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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12(금) 17:06

'잡종 지식인' 에코를 이해하는 지름길


△ 움베르트 에코 평전/ 다니엘 살바토레 시페르 지음·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1만5000원

움베르토 에코(72)는 ‘글쓰기의 다중인격’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인다.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우선은 지적으로 엄격한 미학자·기호학자이자 문예비평가이며, 시사적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적 식견을 자랑하는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자신이 글 속에서 그는 여러 얼굴을 지닌, 여러 표정을 지닌 사람으로 나타난다. 어떤 이는 그 다면성을 놓고 “예술사가, 미디어사회학자, 에세이 작가, 소설가, 예술비평가, 또한 논전가, 인간성 탐구자, 철학자…” 따위로 늘어놓기도 했다. 그 복잡한 작가적 인격의 미궁을 단숨에 빠져나올 방법은 없을까?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출신 저술가 다니엘 살바토레 시페르가 쓴 <움베르토 에코 평전>은 이 미궁을 통과하는 데 길잡이 노릇을 할 아리아드네의 실과 같은 책이다.

'글쓰기와 다중인격체' 에코의
특출한 두뇌활동에 관한 전기
중세미학·현대 기호학 넘나들고
문학으로 대중에 접근한
에코사상서 내적통일성 짚어내

“움베르토 에코는 이탈리아의 북부, 피아몬테 지방의 알레산드리아에서 1932년 1월5일 출생했다.” 이렇게 전기적 서술의 일반적 경로를 따르는 듯 시작하는 이 평전은, 그러나 곧바로 다음 문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1954년 토리노대학 철학과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적 문제>라는 제목으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했을 때는 스물두 살이 채 안 된 나이였다.” 출생에서 바로 학문으로 건너뛰는 이 책은 그러니까, 일반적 전기가 아니라 에코라는 한 특출난 두뇌의 활동에 관한 전기인 것이다.

지은이는 에코에 관한 중세사가 자크 르고프의 말을 이 지적 전기를 구성하는 데 지침으로 삼는다. “수많은 얼굴을 지닌 사상가·저술가, 그리고 무수한 면모의 소설가 에코는 거대한 내적 통일성을 지닌 인간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에코의 지성을 하나의 건축물에 비유하면서, 그 건축물이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미학적 층위, 기호학적 층위, 그리고 문학적 층위가 그것이다. 분명히 에코는 ‘중세의 미학’에서 학문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중세의 세계에 몰두하던 시절에 이미 현대 사회의 갖가지 현상에 열정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관심의 분열로 혼란에 빠졌던 그에게 다가온 것이 기호학이었다.


△  만화책을 읽고 있는 움베르토 에코. 만화와 같은 지극히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주제에까지 열정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에코는 기호학이라는 ‘사유의 일반이론’으로 그 광대한 지적 관심사를 통일시키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르고프의 설명을 따르면 중세의 미학과 현대의 기호학은 그리 먼 관계가 아니다. “중세 연구자 에코가 기호학자 에코로 옮겨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중세의 사상과 문화만큼 하나의 완벽한 기호체계를 이루고 있는 문화도 달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호학을 징검돌 삼아 중세와 현대를 무리 없이 오고갈 수 있었다. 에코에게 기호학은 단순히 ‘순수 기호 이론’으로 탐구되는 대상이 아니라, 이 세계의 잡다한 현상을 이해하는 일반이론이라는 것이다. 기호학의 눈으로 보면 중세에서 현대를 읽어내는 것도 현대에서 중세를 떠올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에코의 미학과 기호학은 이제 그의 제3의 단계인 문학에 와서, 그 문학이라는 질료를 통해 하나의 전체를 형성한다. 에코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문학이란 “전문적인 이론서를 통해 다듬어내고 있는 생각들을 만인이 접근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지은이는 에코의 지식 세계의 광활함을 ‘살아 있는 도서관’, ‘살아 있는 백과사전’이라는 극한의 비유로 이야기한다. “에코 지식의 총체는 서구 문명 가운데 수천 년에 걸쳐 쌓여 내려온 지식들에 대한 방대하고도 눈부신 종합이라 할 것이다.” 그런대 이렇게 광대한 지식은 단지 박식의 문제가 아니라 에코 사유의 본질적 차원과 연관된 것이다. 에코의 ‘진리’는 ‘망각된 것을 상기한다’는 뜻을 품은 그리스어 ‘알레테이아’와 다르지 않은데, 다시 말하면 그에게 진리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기억함으로써 도달하는 것이다. 그런 지식을 통해 도달한 진리는 에코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오리너구리’와 같은 지식인, 양서류이자 조류이자 포유류인 이 모호한 잡종 동물을 닮은 지식인의 내면과 다르지 않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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