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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0.15(금) 17:57

“오 친구여, 환희에 찬 노래를 부르자꾸나”


△ 김흥식

그는 이십대 후반에 귀를 먹었습니다. 귀만 먹은 게 아닙니다. 오장육부가 성한 게 없을 정도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후유증이 더 무서운 수은 치료도 받았습니다. 자살 시도, 그리고 서른두 살에 남긴 유서. 절망·고통 외에는 벗이라 부를 존재가 곁에 없었습니다. 그의 이웃 대부분이 찾았던 신도 그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수십여 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대부분을 그렇게 보낸 끝에 실러라는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잘 알려진 교향곡 9번 〈합창〉. 그러나 환희의 송가 첫 소절은 그 자신이 붙였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오 친구여, 이런 소리가 아니라, 더욱 환희에 찬 노래를 부르자꾸나.”

음악이, 기도가, 문명이, 권세가, 돈의 소리가 아니라 바로 인간이 주인 된 참된 기쁨의 소리를 그는 부르고 싶었습니다. 인간만이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구원할 수 있음을 그는 깨달았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인간성을 한 단계 높여준 사람이 바로 그, 베토벤이라죠? 스무 살 무렵,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던 저는 그의 음악과 뜻을 접했습니다. 왜? 그는 손쉬운 위문과 위로, 평안을 찾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웃과 인간, 자신의 삶을 믿는 일은. 그만큼의 노력과 고통을 직면하는 용기가 부족한 탓에 자신을 돌아보기 전에 세상을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으며 또 하루를 보냅니다.

김흥식/서해문집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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