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hani.co.kr

기사섹션 : 과학 등록 2005.01.25(화) 17:51

별똥소나기 2천년간 강약변주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현대 천문학 이론 비교검증

태양계 도는 혜성 진화과정 규명에 도움
"북반구, 봄보다 가을 별똥별 많다” 입증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이 현대 천문학과 ‘멋진 만남’을 이뤄냈다.

별의 폭발 모형으로서 천문학계에선 잘 알려진 물병자리 변광성의 폭발 시기가 〈고려사〉에서 유일하게 발견되고, 태양계 혜성들이 뿌린 별똥별들의 역사가 강약의 변화를 지속해 왔다는 사실이 2천년의 우리 역사자료를 통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고전문헌의 연구성과는 우리나라 옛 천문학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다.

“고려인의 천문관측 세계적 수준”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 박사와 조세형 원장 등 연구팀은 890광년 떨어진 물병자리 ‘아르 아쿠아리’라는 별의 현재 폭발 흔적이 1073·74년의 폭발로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사〉와 〈증보문헌비고〉의 관측기록과 현대 천문학이론 검증을 통해 밝혀, 〈고려사〉의 천문관측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1073년 9월10일과 이듬해 8월19일 두 차례의 관측은 이 별이 최소 두 차례 대규모로 폭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영상에선 이 별에 여러 층의 폭발 흔적이 발견된 바 있어 〈고려사〉 기록의 정확성을 확인시켜준다.

초신성 또는 신성 폭발의 관측은 1054년 동양에선 중국인이 처음 기록을 남겼다. 고려인의 당시 관측기록은 없는 이유도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양 박사는 “고려 초기의 정치혼란으로 인해 1054년의 천문기록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며 “1054년 관측기록이 없는 것은 고려의 천문학 수준보다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려사〉의 신성 관측기록 확인은 조세형 원장이 1999년 그 가능성을 한국천문학회에서 정식으로 제기한 데 이어, 연구팀이 꾸려져 여러 천문학적 계산과 한·중·일 3국의 천문자료를 비교 분석해 이것이 지금의 아르 아쿠아리 기록임을 최종 확인했다.

수백년에 걸친 〈고려사〉의 태양 흑점과 오로라 기록은 태양과 흑점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혜성 별똥별 2천년 동안 강약 변화

천문연 양홍진 박사와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 경북대 박명구 교수 등은 다른 논문에서 〈삼국사기〉와 〈고려사기〉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별똥별과 별똥별소나기 기록을 모두 분석했다. 이를 한·중·일 3국의 기록과 비교했다.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별똥별 기록(기원전 57년~서기 1910년)은 모두 3861건, 별똥소나기는 31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료에선 2천년의 관측기록에 나타난 별똥별 변화의 특징이 드러났다. 양 박사는 “페르세우스 별똥소나기만은 고려 때 강했다가 조선에 들어 약해진 반면, 사자자리·오리온 등 여러 다른 별똥소나기들은 조선 이후에 점점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러 별똥소나기들이 강해진다는 것은 얼음·먼지덩어리인 혜성에서 떨어지는 별똥 조각들도 점점 많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양 박사는 “별똥별이 땅에 떨어지면 크고 작은 운석이 되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에는 땅에 떨어진 운석에 관한 기록들도 종종 등장한다”고 말했다.

별똥별 역사자료는 태양계를 도는 혜성들이 지난 2천년 동안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줘 태양계 천문학 연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중·일 3국의 옛 천문기록과 관련해, 논문은 한국과 중국의 기록은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일본의 기록에선 다소 다른 부분도 발견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별똥별 관측기록은 한국 3861건, 중국(기원전 645년~서기 1911년) 5675건, 일본(서기 636~1867년) 331건이다.

“별똥별, 가을이 봄의 1.7배” 천문이론 검증

지구 북반구에 속하는 한반도에서 추분 무렵에 별똥별이 많고 춘분 무렵에 별똥별이 적게 관측되는 것은 지구가 23.5도 기울기로 기운 채 공전하기 때문이다. 기울어 공전하는 지구의 북반구에서 추분점은 우주 공간의 별똥별과 먼저 충돌하는 지점이 되기 때문에 별똥별은 가을에 더 자주 관측된다.

연구팀은 “북반구에서 추분 무렵에 관측되는 유성은 춘분 때보다 잦다는 별똥별의 계절변화 이론을 조선시대별똥별 관측기록에서 확인한 결과 추분의 유성이 춘분 때보다 1.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봄과 가을 별똥별의 1.7배 차이를 장기간의 관측기록으로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세형 원장은 “우리나라 옛 천문기록의 신뢰도와 우수성은 이미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며 “우리나라 사료를 이용해 현재의 천문현상을 수백, 수천년 전의 옛 기록을 통해 해석하는 연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10100007/2005/01/010100007200501251751163.html



The Hankyoreh Plus copyright(c) webmaster@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