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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속에 묻힌 폴란드 미대사관

이 글은 단지 제가 이야기한 폴란드인. 제가 본 신문과 텔레비젼 뉴스만을 예로 든 저의 개인의견입니다. 제가 보지못한 폴란드인은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 제가 읽지못한 보지못한 뉴스에는 다른 기사가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필자 주)

폴란드인들에게도 미국은 거리상으로 상당히 먼 나라에 속하긴 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폴란드 사람들은 미국을 그다지 먼 곳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싶다. 일단 미국 시카고 한군데에만 약 2백만 정도의 폴란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로니아(polonia)라고 불리는 폴란드의 후손들은 본국과의 왕래도 잦고, 폴란드 현지인들에게도 인상이 상당히 좋다.

<사진>: 바르샤바 시민들의 추모의 마음이 담긴 꽃들이 넘쳐흐르는 바르샤바의 미국 대사관

이번에 있었던 미국의 대참사는 폴란드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큰 충격이었던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여기저기서 현장소식을 보여주는 모습은, 폴란드와 미국이 절대 먼 나라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테러 사태가 터진 후 폴란드 방송이 심혈을 기울여 보도한 것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정도이다. 첫째는 당연히 사건 현장보도이다.

얼마만큼의 사상자가 났으며 상황이 어떠하며 범인은 누구이며 폴란드인의 피해상황은 어떠하며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폴란드인들이 이 사건은 물론, 미국 자체에 대하여 얼마나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하는 내용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테러 사태가 터지고 난 뒤 하루쯤 뒤 폴란드 주요뉴스시간대에는 미국 대사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폴란드인들이 보도되어 눈길을 끌었는데, 그것은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하여 장사진을 이루는 행렬은 (때가 때이니만큼 당연히) 아니고, 미국에 있는 친척들의 생사를 알아보기 위한 사람들의 무리도 아니었다. 테러로 인해 숨진 엄청난 사람들을 추모하여 대사관 건물 앞에 꽃과 촛불을 놓고 가려는 사람들이었다.

그 보도 이후로도 바르샤바 및 폴란드 주요 도시 내의 미국 대사관 앞의 꽃을 든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뉴스 시간엔 그런 폴란드인들의 호의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미국대사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주요 일간지는 그런 폴란드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르샤바에 거주하는 미국인들과 이루어진 인터뷰 내용을 싣는 등 '미국 참사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관심과 그 울분'을 보여주느라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가 폴란드어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영어로도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단어가 부족할 정도입니다"

하면서 띄엄띄엄 폴란드어로 말을 잇는 크리스토퍼 힐 (Christopher Hill) 미국 대사의 TV 인터뷰는, 정말 폴란드 사람들이 미국을 얼마나 생각하고 걱정해 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우연히 바르샤바 미국대사관 앞을 지나갈 일이 있었다. 미국대사관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경계 또한 삼엄했지만, 대사관 앞에 늘어선 꽃들과 촛불은 엄청 났고, '폴란드인들은 미국인의 친구입니다' 등 문구가 적힌 걸개글씨도 눈에 띠었다. 폴란드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조의를 표하러 오는 젊은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마침 주위에 있는 한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

"이곳에 뭐하러 오셨지요?"
"테러에 아무 이유 없이 희생당한 미국인들에게 조의를 표하러 왔어요."
"그렇죠, 많은 미국인들이 이유 없이 희생을 당했죠. 그럼, 미국이 보복공격을 시작해서 무고한 아랍 사람들이 죽게 되면 그때도 아랍국가 대사관 앞에 가서 조의를 표할 건가요? "
"그건 상황이 다르죠. 미국 사람이 먼저 전쟁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아랍사람들의 무고한 사람들을 더 많이 죽였어요"

테러 사건 이후 가장 변화한 모습 중 하나는 바로 공항이다. 일단 출국장에는 비행기표가 없는 사람들은 출입을 통제하는 등 테러가 일어난 곳이 미국인지 폴란드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삼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이 되었다. 물론 공항이 비교적 작은 이유로 사람이 많아져 혼잡할 경우, 사람들과 수하물관리에 최대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이기도 하겠다. 그 살벌한 분위기를 지나서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용으로 날카로운 '강철'칼과 '강철'포크가 나오던데....

그 후 미국장기비자를 가지고 미국출장을 자주 가는 한 폴란드 친구와도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 "너 이번 사건 너무 끔찍하지 않던? 난 친구들 다 죽는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데."

나; "아주 끔찍했지. 그런데 걱정인 것은 미국 사람들이 너무 아랍사람들만 싸잡고 이유없이 공격을 해댈까봐 그게 겁나."

"이건 분명,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한 일이야. 테러 후에 춤 추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텔레비전에서 봤지?"

"그거야 지나친 오도라고 방송에서도 그러더라. 그런데 아랍사람들 측에서 서서도 한번 생각을 해봐야지. 왜 그 사람들이 그토록 생명을 희생해가면서 목적을 이루고자 싸움을 하는지. CNN 같은 미국 관점에서 보도한 자료만 보고 아랍을 같이 싸잡아 욕 할 순 없지."

"무슨 소리야. 너는 그런 이번 미국 참사가 있을 수 있단 이야기냐? "

"그런 말이 아니야. 그런 것은 미국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면 안 되는게 당연하지. 여러 관점에서 사건을 보아야지"

"난 그래도 무조건 미국 사람들 편이야. 미국이 하는 일은 항상 옳아. 그리고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대부분이고.."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폴란드에 유학 온다고 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국이나 서유럽에 가라고 하더군. 대부분은 폴란드에서는 공부를 할만한 가치가 없다고들 이야기를 했거든. 그 대다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뿌리치고 난 동유럽으로 유학을 왔는데, 너는 그럼 그 다수의 의견이 맞았다고 생각하니?"

미국 대사관 앞에 꽃을 놓아두는 사람이 단지 폴란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현지 신문에 사진 한 장 나가기라고 바라는 듯 미 대사관에 수없이 쌓여가는 꽃들이, 이 지구상에 다른 나라의 불행을 걱정해주고 같이 위로해 주고자 하는 이웃들이 아직도 있어 다행스럽다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다수의 횡포 속에서 지금까지 목숨을 잃어간 아랍인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꽃을 놓아주고 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폴란드인들 중에도 유태인 출신이 상당수이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유태인들의 경제력과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란 것을 이해하면, 어찌 보면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그들의 이야기가 그리 이상해 보이지만도 않다.

유태인의 영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미비하고, 그리고 원유의존도가 중동으로 치우친 우리나라와 유럽을 비교하는 것이 여러 모로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얼마 전 필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이슬람을 조명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고자 한 다양한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고, 자연스럽게 이런 유럽의 현실과 비교를 해보게 되었다.

곧 11월 1일이면 죽은 자를 추모하는 폴란드의 명절인 망자의 날이다.

폴란드 = 하니리포터 서진석 / perkunas@netian.com

편집시각 2001년10월25일15시35분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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