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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05(금) 14:25

가지 않은 길

내가 대학에 갓 들어갔을 때 사회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당시 여러 사회과학 서적 가운데 몇 권 읽지 않았지만 이미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 책 한 권으로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아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 당시 어느 독서 모임에서였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시를 얘기하는 자리였는데 마침내 내 순서가 왔다. 잠시 고민을 하던 중에 불현듯 프로스트의 이 시가 생각났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한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한 아름다운 길을…. ’ 그때 당시 기억으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아련한 시였는데, 또 한편으론 엄청난 가치관의 혼돈 속에 있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시였다. 그 시가 교과서에 실렸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이십 년이 넘게 흐른 지금, 그 시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먼 훗날 나는 얘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꾸어 놓았다고.’ 내년 중학교에 들어갈 딸에게 입학 선물로 그 시집을 선물할 생각이다. 그리고 풀이 더 무성하더라도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길을 가보라고 말해줄 생각이다. 이기섭/한겨레신문사 출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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