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춤추며 욕하며 가슴속 한 풀어내요

산 너머 너머에 숨은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 `시**ㅅ 밑에 아래아 점 찍을 것**미 솟는 아리랑산촌'.

적막강산일 듯한 이곳에 신명의 기운이 넘쳐났다. 인도풍의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나오고 사람들은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것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5박6일동안 진행된 아리랑풀이 현장. 지난 70년부터 집단상담을 해온 목사 이종헌(62) 성장상담연구소장은 집단적인 상담과 희노애락의 발산을 통해 상처를 해소하고, 마음을 정화해 새로운 삶을 창조한다는 목적을 지닌 아리랑풀이를 108회째 진행하고 있다.

아리랑풀이에서는 매일 오후 `춤명상'이 진행된다. 18명의 참가자들은 이 춤명상 시간에 평생동안 감춰왔던 한을 토해내듯, 몸속에 잠자는 본능의 몸부림을 치듯 몸을 던졌다. 아리랑풀이는 이처럼 모든 체면의 굴레를 벗어버린 채 노래하고, 소리치고, 욕하고, 웃고, 울고, 싸우면서 가슴 속에 맺힌 한을 풀어낸다. 조선시대 지배자들이 유교문화를 지배 이데올로기로 이용하면서 희노애락을 표출할 경우 상놈의 짓으로 폄하해 억압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한이 많은 하층민과 여성 등 약자들은 항변하거나 감정을 표출하지도 못한 채 속을 태웠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탈춤과 사물놀이, 창, 민담, 아리랑을 통해 한을 토해내기도 했다. 아리랑풀이는 집단적으로 쌓인 한을 마음껏 풀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셈이다.

춤명상으로 상기된 참여자들이 자리에 앉아 느낌을 나누는 시간.

“엄마가 보고 싶어.”

신은희(가명)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태어나자 마자 엄마가 사망해 엄마의 얼굴조차 모르는 그가 30년동안 간직한 아픔을 털어놓는다.

“새엄마 밑에서 평생 눈치를 보며 살았다. 집안엔 웃음이 없었고, 가족끼리 마주 앉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이 소장과 다른 참여자들이 자신의 아픔에 깊이 공감해주는 데 마음이 놓인 듯 평생동안 말을 꺼리게 만들던 눈치를 내던진 채 가슴을 열기 시작했다.

3일째 춤명상 뒤 이번엔 김영원씨의 눈에 물기가 고였다. 그는 고2때부터 10동안 사귄 남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지켜보는 고통에 울고 있었다.

그를 배신한 남자가 2년전 자신의 대학 후배를 임신시키고, 이번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서도, 결혼 전날 자신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말했다는 그의 설명을 듣고 다른 참가자들은 “마지막까지 여자를 자신에게 얽매어놓으려는 파렴치한 자”라며 공분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남자의 망령 속에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그를 맹렬히 공격했다.

욕을 통해 감정을 발산하는 욕명상과 베개싸움 땐 다른 참가자들이 김영원씨를 가차없이 질타했다. 여전히 그 남자와의 망상 속에 살고 있는 영원씨의 자아를 부수는 듯했다.

아리랑풀이는 생각이나 머리로 얘기하지 않고, 가슴과 몸으로 속내를 숨김없이 펼쳐낸다. 한 사람이 꺼낸 고민을 놓고 모든 참여자들이 집단적으로 상담에 참여해 체면을 벗고, 진솔하게 얘기해준다. 이 과정에서 따뜻한 공감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화나, 욕이 그대로 발사되기도 한다. 이런 감정의 교감과 춤, 싸움 등을 통해 한마당 살풀이를 하는 셈이다.

아리랑풀이에선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간의 요가와 10분간의 참선, 6.5㎞의 조깅을 하며 자신의 감정 뿐아니라 몸에도 깨어있는 법을 익히게 된다.

생애 처음으로 가슴속의 한을 마음껏 토해내고, 다른 이들과 가슴으로 교감한 신은희씨도, 김영원씨도 조깅 때 고갯길을 넘으면서도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한신대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영국과 미국에서 상담을 전공한 뒤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교육부장을 지냈던 이 소장이 설립한 성장상담연구소(www.arirangfree.or.kr)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무실(02-540-6520)을 두고 상담교육과정을 이끌고 있다.

한때 서울 구로동에서 민중교회 목회를 하기도 한 이 소장은 “설교로는 변화나 치유가 잘 일어나지 않고, 선악 이중구조를 설정해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를 양산하는 경우도 적지않아 사람들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치유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상담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 캐나다의 집단상담훈련가 뎅이슨이 다녀간 뒤 인간관계교육협회가 만들어지면서 한국인성개발연구원과 인간발달연구원, 동서문화상담연구소 등의 단체와 종교인, 대학교수들의 집단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