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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16(목) 17:27

마티스의 그림으로 사르트르를 읽는다


△ 빈센트의 구두
박정자 지음. 기파랑 펴냄. 9000원


장 폴 사르트르는 <상상적인 것>에서 자신의 미학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마티스의 그림을 예로 든다. 마티스의 <붉은 색의 조화>의 경우 미학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빨강색 자체일까? 아니면 마티스의 집 그 현실 속의 실제 붉은 탁자와 벽일까? 캔버스와 물감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마티스의 그림은 우선 물체다. 그러나 우리가 그 그림을 바라볼 때는 다른 일반 사물을 볼 때와 같은 현실적인 태도가 아니라 그 물질성을 넘어 그 뒤에 나타나는 어떤 상상의 세계를 감지한다. 화폭 너머로 보이는 그 사물은 비실재, 비현실의 물체다. 예술작품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이 비실재, 비현실의 물체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이를 비현실적 오브제, 상상적 오브제 또는 미학적 오브제라고 부르며, 미학적 오브제를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매개하는 물질(유사물)을 아날로공이라 명명한다. 예술작품에는 이처럼 하나의 사물 안에 물질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 또는 존재와 비존재 (또는 무)가 혼합돼 있다.

프랑스문학자 박정자 교수가 쓴 <빈센트의 구두>는 이처럼 회화의 언어로 사유하는 철학자들 얘기를 논한다. 후기 구조주의 철학자 푸코의 난해한 철학서 <말과 사물>이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것은 1장에서 벨라스케스의 그림 ‘라스 메니나스(시녀들)’를 분석한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들뢰즈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하이데거는 고호의 ‘구두’를, 데리다는 쉬베의 ‘다뷰타드 혹은 그림의 기원’을 통해 철학얘기를 한다. 컬러 그림을 곁들인 깔끔한 해설이 난해한 철학적 사유들에 훨씬 친근감 있게 다가서게 한다. 데리다의 주요개념들을 영상화한 영화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원제 <화가의 계약>) 분석도 흥미롭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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