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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9.15(월) 23:00

두꺼운 족보책은 가라 이젠 뿌리찾기도 클릭


유교적 전통사회의 상징인 족보도 인터넷 시대에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론 추석 때 일가가 모여 족보를 찾아보는 풍경이 인터넷 족보검색으로 달라질지 모른다. 현재도 검색사이트에서 ‘족보’를 쳐보면 꽤 많은 사이트가 찾아진다.

뿌리덤(myroots.co.kr)이라는 사이트에서는 자신의 본관과 성을 입력하면 시조 및 본관의 유래, 역대 인물, 항렬표, 집성촌 등을 알 수 있다. 뿌리를 찾아서(rootsinfo.co.kr)는 성씨의 종류와 유래, 성씨의 역사, 촌수 따지는 법, 역대 왕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수록돼 있다.

족보나라(hometer.com/main.asp)엔 130여 성씨 족보의 홈페이지가 올라 있고 개인 홈페이지 중에는 140여개의 온라인 성씨족보를 모아놓은 윤동원(안동대학교 도서관 사서)씨의 사이트(nam.netian.com/jokbo41.htm)가 유용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내 16대 할아버지가 누굴까” 하는 질문의 대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문중의 족보를 완벽하게 구축해 놓은 사이트로는 ‘영양 김씨’(yeongyangkim.com)와 ‘남양 전씨’(namyangjeon.co.kr)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영양 김씨 문중은 1997년 1만여명에 달하는 문중 인명록을 계보도로 완벽하게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이 온라인 족보에는 조상의 묘소와 인물사진은 물론, 생존인물의 음성도 올라 있고 온라인 족보등록기가 있어서 후손이 태어나면 바로 족보에 올릴 수 있다.

남양 전씨는 1대부터 33대까지 이름을 검색하면 계통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은 족보를 내면서 서문에 “문중의 힘만으로 인터넷 족보를 갖게 됐으니 기쁨에 겨워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소회를 적어놓았다.

가깝고도 먼 ‘사돈의 팔촌’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은 사람은 ‘사촌찾기’ 사이트를 이용해 볼 만하다.


△ 족보사이트 ‘뿌리덤’

인터넷사촌(i4chon.co.kr)은 개별 가족이 자신의 가계도를 올려놓아 서로의 친척 관계를 검색해볼 수 있는 사이트다. 가족단위 회원이 1061명이고 전체 회원은 1만2468명에 이른다. 이 사이트에 가족 등록을 한 송병학(39·강원 원주시 단계동)씨는 “가족 등록을 한 사람 중에 돌림자나 항렬로 친척이 되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고 말했다. 딸 아영(12)과 아들 현규(10)는 20대 이후 할아버지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다.

족보와 관련해선 역시 종친회 활동이 활발하다. 영양·의령·고성 남씨(namssi.or.kr/genealogy/GenGuide.asp), 풍산 김씨(pungsan.x-y.net), 노씨 전체 일가 종친회(daegum.or.kr/rohs/roh.htm) 등의 사이트가 있다.

전주 이씨는 양녕대군파(jeonjulee.net)가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주 김씨(kimyouth.or.kr)는 중앙종친회 청년회가 나서서 인터넷 종친회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사례다. 문중 일가가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경주 김씨는 사이트에서 아버지와 본인의 이름을 입력하면 종파를 알 수 있는 검색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족보는 외국에서도 활발하다. 9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과 함께 족보 사이트가 선을 보인 미국의 경우 현재 관련사이트가 수만개를 넘는다. 가장 방대한 자료를 담고 있는 모르몬교의 패밀리서치 사이트(familysearch.org)는 99년 5월 문을 연 첫날 초당 평균 500히트를 기록해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영국 역시 1901년 이후의 인구조사 센서스 자료를 2000년 초 인터넷에 올려서 첫날 2천만명의 네티즌이 찾았다.

우리나라의 족보 사이트가 활발해진 것은 90년대 중반 무렵부터다. 족보 사이트가 활발해지다 보니 족보를 이용한 사기도 경계해야 할 때가 됐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서상열(39)씨는 지난해 10월 무렵 인터넷 족보사이트에 “본관을 찾고 싶다”는 글을 올린 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본관과 집성촌을 찾아줄테니 수고비 60만원을 미리 보내라”는 대전지역의 한 인터넷 족보업체 전화였다. 증조할아버지가 일제시대 창씨개명을 한 뒤 자신의 본관을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서울 평창동과 대구 달성구 등을 찾아 헤맨 서씨에게 이 제의는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었다. 서씨는 “주위의 만류로 다행히 돈을 보내지는 않았다”며 “족보를 미끼로 인터넷상에서 밑도 끝도 없는 얘기들이 많이 떠돌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김현 〈인터넷한겨레〉 기자 hkim@news.hani.co.kr

‘영양 김씨’ 사이트 구축한 김대식씨
“1만여명 이름 입력…손가락 깁스했죠”


<영남일보> 김대식(55) 사진부장은 ‘온라인 족보’ 전도사다.

김 부장이 처음 인터넷 족보를 생각한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김 부장은 95년 당시 중·고교생이던 두 딸과 아들이 가까운 조상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김 부장은 그때부터 문중인 ‘영양 김씨’ 일가 1만여명의 이름을 혼자서 입력하기 시작했다.

영양 김씨 온라인 족보는 작업 3년 만인 1997년에 만들어졌다. 그 사이에 이름 입력을 너무 많이 하다가 손가락 관절염을 얻어서 한달 동안 손가락 깁스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터넷 족보를 두고 문중 청·장년층은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문중 어른들은 ‘근본 없는’ 인터넷에 족보책의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았다. 김 부장은 경북 일대에 흩어져 있는 영양 김씨 집성촌 25곳을 직접 찾아가 문중 어른들에게 일일이 인터넷 시연회를 했다. 임씨는 “처음엔 인터넷인 뭔지도 모르던 분들이 인터넷 족보를 보고 나서는 이듬해부터 족보책을 없애는 데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족보를 보고 난 ‘다른 성씨’의 반응도 뜨거웠다. “혼자서 만들었느냐” “비용은 얼마나 들었느냐”는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60대 중반의 한 퇴직교사는 한글파일에 직접 문중의 이름을 전부 입력해와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온라인 족보에 대한 목마름을 확인한 김 부장은 아예 온라인 족보 대행 사이트( www.plaza2.com)를 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만든 사이트는 한 군데도 없다. 그는 “대신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큰 문중의 온라인 족보를 만들려면 생업을 그만둬야 한다”며 “자문을 해주고 내가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서 만든 사이트”라고 말했다.

김 부장이 말하는 인터넷 족보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후손에 대한 조상 교육과 족보 업데이트를 시대에 맞게 하자는 것이다. “어려운 한문과 낡은 책자로 요즘 아이들에게 조상을 가르치는 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 또 요즘 같은 시대에 요절한 사람은 30년마다 한번 만들어지는 족보에 채 이름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해답은 인터넷 족보밖에 없지 않은가.”

김현 <인터넷한겨레> 기자 hkim@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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