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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리포터
폴란드에서 여성으로 살기

폴란드어로 배우는 한국인의 폴란드 살이11

Panie i Panowie (파니에 이 파노비에, 숙녀 신사 여러분)

폴란드에서는 무조건 여자가 먼저다. 버스를 타고 여자가 먼저 타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여자가 먼저 내리고, 그 유명한 영화 '남과 여'의 폴란드식 이름 조차도 '여와 남'이다. 그렇더라도 폴란드가 "여성 상위 사회"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유럽문화권이 전반적으로 그렇듯 적어도 한국보다 남녀 평등사회에 더 가까이 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남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여자도 모두 누릴 수 있으며, 여성라고 기회가 적게 주어지거나 그런 일은 없다는 말이다. 근무 조건에 '용모단정한'이라는 구절도 없다.

[사진] 폴란드의 유명여성아나운서 크리스타 추부브나(Krystyna Czubowna)

폴란드 여성의 지위에 대해 잘 얘기 해주고 있는 예는, 폴란드 주요 시간 대에 방송되는 TV뉴스.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앵커들이 먼저 중요하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내보낸 뒤. 여성 앵커가 나머지 소식을 보도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지만, 폴란드에서는 그런 규칙이 없다. 각 뉴스 시간을 장식하는 주요 아나운서는 '여성'인 경우가 더 많고, 남녀가 같이 뉴스를 진행할 경우, 중요성 있는 뉴스는 섬세한 여성이 또렷한 발음으로 진행하고, 그 다음 경제면이나 스포츠 분야의 뉴스를 남자 앵커가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사실 거의 그렇지....).

사회적으로도 폴란드 여성들의 활동이 아주 두드러진다. 폴란드 의회엔 여성 의원수가 전체 의원수의 3분의 1 이상이 되어야하는 규칙이 있다. 물론 그 규칙이 100%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적어도 전체 25% 정도의 의원이 여성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진]한나 수호츠카, 폴란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하나

현재 폴란드 정치 경제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여성들로는 폴란드 총리를 지낸 적이 있는 한나 수호츠카 (Hanna Suchocka) 여사와, 폴란드 국립은행의 은행장을 역임하고 최근 동유럽발전은행 EBRD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나 그롬키에비츠-발츠(Hanna Gromkiewicz-Waltz) 여사 등이 있으며, 문화예술계에는 더욱 더 많은 여성들이 폴란드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며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보기 힘든 경우지만, 폴란드 초등학교의 경우 교장선생님이 여성인 경우가 아주 많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 때, 표를 검사하는 검표원들도 여성들이 많고,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매니저도 보기 어렵지가 않다.

폴란드에서 살기 시작한지 거의 5년을 넘겨가고 있는 '총각'으로서, 폴란드 사람들이건 한국사람들이건 주위의 사람들이 필자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혹시 폴란드 여성과 결혼할 마음 있어요?"

하는 것인데, 난 그런 경우 대답이 항상 똑같다.

"젊어서야 예쁘겠지만, 나이 들었을 때 겁나서 결혼을 못하겠어요^^."

한국인들은 이곳 여성들이 정말 거세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아무데서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여성들과, 집안의 모든 일들을 이끌어가는 아줌마들, 그리고 자기의 편안한 생활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일이 있으면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가 탄원서를 제출하는 할머니들.

이 곳도 유럽 문화권이니만큼 기혼 여성들은 남자의 성을 따라 자신의 성을 바꾸는 것이 전통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이제 전통으로만 남았다. 원하는 경우 성을 바꾸지 않을 수도 있고, 이론적으론 남자가 여성의 성을 따르는 경우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혼 여성들이 선호하는 방법은 결혼 전 성과 결혼 후 성을 같이 쓰는 경우인데, 위에 예로 든 한나 그롬키에비츠-발츠 여사의 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앞에 있는 그롬키에비츠는 남편 성, 뒤의 발츠는 처녀적 사용한 자신의 성이다. 슬라브문화의 전통에는 기혼여성은 남편성에 붙여써야하는 어미가 정해져 있어, 이름만 들어도 그 여성이 기혼인지 미혼인지 알 수가 있었지만, 지금 그런 전통은 폴란드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동유럽에서는 아직도 그 전통을 지키는 국가가 있다)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야 '여성은 다소곳해야하고 가정에만 있어야만 한다'는 의식이 덜 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비교해봐서 폴란드 여성들의 근무조건이 우리나라 여성보다 실질적으로 더 나은 것은 많이 없다. 탁아소나 보육원이 있긴 하지만, 모든 직업여성들의 아이를 돌보아줄만큼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처럼 할머니나 유모에게 맞기지 않으면 일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일단 폴란드의 물가수준에서 남편만 혼자 돈을 벌어서 가정을 꾸리기에는 너무나 빠듯한 지경이라, 어떻게 해서든 여성들도 사회로 나가야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여성들을 위해 제공해주는 출산휴가나 양육휴가, 그리고 아이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경우 받을 수 있는 휴가 등 여러 가지 잇점들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같이 야근이니 주말근무니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적지 않은 것도 큰 장점이다.

정계나 방송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보는 눈길도 우리나라처럼 매섭거나 따갑지 않고, 아이들이 존경하는 대상으로 여성위인들이 흔히 등장할 정도로 여성들에 대한 특별한 선입견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전문여성의 경우 감수해야하는 일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주는 우선권에 경우, 여성에 대한 배려나 관심의 표현이라기보다 그냥 습관적인 행동이라고 보일 때가 많다.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

폴란드 친구 두 명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던 때, 여성 한명이 엘리베이터 깊숙한 곳에 있고, 나를 포함한 남자 세 명이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있었다. 문이 열리자 여성이 먼저 내리라는 배려에서 문가에 서서 등을 벽으로 딱 붙히고 '문을 가로막은채' 내리지 않는 친구 녀석들, 나는 그런 와 중에 여성이 내리기 쉬우라고 얼른 밖으로 나와 문 옆으로 섰다. 그러자 나를 '비난(?)'하는 친구 녀석들.

"야, 너 여자보다 먼저 내리냐? 교양 없는 자식...."

하니리포터 서진석 기자 perkunas@netian.com
홈페이지 : http://my.netian.com/~perkunas


편집시각 2001년08월13일17시00분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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