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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각 2000년10월17일22시18분 KST
    노성두의고전미술현장 한겨레/문화생활/노성두의고전미술현장

    [고전미술현장] 두 부분이 이상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

    독서광이었던 레오나르도는 어느 날 낡은 책갈피를 뒤적이다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한다. 카이사르의 공병대장을 지냈던 비트루비우스가 제정 초기에 쓴 <건축 10서> 가운데 인체 비례를 설명한 대목이었다.

    “이처럼 자연이 낸 인체의 중심은 배꼽이다. 등을 대고 누워서 팔 다리를 뻗은 다음 컴퍼스 중심을 배꼽에 맞추고 원을 돌리면 두 팔의 손가락 끝과 두 발의 발가락 끝이 원에 붙는다… 정사각형으로도 된다. 사람 키를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잰 길이는 두 팔을 가로 벌린 너비와 같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는 군침을 삼키며 책장을 넘겼다. 사람의 손가락과 손바닥, 발바닥과 머리, 귀와 코의 크기 따위를 숫자로 셈한 계산들이 쏟아져 나왔다. 낯선 사상이었다. 뼈와 피, 힘살과 피부로 이루어진 사람 몸뚱이를 기하학의 도마에 올려놓고 수학의 칼로 토막내어 계량화하는 고대의 사상은 르네상스의 영혼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레오나르도는 지체 없이 컴퍼스와 자를 집어들었다.

    레오나르도가 실수를?

    레오나르도는 비트루비우스의 설명을 그림으로 옮기면서 고대의 인체비례론을 그대로 받아 적지 않았다. 그 대신 실제로 사람들을 데려다 눈금자를 들이대면서 실측한 결과를 덧붙여 써두었다. 원문에서 미심쩍은 곳은 고치고, 애매한 부분은 추리했다. 이를테면 키가 발바닥 여섯이 아니라 일곱의 길이라는 것도 새로운 주장이다. 그러고 보면 비판적 고전문헌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레오나르도는 그림에서 엉뚱한 오류를 두 가지 저질렀다. 우선 원과 사각형이 제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또 비트루비우스의 ‘누운’ 인체를 일으켜 세웠다. 고의적인 실수였을까?

    누워서 팔 다리를 뻗었을 때 배꼽에서 사지 끝마디까지의 길이가 일치하려면 어떤 자세가 좋을까? 레오나르도는 키의 1/14만큼 짧아질 때까지 두 다리를 벌리고 두 팔은 정수리 높이까지 올리라고 했지만, 만약에 서 있는 사람이 눕는다면 발 길이가 더 늘어날 테니 곤란하다. 비트루비우스는 틀림없이 다른 자세를 생각했을 것이다. 레오나르도가 생각했던 것처럼 바람개비처럼 팔 다리를 사방으로 휘두르는 대신, 물 속에 뛰어드는 수영선수처럼 곧게 뻗은 자세가 아니었을까? 이때 배꼽에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의 길이는 꼭 맞아떨어진다.

    레오나르도는 두 도형에 내접하는 인체를 낱장 종이 위에 겹쳐서 그렸지만, 비트루비우스라면 달랐을 것이다. 여기서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가 ‘신전 건축’ 편에 실렸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원을 둘러친 누운 인체를 신전의 평면도, 사각형으로 에워싼 서 있는 인체를 신전의 입면도라고 바꾸어 읽는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인체와 맞붙은 원과 사각형은 신전 건축 가운데 가장 고귀한 형식으로 손꼽히는 원형 신전 ‘톨로스’의 품격을 갖춘다. 화가였던 레오나르도는 입체적인 그림을 떠올리는 건축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울고 갈 일

    1998년 삼십대의 신진 미술사학자 이를레와 쉬뢰어 형제가 레오나르도의 그림에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레오나르도가 비트루비우스를 곡해한 것은 오독이 아니라 원과 같은 면적을 가진 사각형을 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이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기원전 430년께 태양이 불타는 쇳덩이라고 떠들다가 독신죄로 감옥에 갇힌 아낙사고라스가 풀었다고 플루타르코스가 전한다. 그후 아르키메데스가 원에 내외접하는 다각형을 쪼개는 방법으로 π의 근사값을 구한 다음에도 보다 완전한 해결을 찾으려는 천재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했던 문제다.

    레오나르도의 그림에서는 어깨선이 실마리가 되었다. 턱과 가슴 사이 목우물을 스치는 어깨선은 양쪽에 점을 찍어서 마무리했는데, 수기기록에는 왜 그랬는지 까닭을 밝히지 않았다.

    먼저 사각형과 같은 면적을 가진 원은 쉽게 구해진다. 머리에서부터 신장의 1/6 길이만큼 떨어진 어깨선을 수평 연장하면 가로로 펼친 팔의 가운데 손가락을 관통하는데, 배꼽 아래에 컴퍼스 중심을 두고 손가락 끝을 스치도록 조금 작은 원을 그렸을 때, 사각형과 새로 그린 원의 면적은 1:1.003.

    두 번째는 원과 같은 면적을 가진 사각형을 구하는 방법. 사각형의 밑변 모서리에서 배꼽을 지나는 사선을 둘 긋고, 사선이 원의 어깨와 만나는 접점을 찾는다. 접점을 수평으로 지나는 직선을 윗변으로 삼으면 새로 그린 큰 사각형은 원과 면적이 같다. 새로 그린 사각형과 원의 면적은 1:1.000373.

    레오나르도의 그림이 500년 넘게 습기와 세월의 공격을 감당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정확도는 거의 기적에 가깝다. 원에 달라붙은 96각형을 그려서 소수점 세 자리까지 오차를 줄였던 아르키메데스가 알았더라면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레오나르도가 남긴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무수한 방법을 시험한 끝에 나는 원을 사각형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또 사각형과 꼭 같은 면적을 가진 원을 만들었다.” fol. 45. v-a. 미술사가 노성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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