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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에서 버스 타기

prosze bilet do kontroli(프로솅, 빌렛 도 콘트롤리- 표 검사합니다. 표 보여주세요)

바르샤바에도 꽤 많은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어디처럼 한국인 타운이 조성되어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길거리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는 일이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닐 정도이다. 그래도 교민은 거의 없고 대부분 대기업의 주재원으로 나와있거나 사업상으로 나와있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어 바르샤바에 사는 동안에도 이곳의 여러 가지 모습을 미처 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사진] 바르샤바의 시민의 발인 시가전차와 지하철역사

바르샤바에서 주재원으로 계시는 어느 한 분의 차를 타고 이동한 일이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3년 정도를 사셨으니 이곳 생활에 베테랑이라고 해도 문제는 안 되는 분인데,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나한테 뜽금 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거 전차 어떻게 타는 거에요? 저거 타보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애." 이런 질문은 단지 한 두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다.

바르샤바에 사는 한국인 중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우리 같이 가난한 유학생들이 아닌 이상 거의 없다. 승용차들이 거의 다 있기 때문에 특별히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 나라에 살면서 대중교통을 한번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트집을 잡으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바르샤바의 대중교통이라는게 외국인들이 만만하게 이용할 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바르샤바에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세 가지이다. 우리나라의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는 전차(하긴 유럽에서 전차 없는 곳은 보기 힘들다), 시내버스, 그리고 바르샤바를 폴란드의 다른 대도시와 구별하게 만드는 지하철이다. 그 세가지 교통수단에 '승차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버스, 전차, 지하철 모두 같은 표를 사용하기 때문에 키오스크라 불리우는 시내의 신문가판대에서 '적당한' 가격의 표를 사서 이용하고자 하는 교통수단에 오르면 된다. 요즘엔 그 '적당한' 표 구하기가 아주 까다로워졌다.

바르샤바에서 구할 수 있는 표의 종류는 제일 먼저 사용기한에 따라 구분되는데, 일회권, 한시간권, 세시간권, 하루권, 일주일권, 한달권, 석달권 등이 있어서 그 기한동안은 아무거나 몇 번을 타도 상관이 없다. 표 종류가 간단해 보이지만, 여기서 또 세부적으로 나뉜다. 일단 정해진 표로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이냐. 그리고 신분증번호를 적고 자신임을 증명하며 타야하는 표냐 그냥 표만 보여주면 되는 표냐, 노선수가 몇 개로 정해져 있는 표이냐, 할인을 받을 것이냐 그러면 몇 퍼센트 할인을 받을 것이냐 등 다양한 변수를 표 종류에 맞추다 보면 골라야하는 표 종류가 20가지를 육박한다.

그래서 일회권을 사야하는 경우는 그다지 문제가 안되지만, 정기권을 사고 싶다면 '자기 신분이 무엇인지, 자기만 이용을 할 것인지 혹시나 바르샤바 외곽으로 나갈 이유는 없는지, 몇 노선을 이용을 할 것인지' 등등을 따져본 후 사야한다. 그렇지 않고 '아줌마 일주일표 하나 주세요.' 그러면 '얼마짜린데'하고 되물어보는 수가 있다. '표가격을 아줌마가 알지 제가 알아요'하고 따지고 들면 구박을 당하는 것은 자기 쪽이다.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진 뒤 '적당한' 것을 골라야한다.

그런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정기권을 구하면 그 기한만큼은 표를 사는 수고를 하지않아도 된다. 일회권인 경우 바르샤바는 무조건 한 번의 승차에만 유효하지만 다른 대도시인 경우, 표 한장이면 30분동안 아무 노선이나 이용할 수 있는 등 정해진 시간동안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표를 사서 승차하면, 한국인들은 표를 넣는 자리나 검사하는 사람을 찾겠지만,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승객이 표를 샀는지 안 샀는지 검사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바르샤바의 교통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 표를 산 경우라면, 문 옆에 있는 개찰구에 알아서 개찰을 한 후 내릴 때까지 표를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한다(요즘 새로 나온 개찰기계는 유효기간이 찍혀나온다). 차에 타면 개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무임승차의 욕구를 강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의!!! 가끔씩 차표검사원들이 불시에 차에 올라가 표를 검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표가 없거나 개찰이 안 되어있는 표를 가진 사람에게는 표값의 50배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한다. 물론 그와 즉시 강제하차 당하는 설움을 겪어야한다. 승차시 표 개찰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95% 이상이 위에 말한 정기권을 가지고 있는 승객들이다.

그 표검사원들은 일단 다른 승객들과 섞여서 버스에 탄다. 그래서 버스나 전차, 지하철이 출발하면 주머니 안에서 뭔가 인식표를 꺼내어 가슴에 달고, "프로솅. 빌렛 도 콘트롤리(표 검사합니다. 표 보여주세요)"하면서 승객 하나 하나 표를 검사한다. 바르샤바에 오래 살면 이 표검사원들을 구별하는 방법이 생겼다.

정류장에서 덩치 좋은 두 남자(여자인 경우도 있다)가 친한 척 같이 서있다가, 차가 오면 서로 다른 문으로 떨어져 승차하고, 승차한 후에도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문가에 어색하게 서있다가 출발하면 바로 본업으로 자세를 바꾼다. 보통 승객처럼 보이기 위해서 신문을 겨드랑이에 꽂고 타는 경우도 있지만, 안주머니에 있는 인식표를 꺼내기 위해 손을 안쪽으로 넣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일단 하루종일 바깥에서 일하기 때문에 두꺼운 모자나 가죽잠바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같은 검표원들을 몇 번 만나면 인사할 정도로 얼굴을 익힐 수도 있다. 만약 그런 표검사원들만 만나지 않는다면 바르샤바에서 표 한 장 안 사고 무임승차만 해서 나다니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버스건 전차건 정류장에 가면 시간표가 걸려있는데 도착시간이 나와있기 때문에 승객들은 얼마나 기다려야하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비교적 자주 그 시간표를 떼어 집에서 전시하는 몰지각한 인간들이 있어 애를 먹긴 한다. 그리고 요즘 들어 교통사정이 갈수록 안 좋아지는 상황에 있으므로, 버스 같은 경우는 그 도착시간에 맞추어 도착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와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나 전차의 경우는 어디나 그렇듯 소매치기들이 많다.

그리고 바르샤바의 버스노선에 경우 한 방향으로만 집중적으로 분포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려해도 노선이 없어 몇 번을 갈아타고 빙 돌아가야하는 경우도 많다.

바르샤바에 가면 지하철을 한번 찾아보자. 지방에서 바르샤바로 수학여행 올라오는 학생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 바르샤바의 오켄치에 국제공항과 바로 그 지하철인만큼, 바르샤바 사람들의 콧대를 세워주는 것이 바로 그 지하철인데, 다른 나라처럼 거미줄처럼 도시를 연결하여 승객을 빠르게 수송하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바르샤바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하철 공사를 해오고 있는데, 어느 나라처럼 무너져 내리는 일 없도록 차근차근 견고하게 지을 양인지 아직까지 1호선 밖에 지어진 것이 없다. 그리고 역 수는 15정도로 바르샤바 남부지역에만 운행하고 있다. 사실 남부지역과 중심가를 연결하는 육상교통로는 교통상황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문제는 동과 서를 잇는 도로 사정인데, 갈수록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있는 와 중에 있지만, 버스에만 주로 의존을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은 그냥 버스 안에서 발만 구르고 있어야한다. 전차의 경우 다니는 길이 따로 있어 상황이 낫긴 하지만, 그 노선이 버스에 비해 아주 한정되어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바르샤바 사람들은 약속시간에 늦는 것에 대해서 그리 기분 나쁘게 생각을 하지 않는 듯 싶다. 동서를 연결하는 지하철 노선계획은 이미 예전에 만들어졌지만, 남북을 잇는 지하철 노선 완공 후 착공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언제쯤 전 노선이 완공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참고로 남북노선에서 새로운 역 3개를 늘리는데 3년 여가 걸렸다.

바르샤바시의 교통사정은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버스, 전차, 지하철 모두 사회의 소수들을 위한 배려가 아주 특별하다. 버스 같은 경우 휠체어 이용자가 주변의 도움없이 타고 내리고 또 불편없이 휠체어를 세워둘 수 있도록 시설이 잘 되어있고, 지하철은 전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어, 우리나라 같이 이용할 수도 없는 시설에 표만 공짜로 주는 모습을 부끄럽게 한다. 폴란드에서는 장애자들은 교통수단 이용요금이 무료이지만, 장애자를 도와주는 한 사람까지 요금이 면제된다.

바르샤바=하니리포터 서진석기자 seok_pl@yahoo.com

편집시각 2001년12월22일14시58분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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