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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종교 등록 2005.04.27(수) 18:20

서울 번동 상립교회 현경식 목사

혼혈아·외국인 노동자…
‘고충’ 귀열고 도움 눈길

우리에게 예수는 어떤 모습일까. 유럽의 예술가들이 그들의 모습대로 그려놓은 희멀건 얼굴일까. 2천 년 전 예수가 살았던 팔레스타인 지역인들의 모습일까.

서울시 강북구 번동 161의2. 한참 찾아 헤맨 끝에 번동 주공아파트 3단지 상가 4층 상립교회에 들어섰다. 한켠 탁자에선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말쑥한 신사들이 성경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옆 게시판에 예수 사진이 걸려 있다. 몇 년 전 영국의 공영방송 <비비시>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공개한 사진이다. 성화에서 보아온 유럽인보다는 그 옆에서 공부하는 거무스름한 외국인들의 얼굴에 오히려 가까워 보인다.

현경식 목사(46)는 “신학을 공부해 보면 예수의 얼굴이 어느 쪽이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목사는 검은 예수 얼굴보다는 오히려 성화 속의 백인 예수 얼굴에 가까워 보일만큼 희멀겋다. 또한 그는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해 신학박사가 된 뒤 미국 시카고에 교회를 개척해 5년 간 목회를 했으니 검은 대륙보다는 하얀 대륙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미국에서 목회할 때 얼굴색을 천형처럼 안고 살아가는 혼혈아들을 보았다. 그는 ‘한국 혼혈아동 돕기 선교회’를 만들어 혼혈아들을 돕기 시작했다.

1997년 한국에 돌아와 전주대 기독교학부와 신학대학원에서 재직 중인 그는 2년 전 현직 교수로서 교회를 개척했다. 서울에서도 가난한 지역인 이곳에 똬리를 튼 것도 혼혈아들이 많은 동두천이 가깝기 때문이었다.

일터로 직접 찾아다녀 성경공부하며 맘 나눠
“작은교회지만 관심있다면 큰교회가 못하는 일 하기도”

스리랑카에 선교사 파송
한달에 10만원으로 목회횔동

현 목사를 비롯한 이 교회 교역자들이 찾아다니는 이들은 혼혈아들만이 아니다. 매주 금·토요일이면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직접 일터로 찾아다닌다.

상립교회가 남을 도울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회 신도는 어른이 30여 명이고, 중고등부학생들과 어린이들까지 합쳐야 50여 명에 불과하다.

“작은 교회는 큰 교회로 가는 ‘불안정한 교회’로만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마음먹기 따라선 작은 교회도 큰 교회가 못하는 것을 하기도 하지요.”

현 목사는 “뜻있는 일을 못하는 것은 돈 문제이기보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생활이 어려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하지만 그들을 경제적으로 돕는 것은 별로 없다. 일터를 찾아가 고충을 귀담아 들어주고, 교회에서 함께 성경 공부를 하는 정도다. 동남아시아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것도 아니다.

“동남아시아에 다녀보니 교회나 학교, 고아원 등이 없는 곳이 거의 없더군요. 새로 교회를 설립하거나 선교사를 파송하기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예수를 영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상립교회는 스리랑카의 오지에 현지 목사를 세워 목회하도록 하고 있다. 선교사를 한 명 파송하려면 우선 가서 정착하는 데만 5천여만원이 들지만, 상립교회는 한 달에 10만원으로 목사 월급과 교회 유지비를 충당하고 있다.

또 상립교회엔 지금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온 6명이 머물며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 교회는 이름 ‘상립’(相立)처럼 얼굴 색깔이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일으켜 세워주는 곳이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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