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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0.22(금) 17:41

‘실천철학’ 개념들의 변화를 해부하다


△ 개념­뿌리들2/ 이정우 지음/ 철학아카데미 펴냄·2만원

정신·선·정의 등 개념 변천사 통해
인간 존재 특성·지향점 해명
영혼은 '생명원천' 서 '실천적 주체'로
덕은 '용기'서 '인격적 힘' 으로

재야철학자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사진)이 철학적 개념을 역사적으로 설명하는 〈개념-뿌리들2〉를 펴냈다.

철학아카데미에서 한 연속 강좌의 원고를 갈무리한 이 책은 앞서 나왔던 〈개념-뿌리들1〉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이 세계를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입구 노릇을 하는 뿌리-개념들의 변천사를 다뤘다면, 두 번째 책은 앞 책의 이론철학적 논의에 기초해 윤리학·정치철학·실존미학과 같은 ‘실천철학’에 대한 뿌리-개념들을 천착하고 있다.

요컨대, 앞의 책이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를 이야기한다면, 뒤의 책은 ‘그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개념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까지 서구철학의 개념을 동북아 유가·도가 철학의 개념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개념사의 그물을 짠다. 이 그물의 벼리 노릇을 하는 뿌리-개념들이 영혼·정신·덕·선·악·국가·법·정의·기예·창조 등이다.


지은이의 설명을 따르면, ‘철학의 고유한 문제’는 “세계의 종합적 이해, 근본 개념들의 검토, 인간의 실존과 윤리, 사회정의 등에 대한 성찰”과 같은 문제들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시간과 함께, 역사와 함께 성격과 내용이 바뀌어간다. 당대의 철학적 문제를 올바로 제기하고 해답을 구하려면, 철학사에 대한 이해, 다시 말해 개념들의 변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지은이는 ‘실천철학’의 개념들을 풀어나가기에 앞서 ‘영혼’이란 개념을 먼저 설명한다. 오늘날 철학에서는 사실상 죽은 말이 돼버린 ‘영혼’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이 말이 인류의 철학적 사유의 시원적 형태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혼에서 정신·의식·마음·이성·주체 따위의 가족유사성을 띤 개념들이 흘러나왔다. 이 말을 풀어보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영혼을 뜻하는 말은 ‘프쉬케’였는데, 호메로스 시대에 이 말은 호흡·숨·공기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생명의 원천 또는 생명을 묶어주는 끈을 뜻했다. 생명 있는 것이면 다 프쉬케가 있으므로, 인간만의 특성은 아니었고 식물이나 동물에게도 프쉬케가 있다고 그 시대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 프쉬케는 생명이 숨쉬는 자연 전체를 뜻하는 ‘퓌지스’와 짝을 이루는 말이었다.

플라톤 시대에 이르러 프쉬케와 퓌지스는 완전히 분화되게 됐는데, 물질·자연 세계와 구분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정신적 힘으로 영혼이 이해된 것이다. 영혼은 독립하여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 됐다. 이 영혼이라는 존재론적 개념은 근대철학의 인식론적 대전환을 거치면서 마음·의식이라는 인식론적·심리학적 개념으로 바뀌었고, 나아가 세계를 의식 내부에서 재구성하는 ‘인식론적 주체’로, 세계를 바꾸는 ‘실천적 주체’로 특화됐다.

이 영혼·의식·주체로서의 인간이 가치와 목적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덕’이라는 관념과 만난다. ‘덕’이란 이를테면, 영혼이 지닌 힘이다. 덕은 고대에는 단순히 ‘전사의 용기’나 ‘운명에 맞서는 힘’을 뜻했지만, 점차 ‘인간의 인격적 힘’이라는 의미로 변화했는데, 그 덕이 드러나는 방식이 ‘도덕’ 또는 ‘윤리’다. 도덕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철학은 칸트의 도덕철학이며, 윤리의 내용을 풍요롭게 간직한 철학은 스피노자의 윤리학이다.

지은이는 도덕법칙을 앞세운 칸트의 ‘절대적 의무’의 도덕보다는 스피노자가 말하는 ‘기쁨의 윤리’, 다시 말해 ‘너와 나의 좋은 만남을 통해 기쁨을 창출하는 윤리학’이 더 유용하다고 말한다. 이 좋은 관계를 만드는 기쁨의 윤리가 세계를 향해 나타날 때 ‘정치적 창조’가 되며, 자기 자신의 삶에서 그것을 실현할 때 미셸 푸코가 말한 ‘자기 배려’ 또는 ‘자기 돌봄’의 실존 미학이 된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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