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품 작가들은 20대 후반부터 60대 중반까지 지금 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들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도 다양해서 한국 사진이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세계 사진계에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되고 있다.

서민들의 꾸밈없는 표정을 잡은 ‘골목안 풍경’으로 이름난 김기찬씨, 오지 마을 분교 어린이들의 순수한 삶을 기록해온 강재훈씨, 소시민 가족들의 고여있는 일상을 담는 이선민씨, 단절된 현대 도시인들의 관계를 건조하게 그린 김상길씨의 사진은 현대 한국 사회를 떠낸 자화상이자 보고서라 부를 만하다. 사각 틀 안에 무력하게 박혀있는 중년 여성들의 초상사진 ‘아줌마’ 연작 작업을 해온 오형근씨, 안방이나 부엌에 벌거벗고 무심하게 선 여성들을 찍는 김옥선씨는 한국 여성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읽고 있다.

풍경 사진에서도 한국에 대한 탐구는 계속된다. 서울 곳곳에 선 건축물과 그 공간을 빌려 근대화에 대한 착잡한 심경을 드러내는 강상훈씨, 휴전선의 철조망을 회화의 선묘처럼 잡아내 그 비극을 도드라지게 한 정동석씨, 신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나무들에 한국인을 투영한 배병우씨, 중첩된 풍경 속에서 자연회귀를 속삭이는 김장섭씨, 고인돌이나 성벽같은 역사적 산물에 인공조명을 비춰 아득한 전설을 불러내는 김남수씨, 한지에 떠낸 바다 물결로 동양적인 명상의 세계를 추상화처럼 그린 이정진씨가 그들이다.

과수원을 우주로 알고 평생을 그곳에 묻은 부친의 삶을 따라간 이경수씨, 탈 속에 얼굴을 묻은 예인들과 작가 자신의 초상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묻는 구본창씨, 주술적인 힘이 듬뿍 밴 사진 속에 ‘한’을 묻은 이갑철씨는 핏줄과 전통 속에서 한국미를 찾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수진(‘아트 에이전시 파’ 대표)씨는 “사진을 통한 새롭고 다양한 접근의 시도로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725-0917.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