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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책과 사람 등록 2005.06.02(목) 17:41

제국주의 사진엽서에 담긴 조선

민음사가 제정한 ‘올해의 논픽션상’을 받은 서울시 문화재과 학예연구사 권혁희씨의 <조선에서 온 사진엽서>에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의 사진엽서를 통해 본 시선의 권력과 조선의 이미지’라는 부제가 붙었다. 189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을 포함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생산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사진엽서들, 그 중에서도 1930년대 이후까지 주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으로 계속 생산된 조선인 풍속 이미지들을 분석해 그 문화제국주의적 속성을 폭로한다.

긴 담뱃대 문 모습, 가슴을 드러내 놓은 아낙네, 지게를 진 사람, 빈곤, 기생, 삿갓쓰고 나귀 탄 모습, 한복차림의 여성 등 성별, 계층별로 구분돼 스테레오타잎화한 모습들. 이런 고착화한 조선의 이미지는 지배자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타자의 이미지’며, 오늘날까지 ‘한국 전통의 미’ 따위로 변형돼 재생산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지배자들이 찍은 사진은 인종주의, 차별, 모멸감과 같은 비가시적인 폭력구조를 만들어낸다.

“사진 속 피사체의 모습이 아니라 그 피사체를 누가 어떤 의도로 그렇게 배치하고 찍어서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는가, 즉 피사체가 아니라 촬영한 자의 시선, 그리고 그 이미지가 어떻게 이용됐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다. 말하자면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선과 그 시선의 구조를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의 최종 목표다.” 제시된 300여장의 당시 사진지료들이 흥미롭다.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제국주의란 “식민지와 식민지를 지배하는 군인, 대포들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관념과 형식, 이미지들과 상상에 대한 것” “단순히 부를 얻거나 축적하는 행위가 아니라 지배를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포함하는 이념의 형성, 그리고 지배와 연관되는 지식의 형태를 통해 추진된 것”이라고 설파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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