경기결과에 대한 실망감, 에디타 구르니악의 엽기적인 국가편곡과 그것이 경기에 미친 영향, 또 하나는 마침 한국을 방문한 크바스니엡스키 폴란드 대통령에 관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크바스니엡스키 대통령은 일부러 폴란드가 이 경기에서 지기를 바랬다는 의견이 있었다. 현재 폴란드는 과거 대우자동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현재 같이 실업률이 하늘로 치솟는 때, 대우문제 해결은 정말 월드컵만큼 온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과거 대우자동차의 협력회사였던 한 업체는 회사의 부도처리결정을 앞두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직원들 이야기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월드컵을 맞아 대우사태 정상화를 논의할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던 크바스니엡스키 대통령이 협상해결을 위해 바라던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 사기가 죽도록 일부러 에디타 구르니악이 이상하게 국가를 부르도록 시키고... 이건 정말로 한 인터넷 사이트 토론방에 한 네티즌이 써놓은 이야기일 뿐이다. 축구 패배의 결과였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크바스니엡스키 대통령은 대우사태에 관해 그다지 비관적이지만은 아닌 성과를 거두었다는 말이 들린다.

오늘 나온 설문조사에 의하면 폴란드가 미국과 포르투갈을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40% 이하선으로 확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남은 포르투갈과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에디타 구르니악이 또 폴란드 국가를 부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폴란드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국가의 첫 마디는 누가 부르더라도 확실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폴란드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하니리포터 서진석 /perkunas@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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