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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방송/연예 등록 2002.03.28(목) 22:51

통제·편견에 무너진 '삶' 그려

사회의 편견이 개인의 행복과 사랑의 진정함을 훼손하고, 절대 권력이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모습을 텔레비전 단막극이 독특한 소재로 담았다. 또 사회적 편견이 진실을 덮는 현실을 극적 연출로 고발한 단막극이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오는 31일 방송되는 한국방송2텔레비전 <드라마시티> `아름다운 청춘'(밤 10시40분·연출 김용수·극본 진수완)은 1979년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경쟁에 내몰리는 삶을 섬뜩하게 그린다. 개성을 짓밟는 교련시간의 모습을 비추며 군사 문화에 대한 비판도 깔았다.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는 박선생(김갑수)은 모범생 영재(연정훈)를 첩자로 이용하며 학생들을 감시한다. 권력에 빌붙은 자신의 모습이 비참한 영재는 지태(강성민), 강표(김흥수), 준석(문혁)과 우정을 쌓으며 자존감을 회복한다. 지태는 꽁꽁 언 호수에서 축구를 하며 영재에게 말한다. “어디로 가야 안전할지. 어느 길이 더 편할지 따지다보면 경기가 재미 없어져.” 특정 학생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는 `순화교육' 대상자 선정 과정을 거치며 이들은 우정을 팔아 현실의 편안함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그리고 어느날 “진실은 질서를 만드는 한 사람만 알면 되고, 너희들은 만들어진 질서에 따르기만하면 된다”던 박 선생이 주검으로 발견된다.

지난 22일 방송된 문화방송 <베스트 극장> `연인들의 점심식사'(연출 김진만·극본 황성연·원작 김한식)는 긴 여운을 남겨 방송 1주일이 지난 뒤에도 베스트 극장 홈페이지에 시청자의 호평이 올라오고 있다. `연인들의…'는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진실을 덮는 현실을 마지막 5분 동안의 반전으로 보여줬다. 이 마지막 5분을 뺀 나머지는 부잣집 딸 선경(신소미)과 어머니가 선경의 집 파출부로 일했던 우자(조하나)라는 두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졌다. 선경은 정후(심형탁)와 인성(윤영준)이 모두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어 갈등하고, 우자는 선경이 두 남자를 꼬셨다고 생각해 선경을 미워한다. 두 여성의 엇갈린 시각 아래에는 계층의 벽이 놓여있다.

시청자가 두 여성의 시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진실은 그 너머에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사람은 정후와 인성이다. 정후가 “겉으로라도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돼 성공하고 싶다”며 선경과 결혼한 뒤 인성은 우자와 살림을 차린다. 5년 뒤 정후는 인성에게 넥타이와 “너의 정후”라고 쓴 쪽지를 남기고 숨진다. 정후의 선물처럼 특별할 것 없는 그들의 사랑은 사회적 편견 탓에 예외적인 것이 돼 버렸다. 인성은 드라마 마지막에 나지막하게 말한다. “널 버린 날, 강기슭에 널 뿌린 날, 나의 인생이 너와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김소민 기자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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