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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왜 민주노동당 송철호를 버렸나?

"송철호와 국민사기극"

선거전날, TV유세에 나온 울산 시장 민주노동당 후보 송철호씨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공약을 다시 한번 밝하기보다는 그를 둘러싼 각종 루머에 대해 해명하며 마지막에는 '가족들의 간곡한 만류로 이번 출마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번만 기회를 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선거일, 울산은 송철호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선거 약 20여일전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송철호 후보는 38.4%,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가 20.6%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송철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결과는 낙선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울산의 저조한 투표율(52.3%)때문일까?

송철호 후보는 울산에서 이번 선거를 포함해 14, 15, 16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게,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해 심완구 후보에게 한번 등 이번 낙선을 포함해 5차례나 고배를 마신 셈이다. 게다가 낙선되는 과정도 거의 비슷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거나 강력한 당선 유력자였다가 선거당일 날 크지 않은 차이로 한나라당 후보에게 뒤집히는 과정을 반복했던 것이다.

송철호 후보는 변호사 활동을 통해 항상 노동자 편에서 변론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적으로 각 기업체의 사장들은 송철호 후보를 달갑게 여기질 않는다. 이런 연유로 송철호 후보는 진보적인 인물로 젊은 층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는 2위였다.

근래에 진중권씨가 '서울시장 민주노동당 출마자 이문옥은 국민사기극의 피해자'라며 강준만 교수에게 옥석논쟁을 제기한바 있다. 이를 보며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민주노동당의 당선을 바란다면 왜 울산의 송철호 후보를 두고 국민사기극의 피해자라고 얘기하지 않는지 의아스러웠다.

민주노동당이 울산에서 시장을 당선시킨다면 그것은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첫승을 올린 것만큼 민주노동당에서는 의미심장한 일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울산을 제껴 두고 옥석논쟁을 인터넷상에서 소리 높여 외친 것은 분명 '서울 공화국'병이었으며 논쟁제기를 통한 자기 선전이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여간 이는 지나간 일이고 진정한 국민사기극의 피해자 송철호 씨가 왜 선거때마다 고배를 마시는지 살펴보자.

1.송철호 씨는 먼저 지역감정의 희생자다. 출마때마다 그에게 따라다니는 소문은 '전라도가 고향이면서도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사실을 앞세워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였다. 이 소문은 이번 선거에서도 유효했다. 사람만 좋으면 되지 어디 출신이라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말은 그나마 타지 사람이 많아 지역감정이 적은 편에 속한다는 울산에서도 순진한 말로 치부되곤 했다. '우리 지역'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이 투표율이 높은 나이 많은 유권자들에게는 꽉 들어차 있기 때문이었다.

2.송철호 씨는 '과격하다'는 인식이 보수투표층에게 각인되어 있다. 앞서 말한바 있지만 그간 송철호 씨가 해온 활동은 노동자 우선이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많은 울산에서 그 힘이 결집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송후보님은 울산 노동자의 대표자라고 자꾸 말하시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노동자입니다. 송후보님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노동자들의 대표를 사칭 할 때마다 저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겠습니다.'

송철호 후보의 홈페이지에 있는 항의글 중 하나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항의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송철호 후보가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은 지역 언론에서조차 송철호씨가 배제된 결과다.

사회당에서조차 이번 선거에서 '송철호 후보는 진정한 노동자의 대변인이 아니다.'라는 점을 반복해 얘기해 논쟁이 오고갈 정도였다. 이 말을 백번 양보해 받아들인 다고 해도 송철호 씨는 노동자 층에서 인지도 면에 뒤떨어지지 않는 김창현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다. 그 표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김창현 후보는 결과에 승복하고 송철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대책위 활동을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일부 노동자층에서마저 송철호 후보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 국민 사기극인 셈이다. 이는 울산에서 노동자들이 많은 북구의 투표율이 최고 높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남구에서의 투표율이 제일 낮았다는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3.송철호 씨에 대한 국민사기극은 이 뿐만이 아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는 '곧 민주당에 들어갈 사람'이란 소문이 있었고 이번에는 한나라당 측으로부터 '한나라당에 후보 공천을 요구했다.'는 비방까지 받게 되었다. 이런 면으로 인해 선거 일주일 전에는 송철호 후보와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와의 여론조사 차이가 거의 근접하며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울산 방문이 아예 역전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주의, 색깔론, 자질론도 모자라 아예 송철호 씨를 '기회주의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울산이 굳이 송철호 후보를 선택할 필요는 없고 한나라당 후보를 자질면에서 뛰어나다고 여겨 적극 지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국민사기극으로 인해 송철호 후보를 버린 유권자들은, 더욱이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울산에서는 제2의 송철호 후보가 나오지 않도록 깊은 자성이 있어야 한다.

하니리포터 최항기 기자 /flyflyturtle@hanmail.net



편집시각 2002년06월14일10시19분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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