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되살아나는 광기의 화가
명말 청초(1625?~1705?)를 산 미치광이 승려화가. 본명 주탑. 팔대산인은 그의 호다.

파초, 괴석, 연꽃, 기러기 등 대상의 특징을 잡아내 간략하게 그린 그를 중국 발묵화조화 기법의 시조로 친다. 그의 그림에서는 선기가 묻어나는 동시에 호기심, 찡그림 심술궂음 등 인간의 표정이 들어 있다. 만년에 그린 산수화는 동원, 거연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전통적인 범주에 넣기 힘든 ‘개성주의자’.

술은 두 되를 마시지 못하지만 술을 좋아해 취하면 탄식하고 울기를 자주 했으며 취기에 일필휘지 그림을 그려 거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권세가가 그림을 그려달라며 비단을 가져오면 버선을 만들겠다며 거절했다.

그가 정상과 비정상을 오가며 간고한 삶을 산 것은 그의 핏줄과 관련된다. 명 왕실의 후예로 나라의 패망과 가족의 상실 등 비극을 겪은 그가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택한 것이 광기와 선, 그리고 그림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를 만나고 쓴 전기가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자료가 소략한 반면, 그의 작품이 다양하고 깊은 만큼 그에 관한 ‘전설’이 많아 진실이 가려진 편. 지은이는 그의 그림과 비평을 중심으로 소설가로서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팔대산인을 통째로 복원하고자 한다. 팔대산인이 사랑과 애정을 쏟은 것으로 설정된 두 여인은 작가가 만든 인물. 막판 당대의 거장 타오쯔(石濤)와의 만남이 극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의 그림이 곳곳에 실려 있으나 이야기의 전개와 관련된 중요한 그림은 빠져 있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가 허구인지 헷갈린다. 평전이라기보다는 전기소설에 가깝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기사등록 : 2005-07-07 오후 05:13:00기사수정 : 2005-07-13 오전 02: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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