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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12(금) 17:29

밤의 일제 침략사


히로부미의 술은 민중의 피
눈 부릅뜬 기록정신

밤의 일제 침략사

/임종국

헌책방에 한번 등장한 책은 꼭 다시 나타나듯이 절판된 책도 서점에 거듭 선을 뵈게 마련이다. 물론 절판도서의 재출간 여부는 책을 구하려는 독자의 열의에 달려 있다. 내게는 친일 문제 연구가 임종국 선생의 <밤의 일제 침략사〉(한빛문화사 펴냄)가 바로 그런 책이다. 이번에 같은 출판사 이름으로 20년 만에 다시 나온 이 책을 그간 백방으로 찾았으나 허사였다. 어언 십수 년 만에 새책으로 실물을 대하는 감회는 남다르다. 비록 오탈자가 적잖은 신판의 모양새가 약간 무색하기는 하나 선생의 필생의 작업이 요즘 시국과도 얽혀 있기에 더욱 그렇다.

식민지 조선 지배의 삼두마차라는 총독부·동양척식주식회사·주둔 일본군 수뇌들이 벌인 밤의 짓거리는 정말이지 가관이다. 밤마다 펼쳐진 주지육림에서 통음난무는 다반사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주색에 빠진 이 자들의 게이샤 놀음이다. 이 작자들은 무슨 공놀이하듯 애첩을 서로 빼앗는다. 여기에다 매국노 송병준까지 엽색행각에 껴들어 백귀야행을 연출하고 있으니, 처음 몇 장을 읽노라면 화가 치민다. 분노를 삭이며 반복되는 모리배들의 스캔들에 집중하면 역사의 진실과 교훈에 직면하게 된다. 선생은 이따금 익살스런 표현으로 독자의 마음을 추스르기도 한다.

“일제는 대포와 기생을 거느리고 조선에 왔다”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어구다. 그 전위대는 다름 아닌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 “서울 화류계 30년 번영의 기초공사도 이토에 의해서 완수된 사실은 뜻밖에 모르는 사람이 많다.” 허랑방탕한 통감부 관리들은 이권에 개입해 부정한 방법으로 마련한 유흥비를 물 쓰듯 하면서도 조선인의 복리후생에는 몹시 인색했다. 이토의 경우, 게이샤 한 명에게 쌀 1천 가마에 해당하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경의선 부설에 동원된 조선인 인부에게는 하루 밥값도 안 되는 돈을 임금이랍시고 지급했다. 선생은 “피침략국을 친일·반일로 분열시킨 후, 그 대립 상쟁의 과정에서 친일파를 원조 포섭하여 괴뢰화 지배권 확립을 달성하는” 일제의 침략 수법을 남의 여자를 빼앗는 난봉꾼의 수작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민족지를 자임하는 신문에 대한 선생의 간명한 언급은 명쾌하기 짝이 없다. “<동아일보>는 친일귀족 박영효, <조선일보>는 친일단체 대정친목회, <시사신문>은 직업적 친일분자 민원식에게 허락하는 사이비 문화정치였다.” 태생적 한계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은 한참 뒤늦은 친일 진상규명을 둘러싼 논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권은 조사대상자 선정을 놓고 말장난 그만 하고 책에 인용된 의열단이 암살 대상으로 꼽은 7악의 일부를 참고하는 게 어떨까. “매국노, 친일파, 밀정, 반민족적 토호열신(土豪劣紳)”. 여기에다 ‘직업적 친일분자’ ‘황군 장교’ ‘일제 앞잡이’ 들을 보태면 ‘지위’와 ‘행위’를 너끈히 포괄한다.

그런데 임종국 선생은 친일 진상규명을 못 마땅히 여기는 세력의 물귀신 작전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 ‘일한합병’이라고 어법에 충실한 표현을 하는 점도 그렇지만 <친일문학론〉(평화출판사, 1966)에 실린 ‘자화상’의 일부 내용은 친일로 매도될 여지마저 있다. 하지만 선생의 담담한 고백은, 전두환 장군 찬양 기사를 작성한 것에 대해 지금껏 따져 물어온 이가 없었다는 기자 출신 소설가의 떨떠름한 말투와 얼마나 다른가! 친일 진상규명은 친일 행위자를 척살하거나 부관참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늦게나마 “지나간 사실로서 기록해 두려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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